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SK하이닉스 '40조원' 자사주 매입 호재…韓·美 주식시장 온도 차 극심했던 이유
- 국내 애프터마켓서 7%↑, 미국 ADR 상승폭은 0.35% 그쳐
미국 기관 투자자, 실질 환원율에 주목했을 가능성
향후 생산능력 확대·주주환원 유지시 주가 상승 해석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SK하이닉스가 19일 40조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정규 시장에서 10% 가까이 하락했던 SK하이닉스는 애프터마켓에서 7% 넘게 뛰어오르며 장중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는 전날보다 0.35%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주가 변동 차이에 대해 양국 주식시장 규모의 격차,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냉정한 셈법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원인은 거래량 차이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다. 한국 시장의 경우 정규장이 마감된 직후 공시가 발표되면서 시간외 거래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렸다. 정규장에 비해 거래량이 극히 적은 애프터마켓 특성상 적은 매수 주문만으로도 호가가 크게 튀어 오르는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넥스트레이드(NXT)의 7월 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4주간 거래규모를 살펴보면 4주 동안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5755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규 거래시간 거래대금을 제외하면 4조695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나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약 2000억~2500억달러(279조~348조7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 거래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국내 주식시장을 애프터마켓으로 국한하면 그 차는 50배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상‧하한가 기준이 없어 하루에도 100% 넘게 급등락하는 종목들이 나오지만, 글로벌 대형 펀드와 패시브 자금이 실시간으로 물량을 소화하는 풍부한 유동 환경을 갖추고 있어 특정 호재에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하는 현상이 상당 부분 제약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질 주주환원율에 대한 미국 기관의 냉정한 평가도 한몫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기관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라는 이슈에서 ‘40조원’이라는 수치보다 세부 집행 조건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총 매입 규모 중 당장 소각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몇 년에 걸쳐 분할 매입이 이뤄지는지 등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밝힌 40조원은 매우 큰 규모이지만, 시가총액이 약 120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약 3% 수준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 공시가 단기적인 주가 부양용 호재라기보다 장기적인 재무 정책의 일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2025∼2027년에 발생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자사주 취득·소각, 현금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히고 기존 고정 배당과 특별 배당 등을 포함한 배당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를 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사이먼 콜스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FCF의 50% 이상을 환원하기로 한 것은) 시가총액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현재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고 평가했다. 콜스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의 약 15%를 환원하면서도 향후 수년간 생산능력을 유의미하게 확대하고 신규 기회에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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