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행원에서 소설가로…우리은행,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리는 사연은?[김윤주의 금은동]
- 대표작 ‘토지’ 영문 번역, 2026년 박경리문학상 특별상 후원
은행 역사관서 오는 9월 18일까지 ‘박경리 특별 기획전’ 선봬
금융은 이제 단순한 예·적금을 넘어 플랫폼·자산관리·노후 준비까지 우리 삶 전반과 맞닿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윤주의 금은동(금융·은행 동향)’은 금융권 현장에서 포착한 새로운 흐름과 생활 속 금융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은행원 ‘박금이’에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경리’로. 우리은행이 전신인 상업은행에서 근무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던 박경리 선생과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간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표작 ‘토지’의 영문 번역·출판을 후원하며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힘을 보탠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역사관 ‘우리1899’에서 박경리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토지문화재단과 문화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박경리 선생의 외손자로, 토지문화재단을 이끌며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유산을 계승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고(故) 박경리 선생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담아낸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해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기 전에는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력도 있다.
박경리 선생은 등단 전인 1954년부터 약 1년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용산지점에서 근무했다. 당시 상업은행 사보 ‘천일’에 본명인 ‘박금이’로 장편시 ‘바다와 하늘’을 발표했고, 퇴사한 뒤에도 단편소설 ‘전생록’을 사보에 기고하며 은행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해외에서도 박경리 문학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표작 ‘토지’의 일본어판은 2016년 출간을 시작해 2024년 총 20권의 번역을 마쳤다. 일본어 완역본은 지난해 제79회 마이니치출판문화상 기획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10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친 번역 작업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토지’의 해외 확산 흐름을 영어권으로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탠다. 이번 토지문화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토지’의 영문 번역과 출판 사업을 후원하고, 작품이 더 많은 해외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작품의 의미와 문체를 온전히 전달하는 번역 작업이 필수적인 만큼, 이번 후원은 ‘토지’의 해외 독자층을 넓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올해 박경리문학상에서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는 등 박경리 선생의 문학적 유산을 알리고 ‘K-컬처’의 세계적 확산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박경리 선생의 은행원 시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특별 기획전도 마련됐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지하 역사관 ‘우리1899’에서는 오는 9월 18일까지 박경리 선생이 상업은행 근무 시절 사보에 발표한 초기 작품과 개인 소장품 등 관련 유물을 선보이는 ‘박경리 특별 기획전’을 무료로 운영한다.
‘우리1899’는 우리금융이 126년 금융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난해 12월 개관한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박경리 선생의 상업은행 근무 기록 등 은행원 ‘박금이’ 시절의 흔적도 남아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박경리 선생의 위대한 문학적 유산이 세계로 뻗어나가 우리 사회에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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