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올리브영 독주 깨지나…다시 불붙은 뷰티 편집숍 ‘2차 대전’
- 올리브영 1367곳으로 시장 장악…후발 주자 오프라인 확장
외국인·체험·가격·상권 특화 앞세워 틈새 공략
하지만 최근 잠잠했던 경쟁자들이 다시 시장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점포 효율화에 나섰던 시코르는 출점을 재개했고 온라인에서 성장한 무신사도 뷰티 매장을 늘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코아시스를 내놨고 오프뷰티 같은 새로운 사업자도 등장했다. 이들은 1300개가 넘는 올리브영과 점포 수로 맞붙기보다 외국인과 연령대별 고객, 체험과 할인 등 각자 다른 고객과 상품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랄라블라·롭스 떠난 시장, 다시 문 여는 이유
과거 뷰티 편집숍의 쇠퇴를 앞당긴 것은 온라인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바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부담이 커졌다.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앞당겼다.
온라인 시장이 더 커진 지금 매장이 다시 늘어나는 데는 화장품이라는 상품의 특성이 자리한다. 색조는 화면에서 본 색상과 피부에 직접 사용했을 때 차이가 날 수 있고 스킨케어도 제형이나 향을 확인하려는 수요가 있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발견한 뒤 매장에서 사용해 보고 구매하거나, 매장에서 경험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다시 주문하는 식으로 매장의 역할도 달라졌다.
온라인 사업자인 무신사가 뷰티 부문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신사뷰티 관계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뷰티 제품은 색상과 제형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매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 성장으로 편집숍이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다양해진 점은 장점이다. 2016년 출범 당시 해외 수입 화장품을 한데 모은 편집숍 성격이 강했던 시코르는 현재 매장 상품의 60~70%를 K-뷰티 브랜드로 채우고 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뿐 아니라 뷰티 디바이스까지 품목도 넓어졌다.
시코르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 뷰티 브랜드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K-뷰티 브랜드가 크게 늘면서 매장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제2의 올영’ 대신 각자의 시장으로
다시 등장한 편집숍들은 과거와 다른 경쟁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양한 화장품을 한곳에 모아 전국적인 점포망으로 승부하기보다 상권과 고객에 따라 상품 구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시코르 명동·홍대점의 외국인 고객 비중은 90%를 넘는다. 지난 8월 1~23일 두 점포의 매출은 지난 1월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시코르는 관광객이 많은 명동·홍대에서 K-뷰티와 체험 기능을 강화하고 강남·수원 등으로 출점 지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21개인 매장은 2028년까지 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의 코아시스는 상권별로 매장의 성격을 바꾸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1호점은 상품의 90% 이상을 스킨케어로 구성해 4050 여성을 공략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00명을 넘었고 매출은 목표보다 50% 이상 높았다.
후속 점포에는 같은 구성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고기능성 스킨케어를 강화하고 3040 여성 비중이 높은 가든파이브점에는 국내 향수를 모은 퍼퓸존을 마련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동대문점은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잡았다.
다른 사업자들도 특정 수요를 겨냥한다. 오프뷰티는 브랜드 화장품을 할인 판매하는 도심형 뷰티 아웃렛을 표방하고 있다. 무신사뷰티는 패션 플랫폼에서 확보한 젊은 고객과 온라인에서 성장한 뷰티 브랜드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뷰티 편집숍이 살아남으려면 올리브영이 이미 장악한 종합 뷰티 시장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굳이 해당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객을 세분화하고 할인·체험, 특정 브랜드와 상품군 등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과 후발주자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전국 1367개 매장을 기반으로 한 접근성과 상품 구색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 랄라블라·롭스가 올리브영과 비슷한 종합 H&B 모델로 경쟁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각자의 고객과 상품을 앞세운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5~6년 전에는 국내 소비자를 놓고 비슷한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숍끼리 경쟁했다면 지금은 K-뷰티 브랜드가 크게 늘었고 외국인 관광객도 주요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달라진 시장 환경이 후발 편집숍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올리브영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고객을 세분화하고 각 편집숍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갖춘다면 시장에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K-뷰티 시장 자체가 커지고 소비자의 선택지도 다양해진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편집숍이라면 충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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