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환율 내릴 때 사두자”…은행 달러예금 사상 최대, 금에도 뭉칫돈
- 7월 거주자 외화예금 1283억달러…달러화예금 처음 1000억달러 돌파
5대 은행 골드바 판매액 1월 이후 최대…증시 변동성에 안전자산 수요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시중자금이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자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국제 금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골드바와 골드뱅킹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은행권에서는 증시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예금과 안전자산 상품으로 되돌아오는 ‘역머니무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부터 빨라지기 시작한 달러예금 잔액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7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283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50억1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월간 증가 폭도 지난해 12월의 158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 외국환은행에 맡긴 외화예금을 뜻한다. 외화예금 잔액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감소했지만 4월 증가세로 전환한 뒤 4개월 연속 늘었다.
증가세는 달러화예금이 이끌었다. 지난달 말 달러화예금 잔액은 1089억2000만달러로 한 달 새 111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화예금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4.9%에 달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1549.4원에서 7월 말 1424.0원으로 한 달 동안 125.4원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한때 1370원 후반까지 내려오면서 달러 매입 부담이 더욱 낮아졌다. 환율이 하락하면 같은 원화로 더 많은 달러를 살 수 있어 향후 환율 반등이나 해외투자·결제에 대비하려는 기업과 개인의 매수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8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75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7월 말과 비교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약 61억5000만달러 늘어난 규모다. 올해 초 환율 상승기에 차익 실현 수요가 몰리며 감소했던 달러예금이 원화 강세를 계기로 다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금값 다시 고공행진에 골드바 판매도 '껑충'
금 관련 은행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8월 들어와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20일까지 829억6000만원으로 7월 전체 판매액인 300억1000만원의 2.8배에 달했다. 금값이 고공행진했던 올해 1월의 859억4000만원 이후 가장 큰 월간 판매 규모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이 취급하는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 20일 기준 1조8107억원으로 7월 말보다 948억원 증가했다. 골드뱅킹 잔액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이 7월 16일 트로이온스당 3972.94달러까지 하락한 뒤 8월 21일 4603.56달러로 반등하면서 금 투자 수요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28일에는 4607.27달러까지 높아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과 미국 재정 불안 등에 따라 달러 가치 변동성이 이어질 경우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달러와 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수 있다"며 "다만 달러와 금 역시 가격 변동 위험이 있는 만큼 단기 상승을 기대한 집중 투자보다 분산 투자가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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