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 때는 함께 판단해야”…지방이전이 키울 ‘거리의 리스크'
- [금융지도가 바뀐다]⑦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본점 이전과 지역 정책금융 강화는 구분해야”
전면 이전보다 기능별 분산…“금융안정 약화 땐 설계 수정”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으로 주요 금융기관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기관은 일반 공공기관과 달리 일괄 이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인력과 시장 접근성뿐 아니라 금융위기 대응 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은 자금배분과 지급결제를 뒷받침하는 경제의 기반체계”라며 “이전 인원이나 청사 규모보다 국책은행의 시장·고객 접근성과 전문인력 유지, 금융안정기관의 정보 공유와 위기대응 능력이 제대로 유지되는지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원화·금융감독원·한국은행·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안정기관의 물리적 분산에 따른 대응력 저하 가능성을 짚었다. 이들 기관은 금융시장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하나의 대응체계로 움직여야 하는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비공식 정보 교환과 긴급 협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자료 수집과 시장 모니터링을 보완할 수 있지만 현장정보 공유와 기관 간 이견 조정까지 충분히 대신하기는 어렵다”며 “핵심은 자료를 보내는 속도보다 함께 판단하고 결정하는 속도”라고 강조했다.
KDB산업은행·IBK기업은은·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역시 기관별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과 수은의 국제금융은 금융회사·투자자·전문가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기은의 중소기업 지원은 지역 거래관계와 현장 심사역량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본점 이전 과정에서 전문인력 이탈이나 협상·심사 지연, 이중조직 운영 등의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 교수는 “본점 주소를 옮기는 것과 지역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강화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기관 이전이 곧바로 지역 금융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도 선을 그었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고용과 소비를 늘릴 수는 있지만 금융의 집적효과를 만들려면 ▲지속적인 거래 수요 ▲투자자와 자금 ▲전문인력 ▲법률·회계 서비스 ▲지역대학의 인재양성 등이 함께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기관 수보다 민간의 고숙련 일자리와 실제 금융거래가 늘었는지, 지역기업의 자금 접근성이 개선됐는지를 성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안으로는 기관 전체의 일괄 이전보다 기능별 분산을 제시했다. 서울에는 ▲위기지휘 ▲관계기관 조정 ▲시장협상 등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역에는 ▲데이터·인공지능(AI) 분석 ▲교육·연구 ▲지급준비와 비상 대체운영 기능 등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국책은행 지역 거점에는 산업별 전문인력과 일정 범위의 심사·집행 권한을 부여해 실질적인 금융 거점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 교수는 “신중론은 현상 유지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라며 “정책금융이나 금융안정망의 핵심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면 이전 확대를 보류하거나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책의 목표는 금융기관의 주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금융역량을 키우면서 국가 금융안정망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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