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힌지 연동 애니메이션에 호평…갤럭시 구현 영상도 1만5000개 추천
삼성은 201g 초경량 앞세워 견제…애플 첫해 점유율 25% 전망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애플 특유의 ‘감성’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통하는 분위기다. 애플이 단순한 폼팩터(구성·형태)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앞세우면서 시장 선두인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10점 만점짜리 디자인”
오는 10월 16일 사전 예약에 돌입하는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요소는 힌지(접히는 부분) 연동 애니메이션이다. 기기를 펼칠 때 외부 화면이 뿌옇게 흐려지며 내부 화면으로 이어지는 광학 효과를 적용했다.
IT 전문 매체 매셔블은 해당 애니메이션에 대해 “애플이 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그 누구보다 잘 만드는지 명확히 증명한 10점 만점짜리 디자인 플렉스(Flex)”라며 “디자이너들의 기량을 압도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는 갤럭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해외 커뮤니티 레딧의 갤럭시 폴더블 채널에는 힌지 각도를 추적해 아이폰 듀오의 애니메이션 효과를 ‘갤럭시 Z 폴드8’에서 구현한 시연 게시글이 올라와 약 1만5000개의 추천을 받았다.
게시글 작성자는 “갤럭시 폴더블폰은 이미 하드웨어 기반이 갖춰진 상태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드웨어 사양 우위와 별개로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이 제공하는 감성적 요소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술력과 부품 주도권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소비자의 최종 구매를 좌우하는 것은 하드웨어 사양뿐 아니라 기술이 완성하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A씨는 “갤럭시의 다양한 기능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패널을 공급한다는 점을 고려해 기기 변경도 고민했다”면서도 “삼성이 기술적으로 앞서있지만 갤럭시는 다소 경직된 느낌을 주는 반면 애플은 브랜드 전반에 여유가 느껴져 아이폰 듀오에 계속 눈이 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기를 반쯤 접었을 때 거치용 화면으로 전환되는 ‘스탠바이 모드’와 빛 반사를 줄인 무광 마감의 ‘나노 텍스처’ 디스플레이가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탠바이 모드는 반쯤 접은 기기를 책상 등에 세워 화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나노 텍스처 마감은 빛 반사를 줄여 화면 주름을 덜 눈에 띄게 하고 마감 품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더블폰 시장 선발주자인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사양 우위와 시장 점유율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이폰 듀오 공개 직후 삼성전자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웰컴 투 폴더블(Welcome to Foldables)’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삼성전자는 초슬림 디자인의 갤럭시 Z 폴드8 라인업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폴더블”이라고 소개했다. 후발주자인 애플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폴더블 시장을 개척해 온 선발주자의 위상을 강조하는 한편, 아이폰 듀오와 비교해 무게와 두께에서 앞선다는 점을 부각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했던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지휘 아래 201g의 초경량화와 여권형 폼팩터 등 하드웨어 규격 개선에 집중해 왔다. 나아가 펩시코 출신의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를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전격 영입하며 브랜드 전반의 디자인 철학을 재정립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사양을 높이고 CDO를 영입하며 디자인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감성 브랜딩을 앞세운 애플의 합류로 폴더블 시장의 경쟁 양상은 한층 복잡해졌다. 그간 힌지 기술력으로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려온 삼성전자는 이제 기술력을 소비자의 감성 가치로 연결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폴더블 차별화 요소는 ‘사용자 경험’
시장 전망에서도 이러한 사용자 경험 요소의 영향력이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첫 폴더블폰 출시 첫해인 2026년 초기 공급 물량 제한에도 점유율 25%를 기록하며 글로벌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38%)를 13%포인트 차이로 추격하고, 기존 2위인 화웨이(22%)를 넘어서는 수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 듀오의 연간 판매가 본격화되는 2027년 애플의 점유율이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리즈 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은 초기 생산 단계에서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2026년 출하량 전망치 상단도 600만대에 머문다”면서도 “공급이 완전히 늘어나기 전부터 이 정도의 시작을 보인다는 건 애플이 이 카테고리에 미칠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를 넘어 애플의 감성 중심 전략에 대응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사용자 경험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CDO 영입을 통한 디자인 조직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허태윤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는 “애플과 삼성의 제품 전략 차이는 결국 기업 문화와 뿌리 깊은 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며 “삼성은 디스플레이와 메모리를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부품의 차별성과 기술적 우위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 이를 제품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구조인 반면,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애플은 증명할 자산이 오직 사용자 경험뿐이기에 소비자의 브랜드 애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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