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기준금리 3% 시대, 금융주 희비 교차…은행 뛰는데 증권은 ‘뒷걸음질’
- KRX 은행 지수 7.9% 뛸 때 증권은 약보합
자금 이탈에 주식 거래대금 급감…증권사 하반기 실적 비상
한·미 통화 긴축 기조…은행주 우위 국면 지속 전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금융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은행 관련주는 상승한 반면 증권 관련주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은행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이 두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유동성 감소와 주식 거래 위축 우려에 증권주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이례적으로 기준금리 연속 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국내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재진입한 것은 1년7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이 연속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긴축 기조를 한층 강화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업종 내 명암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한 주간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7.90% 상승했다. 반면 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 등이 속한 ‘KRX 증권’ 지수는 0.08% 내리며 약보합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금융 섹터 전체를 묶은 ‘KRX300 금융’ 지수가 6.4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증권업종의 소외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은의 통화 긴축 기조와 글로벌 금리 변동성이 이어지는 동안 이러한 섹터 내 주가 차별화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예대마진 확대로 순이자마진 개선…금리 인상 수혜 전망
은행주는 전통적인 금리 인상기 대표 수혜주의 입지를 다시 한번 다지고 있다. 대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한발 빠르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대폭 개선된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가계를 비롯해 기업의 대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기존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이익이 은행의 실적 하단을 지탱할 전망이다.
여기에 반도체를 비롯한 기존 주도주들이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의 자금이 높은 배당 수익률과 안정적인 이익 방어력을 갖춘 은행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은행주를 밀어올리고 있다.
주식시장 유동성 축소…증권사 수수료 수익 직격탄
증권주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린다. 주식시장에 유입됐던 자금이 은행 예적금이나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 전체의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개) 수수료 수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거래대금 위축은 증권사 전반의 실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의 일평균 회전율은 0.56%를 기록했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수치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얼마나 활발하게 사고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일평균 회전율이 1%가 안 된다는 것은 상장주식 1000주 가운데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주 미만이라는 뜻이다.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0.86%에서 2월 1.65%, 3월 1.74%를 기록했고 4월(1.49%)과 5월(1.16%)에도 1%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 연장선…“금융 섹터 내 차별화 나타날 것”
최근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준 것도 향후 국내 주식시장에는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금리는 연준의 양대 책무 달성을 위한 주된 수단”이라고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WSJ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결의를 가장 강력하게 표명했으며, 연준이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설명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의 이런 발언을 종합하면 연준을 비롯해 주요국들이 고금리 환경을 한동안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국내 기준금리를 3%로 올린 직후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섹터 내 은행주와 증권주 간의 실적‧주가 차별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반도체보다는 비(非)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인 데다 매크로 환경도 은행주에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도 향후 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한 점이 은행주 상승 폭을 제한하는 모습이었다”면서도 “속도의 문제일 뿐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국내 국채금리 하락 현상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9월 중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는 금리 인상 기대 심리가 지속될 것이고, 이는 은행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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