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최고 실적·최대 주주환원에도 엇갈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핵심은 수익 가시성·주주환원 명확성
- 100조 영업익은 호재, '수익 지속 가시성'은 의문
자사주 '즉시 소각' 대 '결정 유보'…주주환원 정책 속도 차이
지배구조 수급 제약, 오너 리스크 논란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지난 28일과 29일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실적과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 흐름은 엇갈리게 나타났다. 수익의 지속 가시성과 주주환원에 대한 명확성의 차이가 주가 방향을 갈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29일, 주가는 전날보다 4.13% 하락했다. 전날 9.01% 올랐지만 하루 만에 그 절반가량을 반납 했다. 반면 전날 10.89% 올랐던 SK하이닉스는 이날 2.62%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3분기 실적만 보면 삼성전자의 우위로 평가됐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SK하이닉스가 앞질렀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2532억원, 영업이익 107조4405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0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판매가 본격화하고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매출이 104조61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7.9% 늘었고 영업이익은 83조33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79.7%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두 회사의 메모리 반도체 장기계약 실적이었다. 장기공급계약(LTA)은 회사가 향후 수익을 얼마나 확정 지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메모리 품귀 현상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확보를 위해 경쟁하면서 미래 수요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장기적인 메모리 공급을 원하는 고객들이 추가로 늘어나고 있어 현재 기준으로 또 다른 주요 10개 고객과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HBM) 공급 물량은 목표 수준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솔드아웃(판매완료)된 상태”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9년까지 향후 3년간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솔드아웃(완판)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4E 영역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하며 3년 뒤의 실적까지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며 “삼성전자는 ‘수요처와 구체적 협의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실적 가시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는 연간 90조~110조원, SK하이닉스는 연간 100조원 수준의 환원을 약속했지만 속도와 확실성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8일 실적 발표와 동시에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3분기 현금배당 14조원(주당 2만원)을 확정하고 자사주 20조원을 추가 매입해 이 중 10조원을 즉시 소각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분기 현금배당으로 30조원(주당 4601원)을 약속하면서도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했다. 올해 남은 주주환원 잔여 재원(55조~75조원)의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시기와 비율, 보통주·우선주 배분 방식 등 세부안을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겠다”고 미뤘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보통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은 자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물량을 시장에 던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 오너 일가의 증여세 이슈와 관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나고 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 10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삼성전자 주식 1115만8000주를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예정일은 11월 12일인데 상장주식의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 각각 2개월(총 4개월)간의 최종 시가 평균액으로 산정된다. 그 기간이 9월 12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가 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가 낮게 유지될수록 이 회장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액은 크게 줄어든다.
삼성전자 측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다각도로 신중히 검토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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