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두산 회장의 '376억 성과급'…그리고 '황금수갑' [서소문 인사이트]
- 총수일가 주식보상 대기업 6곳뿐…주가 상승분, 모두 경영자 성과일까
메타는 저커버그에 주식보상 ‘0’…크래프톤은 시총 40조원 등 높은 문턱
처음에는 ‘3년 재직했더니 376억원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산 측에 확인해보니 그렇게 단순한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두산은 전년도 재무성과 등을 평가해 장기성과급 규모를 먼저 결정합니다. 이를 현금으로 바로 주지 않고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RSU로 바꿔 3년 뒤 지급합니다. 박 회장의 RSU는 2023년 부여 당시 약 28억40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올해 지급가치는 약 375억9000만원으로 13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부여 단계에는 상한도 있습니다. 두산 측에 따르면 장기성과급은 급여의 100%를 넘을 수 없습니다. 박 회장의 2023년 급여는 약 32억원으로, 당시 RSU 부여가치(약 28억4000만원)는 급여의 약 88.5%였습니다.
그런데 3년이 흐르자 약 28억원은 376억원이 됐습니다. 두산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RSU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경영자와 주주가 함께 이익을 얻고 주가가 떨어지면 경영자의 보상도 줄어듭니다. 경영진과 주주를 같은 배에 태우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28억원으로 평가했던 과거의 경영성과가 3년 뒤 376억원이 됐다면, 그 13배의 상승을 온전히 경영자 개인의 성과로 볼 수 있냐는 점입니다.
한화가 첫 도입…총수일가와 약정한 기업은 6곳
RSU는 일정한 근속기간이나 성과조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약속한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보상제도입니다. 핵심 인재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 때문에 ‘황금수갑’으로도 불립니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2020년 한화가 처음 도입했습니다. 대표이사와 대표이사 후보군 등 핵심 임원이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2022년을 전후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2023년 들어 주요 기업의 장기 주식보상 방식으로 본격 부각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이 총수·총수 친족 및 임원 등과 체결한 주식지급 약정은 총 353건으로, 이 가운데 RSU가 18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중 총수 또는 총수 친족과 직접 주식지급 약정을 맺은 기업집단은 한화·두산·아모레퍼시픽·크래프톤·유진·대신 등 6곳이었습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4년 서경배 회장이 경영자로서 관련 규정에 따라 RSU를 지급받았으나, 본인 의사에 따라 주식 수령을 취소했습니다.
여기서 RSU의 당초 취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에게 주식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유능한 경영자가 다른 회사로 떠나는 것을 막고 경영자의 재산을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총수일가는 이미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RSU가 없어도 자신의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합니다. 전문경영인에 비해 회사를 떠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미 회사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지배주주에게 추가로 주식을 지급해야 한다면 그에 걸맞은 설명과 조건도 필요합니다.
주가 13배 상승, 모두 경영자의 성과일까
박 회장이 두산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두산 주가가 상승하면서 일반 주주들도 그 과실을 함께 누렸습니다.
다만 주가는 경영자의 판단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업 실적과 미래 성장성뿐 아니라 산업 업황, 정부 정책, 금리와 유동성, 투자심리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특정 산업 전체가 재평가받는 시기에는 개별 경영자의 노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승분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과거 성과를 평가해 장기성과급 규모를 이미 한 차례 결정했다면 이후 수년간 발생한 주가 상승분까지 별도의 추가 성과평가 없이 그대로 보상으로 연결하는 것이 최선의 설계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성과는 약 28억원으로 평가했는데 그 대가가 시장 상황에 따라 376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입니다.
총수에게 주식보상을 주더라도 높은 성과 문턱을 설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에게 2024년 223억2000만원 규모의 RSU를 부여하면서 시가총액이라는 명확한 조건을 걸었습니다.
10년 안에 크래프톤 시가총액이 30조원, 35조원, 40조원을 넘어설 때마다 3만주씩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 약 11조9000억원이던 회사 가치를 최대 40조원, 약 3.4배로 끌어올려야 최대 9만주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임기와 상대적 주가상승률에 연동된 추가 조건도 있습니다.
메타는 저커버그에게 주식보상을 안 줬다
해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메타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별도의 주식보상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메타 보상위원회의 판단은 명확합니다. 저커버그가 이미 보유한 상당한 지분만으로도 그의 이해관계가 주주들과 충분히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저커버그는 연봉도 1달러이며 별도의 보너스나 주식·인센티브 보상을 받지 않습니다.
주가 급등에 따른 보상 규모를 제한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미국 석유시추업체 내버스 인더스트리는 CEO의 장기 주식보상 일부를 3년간 상대적 총주주수익률(TSR)에 연동합니다.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지급 주식 수는 목표치의 최대 200%로 제한됩니다. 여기에 해당 보상의 최종 가치도 ‘최초 부여일 공정가치의 5배’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두고 있습니다.
총수일가에게 RSU를 지급한다고 이를 곧바로 편법 승계나 증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경영의 대가로 받은 주식보상에는 세금도 발생합니다. 다만 회사 주식이 총수일가에게 이전되면 결과적으로 이들의 보유지분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런 보상이 반복된다면 성과보상이라는 명분에 걸맞은 조건을 갖췄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제라도 RSU에 대한 명시적 규율도 필요해보입니다.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4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일반 상장회사 RSU는 부여 대상·수량·가액 등에 대한 상법상 별도의 명시적 규율이 미비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최근 법학 연구에서도 RSU는 부여 절차·대상·수량에 관한 명시적 규율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RSU 제도는 총수일가들이 악용하기 딱 좋은 조건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박 회장이 376억원을 받았다는 숫자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28억원으로 평가했던 과거 경영성과가 주가 상승을 타고 376억원이 됐을 때 그 차액까지 모두 경영자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 이미 회사 지분을 가진 총수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크래프톤처럼 높은 미래 성과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고, 시장 대비 상대성과를 평가하거나 예상 밖의 주가 급등에 보상 상한을 둘 수도 있습니다.
성과보상의 크기는 우호적인 시장에서 얻은 주가 상승폭보다 경영자가 실제로 만들어낸 성과에 가까워야 합니다. 총수에게도 ‘황금수갑’이 필요하다면, 적어도 그 자물쇠를 여는 조건은 더 까다로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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