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남양주 "환영" vs 과천 "결사반대"…그린벨트 해제에 갈라진 민심
- [주택 공급 ‘속도전’ 가능할까]①
남양주 와부읍 “숙원 해소”…‘선교통·후개발’ 요구
과천시 “일방통행식 행정”…경마장 이전·교통난에 반발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정부가 8·13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서울 인접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대폭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공법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실질적인 인허가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핵심은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수용성이다. 그린벨트 해제와 지구 지정 등 행정 절차는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지역 민심을 무시한 채 강행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인허가에 협조하지 않으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현장 반응도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남양주 "개발 기대감"…교통·인프라 확충 계기로
수십 년간 개발에서 소외됐던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에서는 개발 기대감이 우세하다. 정부는 이곳에 남양주도심지구를 조성해 주택 2만17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장기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터라, 토지주와 원주민을 중심으로 지역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형성됐다. 대규모 주택공급과 함께 바이오클러스터 등 자족 기능 유입, 지하철 및 도로망 확충이 차질 없이 이뤄진다면 지역 숙원이 풀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역 정치권과 주민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개발을 도심 재창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기준 남양주시의원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덕소사랑’을 통해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계획이 확정되면 교통 수요와 사업 필요성이 커져 각종 광역교통사업의 경제성과 추진 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하철 6호선·3호선 연장과 GTX-D 덕소역 직결, 수석대교 6차로 직결 등 광역교통대책을 패키지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에 따른 교통 수요를 기존 주민들이 떠안는 일이 없도록 ‘선(先)교통·후(後)개발’ 원칙을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정현미 경기도의원도 “와부읍 일대에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은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니라 주거와 교통, 생활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도약하는 출발점”이라며 “집만 늘려서는 안 된다. 새로 들어올 주민과 기존 주민 모두가 불편하지 않도록 개발과 동시에 충분한 교통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주택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다만 와부읍 일대에서는 이번 대책을 단순한 아파트 공급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 확충과 신도시화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과천 "수용 불가"…지방재정 훼손 우려도
경기 과천시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과천시는 전면 투쟁을 선언하며 정부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과천 경마공원(렛츠런파크)과 국군방첩사령부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9800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 예외까지 적용해 2029년 12월 착공한다는 방침이지만 과천시의 반발은 거세다.
과천에서는 이미 ▲지식정보타운 ▲주암지구 ▲과천지구 ▲갈현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과천대로와 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 남태령고개 등 주요 간선도로의 정체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수도와 하수처리시설, 교육시설 등 필수 생활 인프라도 포화 상태다. 실효성 있는 광역교통대책과 도로망 확충 없이 1만 가구에 가까운 주거단지가 추가로 들어서면 도시 인프라의 수용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다.
재정 자립도 문제도 거론된다. 과천 경마공원은 시 전체 예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지방세를 납부하는 핵심 재원이다. 대책 없이 경마공원을 이전하고 주택 건설을 강행하면 시의 재정 자립도가 떨어지고 도시의 자족 기능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과천시의 주장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한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지자체와 충분한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시설 이전과 인허가 조기화를 기정사실로 하고 속도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지금도 인프라 부족으로 주민 불만이 거센 상황”이라며 “시민과 시장 모두 입장이 강경하다. 인허가 절차에 협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계용 과천시장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총량 규제 예외와 착공 일정 조기화까지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지만, 충분한 광역교통대책이나 자족 용지 확보 없이 주택 수만 채우는 공급은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주택 건설과 시설 이전 추진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과천시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요구에 단호히 대응하고,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신속한 공급 의지는 이해하지만 지자체 및 지역 주민과의 사전 협의, 실효성 있는 난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급 속도전은 불가능하다”며 “과천은 경마장 이전 부지와 비용 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용산 역시 미군과의 토양오염 정화 협의 문제로 사업이 5년, 10년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한 기반 시설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지역사회를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주택 공급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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