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말 금융사 CEO 70여곳 인선…이찬진 “계파·친소 아닌 능력으로”
- 자격요건·검증기간 구체화 주문…“인선 전 미흡사항 보완”
자회사 임추위 실질적 역할 강조…금융사고 내부통제도 당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연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에 ‘능력 중심 인사’를 재차 주문했다. 올해 하반기 8개 은행지주에서 은행장을 포함해 70여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닌 명확한 자격요건과 검증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8대 은행지주 회장들을 만나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자리에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이 원장이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자회사 CEO 인사였다.
이 원장은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CEO의 이른바 ‘참호 구축’을 막고 승계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연말 인사를 앞둔 금융지주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특히 사사로움 없이 공정하다는 의미의 ‘대공무사(大公無私)’를 언급하며 “CEO 선임 절차는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는 절차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선 사항도 제시했다. CEO에게 요구되는 자격 요건을 명확하게 정하고 후보자 평가 단계별로 충분한 검증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 같은 기본적인 절차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금융지주에는 실제 선임 절차에 들어가기 전 미흡한 사항부터 조속히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자회사 임추위 ‘실질 역할’ 강조
자회사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실질적인 역할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원장은 지주회사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금융사지배구조법 취지에 맞게 자회사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주가 관리하는 CEO 상시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자회사 임추위에 제공하고, 후보자를 평가할 때 임추위원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자회사 CEO 선임 구조를 손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과 BNK금융은 자회사 CEO 인사 과정에서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했고 KB금융도 관련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금융지주 CEO 승계 문제를 연이어 언급하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도 금융지주 자회사 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일주일여 만에 8대 은행지주 회장을 직접 만나 같은 메시지를 다시 전달한 셈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지주가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맞게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지주 회장들도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개선할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을 둘러싼 은행 간 과당경쟁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자본력이 큰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금고를 따내는 것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지적하며 관련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 잇따르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08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소득·재직증명서 위변조 등 외부인 사기와 본점의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해외점포 관련 사고도 증가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가 형식적인 제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영업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에도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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