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반도체 기대·레버리지 축소’에 블랙록 ‘비중확대’… 72조원 팔아치운 외국인 돌아올까
- 글로벌 반도체 시장 2000조원 확대 전망 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혜 기대
BNK투자증권 “메모리 가격 부담 및 거시 불확실성 증대” 신중론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주식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올려 잡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 6월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 낮춰 잡으며 한국 증시의 인공지능(AI) 쏠림 구조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이 나온 이후 이 종목에 자금이 집중되고 코스피 전체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 7·8월 한국 증시에서 레버리지 투자가 제한됐다. 이후 관련 투자도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블랙록 투자연구소(BII)는 14일(현지시간) 주간 보고서를 통해 AI 붐에 필요한 희소 자원 접근성과 견조한 실적이 신흥시장 주식의 초과수익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 증시가 손실을 겪었고 여름철 디레버리징이 레버리지 우려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국내 증시 이탈한 외국인… 72조원 폭풍 매도
관심은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 여부로 쏠린다. 한국거래소(KRX) 데이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72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는 26조원가량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고 개인이 66조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얼마나 급격하게 국내 증시를 떠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코스피는 약 20% 하락했다. 6월 말 기준 8476.48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지난 9월 16일 기준 6717.97로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원 규모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면 코스피 하락세는 더 가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산운용사의 국내 증시 재평가는 외국인 자금 재유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를 떠받치는 대표 종목에 대해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이어지면서 수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메모리 중심 재편 vs 피크아웃 우려… 반도체 향방 갈려
17일 KB증권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2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중 메모리 시장은 1100조원으로 확대돼 전체 반도체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AI 컴퓨팅 구조 변화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가치 중심을 비메모리에서 메모리로 이동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금리보다 강한 AI 수요의 최대 수혜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시한다”고 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석 달 사이에 12조원 넘게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 주가를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내리고 투자 의견을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부담이 정보기술(IT) 제품을 넘어 서버 수요까지 약화하는 가운데 AI 기업들이 성능 경쟁보다 비용 효율과 보안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거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고 수요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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