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공시
미래에셋 품은 디지털엑스 ‘0원 승부수’…코인원 맞불에 수수료 전쟁
- 거래소 지분 확보한 증권사들 전면으로
디지털엑스 1년 무료 선언 이틀 만...코인원도 전 종목 0%로
26일 금융투자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전 종목 거래 수수료율을 0%로 전환했다. 웹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바우처를 발급하면 30일간 무료 거래가 가능하며 횟수 제한 없이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사실상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전 종목 수수료 무료 정책이다.
이번 결정은 디지털엑스가 지난 24일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낸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디지털엑스는 향후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기존 유동성을 공급하는 지정가(메이커) 주문 등에 적용하던 무료 혜택을 일반 시장가(테이커) 거래까지 넓혀 수수료 장벽을 사실상 없앴다.
그동안 거래소들이 일부 종목이나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전 종목을 장기간 무료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디지털엑스가 1년이라는 기간을 내걸자 코인원까지 가세하면서 거래량과 이용자를 둘러싼 거래소 간 수수료 경쟁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엑스의 승부수는 미래에셋그룹 편입 이후 본격화한 첫 고객 확보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GSO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엑스 전 임직원과 저녁 만찬을 갖는다. 미래에셋이 디지털엑스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박 GSO가 전 직원과 공식적인 자리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만찬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인 ‘미래에셋 3.0’에서 디지털엑스가 담당할 역할과 향후 사업 방향이 공유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엑스 임직원에게 미래에셋그룹 사원 배지를 수여하는 행사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GSO는 디지털엑스를 단순 가상자산 매매 플랫폼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디지털엑스의 출범을 ‘미래에셋 3.0’을 구현하기 위한 공동의 항해로 규정하고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등을 아우르는 ‘지능형 투자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의 자금 투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12일 미래에셋컨설팅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신주 1007만8614주를 주당 4961원에 전량 인수하며 대금 납입일은 27일이다. 기존 지분 인수 금액 1413억원대에 이번 증자까지 더하면 미래에셋이 디지털엑스 인수 이후 투입하는 자금은 1900억원대에 이른다.
관건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현재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반면 디지털엑스의 점유율은 0.5% 안팎에 그친다. 수년간 적자도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 97억6193만원, 영업손실 154억265만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거래 수수료 수익보다 이용자와 거래량을 먼저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가 된 셈이다.
코인원의 대응도 이런 경쟁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를 전략적 주주로 확보한 코인원은 기존 0.04%였던 전 종목 거래 수수료를 없앴다. 지난 21일 오픈 API 거래를 무료화한 데 이어 일반 투자자까지 혜택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다음달 20일까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5개 종목을 대상으로 총 7만USDT 규모의 거래 랭킹전도 진행한다.
업비트와 빗썸의 대응 여부도 관심사다. 업비트는 원화마켓에서 0.05%의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빗썸은 쿠폰 적용 시 지정가와 시장가에 각각 0.04%를 적용한다. 디지털엑스와 코인원이 잇달아 ‘0원’을 내걸면서 후발 거래소발 수수료 경쟁이 대형 거래소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수료 경쟁의 이면에 증권사들의 디지털자산 주도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디지털엑스를 품은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코인원의 전략적 주주로 참여하면서 대형 금융자본을 등에 업은 거래소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거래소의 이용자와 거래량 확대가 향후 증권사들의 디지털자산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자체의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어떤 사업 기반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형 증권사와 거래소 간 결합이 늘어날 경우 수수료나 고객 확보 경쟁을 넘어 상품과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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