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K라면 잘 나가는 줄 알았는데…해외 공장 日닛신 23곳, 농심 6곳
- [K라면 열풍, 진짜일까]②
매출 성장에도 일본보다 부족한 현지 생산 기반
삼양·오뚜기 중국·미국 공장 추진 해외 법인 확대도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라면은 확실한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주요 라면 업체의 해외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현지 생산 기반은 라면 종주국 일본보다 부족하다. 닛신식품이 해외에서 20여개의 면류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반면 국내 주요 라면 업체의 해외 공장은 모두 합쳐도 10곳이 되지 않는다.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매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K-컬처 확산에 따른 매출 호조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생산기지와 판매 법인을 늘려 현지 맞춤형 제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은 느는데…현지 생산 뒤처진 K라면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28% 증가한 9억3539만달러(약 1조3861억원)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수출액인 9억5200만달러(1조314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주요 식품기업의 해외 매출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심의 해외 법인 매출은 64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8%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3%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상반기 해외에서 1조23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42.4% 증가한 규모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도 12.3% 늘어난 2205억원을 기록했다.
러시아 라면 시장에서 ‘도시락’으로 5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는 팔도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현지 법인을 포함해 717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4000억원보다 약 80% 증가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운송비와 관세 부담이 커지고 현지 수요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우면 대형 유통업체의 매대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데도 불리하다.
글로벌 시장을 앞서 장악한 일본 라면 업체들은 일찍부터 주요 소비시장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현지 수요에 대응해 왔다. 대표적인 기업이 닛신식품이다. 닛신식품은 2025년 기준 23개의 해외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농심의 해외 공장은 중국 4곳과 미국 2곳 등 6곳에 불과하다.
국내 라면 업체들도 최근 국내외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은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약 2072억원을 투자해 중국 저장성 자싱에 첫 해외 공장을 짓고 있다. 자싱 공장은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약 28%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현지 수요를 담당할 예정이다.
연간 약 11억3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자싱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양식품의 전체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약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산과 수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주요 소비시장에 직접 생산기지를 두는 첫 사례다.
오뚜기도 베트남에 이어 미국 현지 생산에 나선다. 캘리포니아 라미라다에 라면과 소스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해 물류비 부담을 낮추고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수출 생산능력도 확충한다. 오뚜기는 오는 2029년까지 경북 구미2국가산업단지에 2000억원을 투자해 수출용 라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농심은 추가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 전용 공장을 짓고 해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오는 10월 말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12억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판매 법인 세우고 현지 입맛까지 공략
한국 라면 업체들은 생산기지와 함께 현지 유통망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3월 유럽, 올해 2월 러시아에 판매 법인을 세운 농심은 미국·유럽·중국의 주요 유통채널에서 신라면을 중심으로 신라면 똠얌과 신라면 툼바 등의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일본·미국·중국·인도네시아·유럽 등에 판매 법인을 두고 유통채널을 넓히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5월 일본 도쿄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팔도도 지난 1월 일본 법인을 세우고 현지 유통망을 직접 확보하고 있다.
현지 입맛을 겨냥한 전용 제품도 늘리고 있다. 농심은 태국의 유명 셰프 쩨파이(Jay Fai)와 함께 ‘신라면 똠얌’과 ‘신라면볶음면 똠얌’을 선보였다. 태국에서 인기를 얻은 신라면 똠얌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비롯해 유럽·오세아니아·중앙아시아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삼양식품은 올해 태국에서 ‘멥(MEP) 고추장팟차볶음면’과 ‘MEP 코리안칠리크랩볶음면’을 출시했다. 일본에는 불닭카레 2종, 미국에는 ‘까르보불닭맥앤치즈’와 ‘스위트콘불닭맥앤치즈’를 선보였다.
오뚜기는 맥앤치즈에 익숙한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치즈라면’을 내놨다. 중국 등에는 삼계탕을 라면으로 구현한 ‘삼계탕면’을 출시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인이 즐겨 먹는 ‘러우타이’ 국물 맛을 구현한 ‘러우타이면’과 현지 미역 수요를 반영한 ‘미역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팔도는 올해 hy, 방탄소년단(BTS)과 손잡고 글로벌 브랜드 ‘아리’(ARIH)를 선보였다. 지난 4월 미국 월마트를 통해 출시된 아리는 3일 만에 온라인몰에서 ‘베스트셀러’ 배지를 받았다. 팔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아리 ‘모던 누들’의 판매량이 도시락을 앞선다.
전문가들도 K-라면의 다음 과제로 현지 생산과 유통 기반 확대를 꼽는다. 수출 대상국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시장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소비자가 언제든 쉽게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맞춤형 제품도 안정적인 생산·유통망과 결합해야 반복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K-컬처에 대한 관심이 K-푸드로 옮겨가는 초기 단계”라며 “K-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 식품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의 핵심은 현지화”라며 “맛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까지 각국의 문화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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