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분양 설명과 다른 운영…생숙 분쟁, ‘제2의 앙사나’ 막으려면
- ['생숙' 또 분양 논란]②
이름만 빌려주는 브랜드, PFV는 책임 회피…운영 지침 달라져도 '속수무책'
위탁 범위 의무 공시부터 용도 변경 현실화까지… 실질적 제도 보완 필요성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서울 여의도의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서울’부터 강원도의 ‘카시아 속초’ ‘정동진 위더스(구 솔라뷰) 호텔앤리조트’까지. 기대를 모았던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에서 분양 당시 안내 내용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 구조와 브랜드 혜택, 건축·운영 조건이 당초 설명과 다르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수분양자들의 집단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업장마다 쟁점은 다르지만, 분양 단계에서 내세운 기대와 준공 후 실제 운영·책임 범위 사이의 격차가 갈등의 공통 배경으로 꼽힌다. 위탁운영사의 업무와 브랜드 제휴 조건을 명확히 알리고, 운영 조건 변경에 대한 수분양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숙 분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유명 호텔·리조트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과 실제 운영 주체의 역할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다. 여의도 앙사나와 속초 카시아는 글로벌 호텔 그룹 반얀트리의 브랜드를 내세워 분양했다. 정동진 솔라뷰 역시 소노호텔앤드리조트의 위탁 운영과 연계 혜택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 준공 시점이 되면 분양 당시 안내와 달라진다. 여의도 앙사나와 속초 카시아의 경우 해외 브랜드 본사는 상표 사용권 등 라이선스 계약에 한정된 역할만 수행할 뿐, 투숙객 유치나 영업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동진 솔라뷰는 소노호텔앤드리조트가 혜택 제휴 계약 자체를 체결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수익성 간 연관성이 커 이에 의거해 투자 의사결정을 한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 영업에 관여하지 않고 상표만 빌려주었더라도 브랜드 측에 도의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사업 주체의 한시적 성격도 문제로 꼽힌다. 생숙 개발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나 별도 시행사를 설립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 완료와 분양 이후 법인이 해산하면 준공 후 운영 분쟁이나 분양 당시 안내 내용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다.
관리형 토지신탁을 맡은 신탁사와 시공사, 대주단 역시 각자의 계약상 역할을 넘어 분양 안내 내용이나 준공 후 운영 성과까지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공실과 금융 비용에 따른 부담이 수분양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실제 카시아 속초에서는 분양 당시 안내와 달라진 건축 내용을 둘러싸고 수분양자와 시행사 간 민·형사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숙박시설로서의 운영 원칙과 분양 현장의 설명 사이에 생기는 괴리도 갈등 요인이다.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생숙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려는 수분양자들은 전문 위탁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숙박업 신고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수분양자가 기대한 위탁운영의 범위와 실제 계약 내용이 다를 때다. 투숙객 유치부터 정산까지 일괄 대행하는 호텔식 운영을 기대했지만, 운영사는 숙박업 신고와 청소·시설 관리 등을 맡고 투숙객 유치는 개인의 책임으로 정한 경우다.
여의도 앙사나에서는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OTA) 이용을 금지한 운영 지침도 쟁점이 됐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호텔식 영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행사 측은 투숙객 유치 책임과 숙박 기간, OTA 이용 제한 등이 기존 위수탁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의 문구뿐 아니라 분양 과정에서 어떤 설명이 이뤄졌는지가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셈이다.
"계약 해제권 부여·오피스텔 전환 기준 필요"
시장에서는 생숙 분양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선 분양 모집공고 시 위탁운영사의 실질 업무 범위 및 브랜드 제휴 조건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축물분양법 개정을 통해 위탁운영사가 직접적인 모객 의무를 부담하는지, 단순 시설 유지·관리만 대행하는지 계약서 전면에 명시하도록 법제화할 필요성이 크다.
준공 전 일방적인 운영 조건이나 분양 혜택 변경에 대한 수분양자 보호 장치 마련도 보완책으로 꼽힌다. 분양 당시 안내된 운영 방식과 달리 준공 직전 영업권을 현저히 제한하는 지침이 도입될 경우, 이를 사업 조건의 중대한 변경으로 보아 수분양자에게 위약금 없는 계약 해제권을 부여하는 등의 법적 기준 정립이 요구된다.
모든 생숙이 같은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전문 위탁운영사가 초기부터 마케팅과 운영을 일괄 책임지거나, 입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마친 단지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오피스텔 용도 변경 관련 인허가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숙은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며 단독주택, 공동주택 또는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한 경우에만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상적인 숙박 영업 유치가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 주차장 설치 기준이나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분양 시점 위탁 운영 범위 의무 공시와 준공 전 일방적 가이드라인 변경 시 계약 해제권 부여 모두 시급하다”며 “정부 정책이 생활숙박 영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단기 숙박 OTA 영업을 금지하는 현장의 지침은 거시적 흐름과 상충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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