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CEO A to Z] 최태원, 왜 AI에 1000조 베팅했나 봤더니
- AI데이터센터 구축에 1000조 베팅 주목, '국내 1인자'
글로벌 'AI 인프라' 선점 전략 '아시아 AI 허브' 겨냥
SK 미래 비전 'AI 풀스택 프로바이더'와 맞닿아
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오픈AI 등과 연계도 부각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국내 1인자’로 평가받는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AI 비전을 앞세운 SK는 이제 ‘AI 풀스택 프로바이더’(Full-Stack Provider)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AI데이터센터 부문에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호남권 등의 반도체 투자 1100조원에 시선이 쏠렸지만 사실 AI데이터센터 1000조원 투자가 더 놀라운 베팅이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1400조원의 한미 AI 협력 투자 규모가 발표됐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삼성 등이 투자하는 총금액이 1400조원이었다. 근데 SK가 AI데이터센터에만 1000조원을 투입한다고 했으니 과감하고 대담한 베팅인 셈이다.
물론 SK가 홀로 1000조원의 투자를 감당하는 구조는 아니다. SK는 향후 파트너와 고객사 등을 끌어들여 2035년까지 1000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SK는 ‘샌프란 AI 선언’에서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포괄적 협력을 통해 국내 2GW(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와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는 내년부터 엔비디아와 함께 차세대 AI데이터센터로 불리는 AI 팩토리의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SK는 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AI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글로벌 인프라 경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선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울산에 짓고 있는 1호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권 전체에 2GW 이상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차적으로 2029년까지 5GW 규모를 추진하고, 수요와 투자 여건에 따라 2035년까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로 확대한다는 밑그림이다.
SK는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지방 곳곳에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은 AI 소비국에서 AI 수출국으로 전환한다는 최 회장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AI 경쟁이 AI 모델 개발에서 반도체와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SK는 SK텔레콤 중심의 데이터센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SK이노베이션·SK E&S의 에너지 역량을 묶어 ‘AI 풀스택 인프라 선점’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는 SK가 미래 AI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AI 풀스택 프로바이더와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수년 전부터 AI 전환(AX)을 강조해왔다. AI 전문가로 손꼽히며 정부와 함께 AI 정책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일조했다. ‘국가 AI 고속도로’ 정책도 이 일환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샌프란 AI 선언’ 이후 가장 먼저 만난 재계 총수도 바로 최 회장이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미국에 집중됐던 데이터센터 투자를 세계 각지로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SK는 한국 내 협력 파트너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중국은 안보가 취약한 탓에 꺼리고, 일본은 제반 시설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며 말했다.
SK는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의 도약을 겨냥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에서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최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SK그룹의 미래 청사진으로 ‘AI 인프라’를 선택했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 당시 누구도 지금의 큰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했던 건 내수 중심의 SK 사업 구조를 글로벌 수출 구조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즉 SK그룹의 체질 변화를 위한 결단이었다.
당시 SK는 3조4000억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약 4조원 규모의 설비 증설 등을 통해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10년 동안 약 46조원의 투자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톱’ 회사로 성장했다. 2011년 말 시가총액 13조원이었던 SK하이닉스는 2026년 8월 현재 시총 1200조원을 상회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미래를 내다보고 AI데이터센터 구축에 1000조원 베팅을 선언한 최 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결실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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