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만에 새 지침…성과급·메가프로젝트 교섭 경계 긋는다
- 고용부, 3일 개정 노조법 추가 시행지침 공개
이익 연동 성과급·공장 신설 등 경영판단 기준 구체화
김성희 “핵심은 사용자성 혼란…새 지침, 법률과 충돌 가능성”
고용노동부는 3일 경영성과급과 경영상 결정 등에 대한 노동쟁의 판단 기준을 담은 추가 시행지침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했다. 이후 공장 신설·이전과 대규모 투자, 경영성과급 등이 어디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노사 간 해석이 엇갈렸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지침 마련의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가 됐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공장 신설이나 이전 같은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메가프로젝트 추진 상황을 점검한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쟁의 대상과 관련해 “명백한 것들은 기준을 좀 명시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니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주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존 행정해석을 설명하자 “해석과 지침은 다르다. 해석은 그냥 의견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익 연동 성과급·공장 신설은 어디까지
새 지침은 우선 경영성과급의 경계를 구체화했다. 성과급 자체는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조건에 해당할 수 있지만 노조가 영업이익이나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우선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는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반면 연봉이나 기본급의 일정 비율, 정액 지급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결국 성과급이라는 명칭보다 기업의 이익배분이라는 경영상 판단에 직접 개입하는 요구인지, 근로자가 받을 임금·처우의 수준을 정하는 요구인지가 기준이 되는 셈이다.
공장 신설·이전과 사업 양도·매각 등도 경영상 결정 자체와 그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화를 구분했다.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사업장을 이전하는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 발생하면 해당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와 자동화 등 신기술 도입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AI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결정 자체는 경영판단 영역으로 보되 이로 인해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의 변화가 구체화하면 해당 부분은 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행령 대신 ‘지침’…법원까지 묶지는 못해
정부가 시행령 대신 시행지침을 택한 것은 속도와 법적 한계를 함께 고려한 결과다. 시행령은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등에 3개월 이상이 걸리는 반면 시행지침은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청와대도 시행지침을 택한 이유로 이 같은 ‘즉시성’을 들었다. 또 현행법에 노동쟁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도록 한 위임 조항이 없어 시행령으로 범위를 제한할 경우 위헌·위법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됐다.
하지만 신속한 만큼 한계도 있다. 시행지침은 노동부와 노동위원회 등이 법을 해석·집행할 때 적용하는 행정상 기준으로, 법률이나 대통령령과 같은 법규명령과는 성격이 다르다. 노동부가 특정 사안을 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더라도 개별 사건에서 법원이 노조법을 달리 해석할 경우 법원의 판단이 우선한다.
결국 지침이 현장의 판단 기준은 제시할 수 있지만 법률의 경계선 자체를 다시 그을 수는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지침만으로 시행 이후 이어진 혼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성과급과 공장 이전은 새롭게 부각된 쟁점일 뿐 시행 이후 나타난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며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계속 소송을 거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축적된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반영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되도록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침의 법적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성과급이나 공장 이전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유권해석해도 되는 사안인지, 현행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법률의 해석 문제를 지침을 통해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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