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금빛·대리석·금발” 성공의 미감? 트럼프 주변엔 왜 유독 ‘이것’이 많을까
- 트럼프타워부터 백악관까지 금빛 장식 반복
빈 공간보다 채우는 스타일
35세 금발 참모 ‘애착 담요’까지
트럼프의 확고한 취향 어디서 왔나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트럼프 대통령의 애착 담요(comfort blanket).” 최근 미국 정가에서 나탈리 하프(35) 백악관 보좌관이 연일 주목받고 있다. 하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뉴스와 소셜미디어 정보를 직접 전달하며 장관급 인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용기를 타고 함께 이동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그의 영향력이 다시 부각됐다.
트럼프 주변에는 유독 젊은 금발 여성 참모들이 눈에 띈다. 공교롭게도 하프는 밝은 피부에 금발 머리를 가졌고, 전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 역시 금발 머리와 밝은 피부의 젊은 여성 참모로 트럼프의 곁을 지켜왔다. 두 사람의 외모가 닮았다는 점까지 화제가 되면서 트럼프를 둘러싼 ‘이미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미국 정가와 매체들은 트럼프의 남다른 취향에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단 화려하고 본다
트럼프의 취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금이다. 뉴욕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부터 마러라고 리조트, 호텔과 카지노까지 그의 공간에는 금빛 장식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대리석과 거울, 크리스털 샹들리에처럼 빛을 반사하는 소재도 빠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벌오피스에는 금빛 액자와 장식, 메달리온 등이 늘었고 링컨 욕실은 흰색과 검은색 대리석에 금색 설비를 더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트럼프의 오벌오피스 장식을 분석하면서 금빛 장식이 벽과 문, 액자 등 공간 곳곳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금을 자신이 가진 부와 성공을 한눈에 보여주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프랑스 베르사유궁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는 6월 프랑스 방문 당시 베르사유궁을 두고 “아름다운 곳”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르사유가 트럼프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부와 명성, 권력을 한 공간에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마러라고의 연회장을 베르사유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고 직접 밝힌 사실도 소개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추진 중인 백악관 볼룸 설계에는 높은 천장과 화려한 기둥, 금빛 장식이 포함됐다. 최근 공개된 설계안에는 건물 외벽에 금색 대통령 문양을 붙이는 방안까지 담겼다. 백악관의 역사적이고 절제된 외관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이다. 백악관 초대 건축가 제임스 호반은 백악관을 왕궁이 아닌 ‘국민의 집’으로 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부에 금 장식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취향을 대통령 공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확고한 취향은 비단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옷차림도 수십 년째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짙은색 슈트와 흰 셔츠, 강렬한 빨간색 넥타이가 대표적이다. 넥타이는 일반적인 길이보다 길게 매고, 슈트 역시 몸에 딱 붙기보다 여유 있는 실루엣을 선호한다. 헤어스타일 역시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넘긴 금빛 머리는 트럼프를 알아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외신들이 트럼프의 스타일을 단순한 ‘취향’ 이상의 것으로 보는 이유다.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 시절부터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내걸고, 화려한 공간을 통해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공간과 옷, 외모 모두 ‘한 번 보면 기억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미지까지 관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프와 레빗처럼 젊고 금발인 여성 참모들이 트럼프의 가까운 거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그의 주변 풍경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처럼 소비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미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지자들에게 금과 대형 장식은 미국의 힘과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국가를 상징하는 백악관까지 개인의 취향으로 채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오벌오피스 장식을 두고 역사적 공간이 가진 절제보다 장식의 존재감을 앞세운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의 스타일에는 “빈 공간을 남겨두기보다 채우는” 특징이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피 역사가인 폴 쇼는 “트럼프가 자신의 대통령직을 브랜딩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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