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5억 빌렸다면 연 125만원 더”…금리 3%에 부담 커진 ‘영끌족’
- 주담대 금리 2년8개월래 최고…변동형 비중 12년래 최대
매수·거래 위축에도 공급 부족…집값 하락 효과는 제한적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5억원을 대출받은 차주의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은 125만원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가운데 신규 주담대 10건 중 7건 가까이가 금리 상승에 취약한 변동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은 신규 주택 매수자의 구매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미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데다 수도권의 주택 공급과 전월세 매물이 부족해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거나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p 인상했다. 지난달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인상하는 ‘백투백’을 단행했다.
금리 오르는데 변동형으로 몰린 차주들
은행권 대출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4%로 전월보다 0.14%p 상승했다. 4월 4.43%를 시작으로 4개월 연속 오름세다.
주담대 금리는 4.48%로 한 달 새 0.12%p 올라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0.25%p 상승한 5.97%까지 치솟았다.
눈에 띄는 것은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변동금리를 택하는 차주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은행권 신규 주택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전월(62.3%)보다 5.8%p 상승했다. 9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4년 2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신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도 79.0%까지 높아졌다.
차주들이 금리 상승 위험에도 변동형을 선택하는 것은 당장의 금리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7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35%로 고정형(4.76%)보다 0.41%p 낮다. 당장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형으로 수요가 몰린 셈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추가로 반영될 경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에 따르면 5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금리가 0.25%p 오르면 단순 계산상 연간 이자 부담이 125만원, 월평균 약 10만4000원 늘어난다.
가계가 짊어진 빚도 역대 최대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하며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석 달 새 24조9000억원 증가했다.
‘영끌’ 부담 커져도 집값 잡기는 쉽지 않아
이번 백투백 인상은 집값을 단번에 끌어내리기보다는 차주의 이자 부담과 주택 거래를 먼저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와 중저가 주택 수요가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전세대출 금리 등이 상승하고 같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든다”며 “높은 집값과 대출금리 인상,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주춤했던 거래 소강상태가 연말까지 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주택 구입에 적극적이었던 30대 내 집 마련 수요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주택 구입이 억제돼 거래량을 줄이고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이 곧바로 집값 하락이나 매물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 않다. 이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를 억제해 온 데다 공급 부족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스트레스 DSR과 대출 규제 등을 적용해 수요를 크게 억제해 왔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리 상승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부담인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1주택자의 경우 금리 부담만으로 집을 처분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1주택자는 실거주 수요인 경우가 많고 대체할 전세 물건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어서 갑자기 집을 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세는 월세로, 공급 비용은 더 오른다
금리 인상의 여파는 매매시장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 세입자의 금융비용이 커지고, 대출이자와 세 부담을 안고 있는 임대인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함 랩장은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할 수 있다”며 “임대인도 대출이자와 세 부담이 커질 요인이 있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 증가에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금리 인상이 또 다른 비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높은 공사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 사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신규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PF 등 사업자 입장에서 조달금리가 증가하는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고 사업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금리 상승이 주택 공급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 역시 높은 공사비에 PF 금융비용까지 오르면 분양가 인상 등 공급시장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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