유통
“급식·프랜차이즈도 받는 ‘블루리본’?” 믿고 먹는 맛집 신뢰 흔들
- 독자·내부 평가로 리본 부여…전문성·신뢰도 도마에
별점·방문 후기·음식 사진 등 온라인 정보 의존도 높아져
‘믿고 먹는 맛집’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미식 평가서로 꼽히는 ‘미쉐린 가이드’(이하 미쉐린)와 ‘한국판 미쉐린’으로 불리는 ‘블루리본 서베이’(이하 블루리본)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지난 2005년 11월 처음 발간된 한국 최초의 맛집 평가서로 국내에서 가장 오랜 공신력을 자랑하는 미식 가이드다. 매년 전국의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음식의 맛 ▲일관성 ▲분위기 ▲서비스 ▲가격 ▲창의성·전통성 등 6개 항목으로 평가해 리본 1~3개까지 ‘맛집 등급’을 부여한다.
리본의 개수는 각각 ▲0개(수록) ‘가까운 곳에 있다면 한 번 방문할 만한 곳’ ▲1개 ‘시간을 내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2개 ‘주위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곳’ ▲3개 ‘자신의 분야에 가장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곳’ 등을 뜻한다.
유료 평가 방식 도입에 신뢰도 하락
한국의 미쉐린을 표방하며 출발했으나 블루리본의 평가 방식과 체계는 미쉐린과 차이가 있다. 소수의 전문 평가위원인 ‘인스펙터’가 익명으로 식당에 방문해 별점을 매기는 미쉐린과 달리 블루리본은 일반 독자(소비자) 평가를 바탕으로 리본을 부여한다. 블루리본의 전문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블루리본은 업체가 직접 등록을 신청할 수도 있다. 블루리본에 등재되는 방식은 ▲블루리본 에디터의 취재 ▲블루리본 평가단 추천 ▲독자 추천 ▲업체에서 직접 등록 신청(유료 서비스) 등 총 네 가지다.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블루리본 사이트의 ‘기업회원’에 가입한 뒤 ‘블루리본 웹사이트 등록’ 신청 후 심사 비용을 내면 식당이 블루리본 플랫폼에 등록된다. 독자·내부 평가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매년 발행되는 책자에 맛집으로 수록되고, 스티커와 인증서가 발급된다.
블루리본 홈페이지에는 식당을 등록한 뒤 독자 평가와 내부 평가를 거쳐 일정 점수를 충족해야 스티커와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검증을 거치더라도 돈을 내고 평가를 신청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맛집 인증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 음식점뿐 아니라 단체 급식과 대기업 계열사 업장, 프랜차이즈 등까지 블루리본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맛집의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2월 아워홈은 ▲제육볶음 ▲소불고기 ▲된장찌개 등 자사 단체 급식 메뉴 3종이 블루리본 인증을 급식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푸드코트와 한식당, 휴게소 메뉴 등이 블루리본에 선정됐다. 푸드코트는 ▲푸드엠파이어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동·서편점 ▲컬리너리스퀘어 바이 아워홈 IFC, 한식당은 ▲손수헌 ▲청운미가가 이름을 올렸다. 덕평·평창휴게소의 소고기국밥도 블루리본을 받았다.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도 블루리본에 등재됐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점이 인증을 받으면 가맹점 전체가 ‘블루리본 맛집’으로 홍보 가능하다. 문제는 블루리본을 획득한 프랜차이즈의 모든 매장이 동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건 아니라는 점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의 모든 지점이 똑같은 수준으로 음식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프랜차이즈의 블루리본 인증은 하나의 마케팅 수단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평가 객관성 의문”…미쉐린도 공정성 논란
블루리본뿐 아니라 미식 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쉐린도 끊임없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쉐린이 지난 15년간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UAE·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의 관광청으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고 각국 미쉐린 가이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평가 대상국이 된 한국의 경우 한국관광공사가 4년간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첫 해 발간된 서울판에서는 24개 음식점이 별을 받았다.
미국 CNN은 “지난 2017년 태국 관광청이 미쉐린과 제휴하며 440만달러(약 62억원)를 냈고, 17개 식당이 별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한국에서도 미쉐린이 높은 평가 등급을 대가로 ‘컨설팅 장사’를 했다는 의혹이 최초로 제기됐다. 당시 한식당 ‘윤가명가’ 윤경숙 대표는 미쉐린 측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발간에 앞서 높은 등급 평가를 대가로 일부 레스토랑에 컨설팅 비용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미쉐린은 “자체 조사를 했지만 미쉐린 직원은 논란과 어떠한 관련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미쉐린의 평가에 관해서는 업계에서도 논란이 많다”면서 “한국만 해도 미쉐린 2스타나 3스타 음식점은 예약이 굉장히 어려운데 인스펙터가 식당의 협조 없이 익명으로 여러 번 방문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맛과 서비스 측면에서 더 나은 곳이 많은데 왜 이곳이 별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식당도 많다”며 “별을 받는 공식이 있고, 컨설팅을 받으면 미쉐린에 오르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게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미쉐린의 공신력은 1990년대 말부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꾸준히 의심 받아온 문제”라면서 “한국에서도 음식업계가 좁다보니 업계 종사자끼리 친분이 형성된 경우가 많은데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환경인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영향력은 여전…사진·영상 등 중요성 커져
공정성 논란에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미쉐린과 블루리본 등의 인증이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고 본다.
이용재 평론가는 “미식은 생활 방식이나 취향 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수단 중 하나가 됐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는 실패 없이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미쉐린과 블루리본 등의 권위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도 “미쉐린이나 블루리본 등은 맛을 보장하는 일종의 ‘정보 배지’ 역할을 한다”면서 “한 끼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써야 하는 파인다이닝이나 오마카세 등 기회비용이 커질수록 미쉐린이나 블루리본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맛집 선택의 기준이 미쉐린·블루리본 등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채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작년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외식 행태와 맛집 선택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 선택 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정보는 ‘주변 사람의 추천’(52%, 1+2+3순위 기준)과 ‘과거의 경험·기억’(45%)으로 나타났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앱)(22%) ▲인스타그램·페이스북·X 등 SNS(17%) ▲블로그(17%) ▲식당 예약 및 리뷰 앱(17%) ▲맛집 추천 앱(16%) ▲배달 앱(15%) 등이 뒤를 이었다.
음식점 선택 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별점(72%) ▲방문객 리뷰 수(64%) ▲예약 및 웨이팅 현황(63%) ▲음식 사진(62%)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쉐린이나 모범음식점 지정 등 인증 이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은 약 5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평론가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맛집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진이나 영상 등 시각적 요소가 된 지 오래”라며 “대부분의 식당이 맛보다는 소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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