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배달 수수료 규제, 또 다른 피해자 만든다 [착한 가격 통제의 함정]①
- 배달 플랫폼 규제법 이달 정무위 소위 상정 예상
소상공인 보호 목적...소비자·라이더는 역풍 우려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그동안 배달 플랫폼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소상공인들은 규제 필요성에 공감한다. 반면 소비자와 라이더들은 규제에 따른 비용 전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높아지는 배달 플랫폼 규제 가능성
배달 플랫폼 업계는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배달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배달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와 수수료 체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 직전에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정무위 법안소위에 배달 플랫폼 관련 법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며 “국정감사가 종료된 만큼 이달부터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인 배달 플랫폼 관련 법안은 총 3건이다. 민주당 이강일·김남근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중개·결제·광고비 총액의 거래액 15% 초과 금지 ▲영세·소규모 사업자 대상 우대 수수료율 의무화 ▲배달비를 포함한 총수수료의 거래액 15% 상한 법제화 등이다.
국회가 배달 플랫폼 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소상공인 보호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사업자 수는 전년 대비 4.1% 감소한 116만8273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폐업 사업자 수는 97만5681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사업자 100명당 폐업자 수는 83.5명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상공인단체들은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배달 수수료를 꼽는다. 이들 입장에서는 배달 수수료 15% 상한제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크지 않다. 현재 부담하는 거래비용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의 거래비용 부담률은 매출의 26.2%에 달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김진우 공동의장은 지난 9월 열린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 관련 토론회에서 “중개·결제·점주 부담 배달비 등 총비용의 합리적 상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청구서는 소비자·라이더에게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발의된 법안들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들이 수수료 규제로 악화한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비용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소비자 무료 배달 혜택 축소와 라이더 배달비 인하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24년 배달 플랫폼 상생협의체는 소상공인의 매출 규모에 따라 배달 중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듬해인 2025년 배달 플랫폼들은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유료화와 광고 상품 다각화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소비자들도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설문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진행한 배달앱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100명 중 77.6%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되면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배달비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58%는 규제 도입 시 어떤 형태로든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서도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소비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마이클 설리번(Michael Sullivan)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배달 수수료 상한제로 수수료율이 기존 30%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소비자의 총주문 비용은 오히려 약 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더들은 수입 감소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김태영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라이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800명 중 61%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에 우려를 나타내거나 반대했다. 52%는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 주문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달 플랫폼 규제로 라이더의 월수입이 수십만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영 교수에 따르면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으로 전체 주문량이 6.8% 감소할 경우 라이더의 월수입은 약 27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현실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비용 구조와 이해관계자별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는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오픈마켓 플랫폼의 수수료에는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수수료를 거래액 대비 비율로 산정하는 것보다 건당 정액제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로 인한 플랫폼 수익성 감소는 소비자와 라이더 등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획일적인 수수료 상한보다 서비스별 비용 구조를 고려한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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