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프랑스 버터처럼 부드럽네”…르노 살린 ‘그랑 콜레오스’[타봤어요]
-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E-Tech 시승기
프랑스차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감은 백미
가족을 위한 배려 묻어 나는 실내 구성도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서 한동안 고전하던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분위기를 바꿨다. 르노코리아라는 이름을 소비자에게 다시 선명하게 각인시킨 차다. 최근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E-Tech를 타고 서울과 인천·양주·남양주 등 수도권 일대 약 350㎞를 달려봤다. 직접 몰아보니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가족을 위한 차다. 압도적인 가속력이나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을 앞세우는 차와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이를 목적으로 태어난 차도 아니다. 가족을 태우고 속도를 뽐내거나 위태로울 정도의 코너링 실력을 과시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시승에서는 한계 성능을 시험하기보다 실제 가족을 태웠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첫인상은 넓고 안락하다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탁 트이고 좌우 공간에도 여유가 느껴진다. 특히 2열에 앉으면 넉넉함이 바로 체감된다. 2열 무릎 공간은 약 320㎜다. 키 182㎝인 성인이 앉아도 무릎 앞 공간이 여유롭다.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아이를 태우거나 부모님과 장거리를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높은 출력보다 이런 여유가 더 반갑다.
패밀리카로서 세세한 배려도 눈에 띈다. 3존 독립 풀 오토 에어컨을 통해 운전석과 동승석, 뒷좌석 온도를 각각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과 센터, 조수석에는 각각 12.3인치 화면이 이어진다. 조수석에서는 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웹 서핑 등을 즐길 수 있다. 뒷좌석에는 USB-C 충전 단자도 마련됐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가족에게 유용한 구성이다.
귀도 즐겁다. 시승차에 적용된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10개의 스피커를 갖췄다. 음량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소리가 실내 곳곳에 고르게 퍼지는 느낌이 좋았다. 차량 내부의 마이크 3개를 활용해 엔진 부밍음을 줄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도 적용됐다. 음악을 듣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든 실내가 조용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주행감은 부드럽다 못해 잔잔하다. 덩치가 제법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갑자기 튀어나가는 느낌이 적다. 속도를 줄일 때도 몸이 앞으로 크게 쏠리지 않는다. 뒷좌석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달려도 걱정되지 않을 만큼 움직임이 차분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100㎾ 구동모터와 60㎾ 보조모터를 사용하는 듀얼 모터 방식이다. 출발할 때는 전기모터가 차를 움직인다. 도심에서는 전체 주행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 엔진이 계속 개입하는 내연기관차보다 출발과 저속 주행이 매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변속 과정도 부드러움에 힘을 보탠다. 100㎾ 구동모터가 변속 과정에 개입하고 3단 변속기를 사용해 변속 횟수를 줄였다. 덕분에 변속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충격이 적다. 실제 주행에서도 엔진과 모터가 오가는 순간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고 줄이는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트렁크도 넉넉하다. 기본 용량은 633ℓ로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함께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50ℓ 배낭과 일반 백팩을 넣어봤는데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았다. 가족과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여러 개 싣더라도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워 보였다. 패밀리 SUV라는 성격에 걸맞은 적재 공간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장 먼저 거슬린 것은 가속 페달이다. 밟는 감각이 지나치게 가볍다. 부드러운 주행에는 어울리지만 발끝에 전해지는 저항이 너무 적었다. 헐겁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다. 평소 가속 페달의 답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운전자라면 신경 쓰일 수 있다.
주행 보조 시스템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았다. 그랑 콜레오스에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로 유지 보조와 자동 차로 변경 보조 등이 포함된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가 적용된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용해보니 움직임이 대체로 자연스러웠고 차로 중심도 잘 맞췄다. 약 350㎞를 달리는 동안 운전 피로를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주행 보조 기능을 켠 채 달리던 중 커브 구간에서 갑자기 차로를 벗어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곧바로 스티어링 휠을 잡아 방향을 바로잡고 기능을 껐다. 이후 같은 현상이 반복되지는 않았다. 주행 보조 기능을 사용할 때도 운전자가 전방을 계속 주시하고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체감한 순간이었다.
인포테인먼트에서도 한 차례 불편을 겪었다. 백화점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무선 애플 카플레이가 갑자기 끊기며 디스플레이가 검은 화면으로 변했다. 재연결을 시도했지만 ‘유효하지 않은 접근’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시동을 껐다 켜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목적지를 찾아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이 먹통이 돼 당황스러웠다.
연비는 만족스러웠다. 약 350㎞를 달린 뒤 평균 연비는 ℓ당 14.5㎞를 기록했다. 연비를 아끼겠다는 생각으로 운전한 것도 아니다. 에어컨 온도를 17도로 낮추고 풍량을 가장 강하게 설정해 실내가 추울 정도로 달렸다. 실제로 주행 중 바람막이를 꺼내 입기도 했다. 이런 조건에서도 ℓ당 14㎞ 중반을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랑 콜레오스는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차는 아니다. 가족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차에 가깝다. 넉넉한 공간과 잔잔한 승차감, 정숙한 실내, 풍부한 편의사양에 준수한 연비까지 갖췄다. 어느 한 가지가 압도적이라기보다 패밀리카에 필요한 요소를 고르게 챙겼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이 이 차에 지갑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격도 경쟁력을 보탠다. 2027년형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E-Tech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한 가격이 3905만9000원부터다. 아이코닉은 4224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은 4504만9000원이다. 나 자신보다 가족을 위한 중형 SUV를 찾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고민해볼 만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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