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수생 코인과세]①
네 차례 미뤄진 과세 시행
계정 중복에 납세자 규모 파악 난항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지난 11월 5일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2029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2027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추가 유예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 세수와 징세비용 추계 결과를 제시하지 못한 데 이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납세 대상 인원과 예상 세수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과세 준비 수준은 여전히 쟁점이다.
국세청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여러 거래소에 흩어진 거래내역을 연결해 투자자별 소득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지가 과제다. 국가 간 디지털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가 시행되더라도 해외 거래소를 거치거나 개인지갑 간에 이뤄지는 거래까지 모두 포착하기는 어려워 과세 형평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2027년 1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 상황이었다. 소득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세원 파악·신고 체계를 충분히 갖춘 뒤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에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발표한 것이다.
세원 파악 등…과세체계 곳곳에 허점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상자산 소득과세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2027년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과세체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고 이번에 네 번째로 유예가 됐다. 현행법상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로, 추가 유예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면 한국 거주자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매매·교환과 대여로 받은 대가에서 취득가액과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차감하고, 연간 손익을 통산한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다. 초과분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문제는 과세 시행이 임박했는데도 과세 기준이 여전히 미비한 상태여서 실제 납세 대상 인원과 세수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손실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높다.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지난 8월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도 이러한 문제를 짚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 등 연구진은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를 유예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 전 논쟁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과세 대상을 명확히 하는 문제다. 연구진은 “가상자산 소득의 과세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조세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문제는 ▲익명성·탈중앙화에 따른 거래내역 검증의 한계 ▲기타소득 분류와 결손금 이월공제 불허에 따른 세 부담 논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자산 간 과세 형평성 문제 ▲거래 유형별 과세 범위와 과세표준 산정 기준의 불명확성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신고·납부 지원체계 미비 등이다.
투자자 관련 통계 역시 실제 납세 인원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의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6월 말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7만5000개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관계자 “이는 고객확인 인증을 거쳐 거래할 수 있는 계정으로, 거래소별 중복이 포함돼 있다”며 “같은 사람이 여러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어 계정 수를 곧바로 투자자 수나 납세자 수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과세 시행에 따라 늘어날 징세비용과 행정 부담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로 전해진다. 소액 납세자가 다수 신고할 경우 납세 지원·세무조사·조세불복 등에 따른 행정비용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서 잇따르는 과세 유예론
이러한 이유로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과세 유예 및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국민의힘 주식·디지털자산밸류업 특위 위원장인 김상훈 의원은 지난 8월 31일 ‘2년 유예’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내 중앙화거래소(CEX)가 아닌 탈중앙화거래소(DEX), 개인 간 거래(P2P), 탈중앙화금융(DeFi) 등을 통한 거래의 경우 거래내역을 추적하거나 입증하기 위한 과세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의 가상자산 거래정보 국제교환체계가 본격 가동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외 거래에 대한 과세정보 확보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민병덕 의원도 지난 9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원칙대로 과세하려면 공정하게 걷을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 지금은 그 기반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과세 시점과 해외 거래정보 확보 시기 사이에 발생하는 불일치를 가장 먼저 문제 삼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국가 간 디지털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의 첫 자료 교환이 내년 시행되는 만큼, 같은 해 1월부터 국내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곧바로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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