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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C 퀄리티가 이 정도라고’…붉은사막이 보여준 장기 흥행 가능성[서대문 오락실]
- “웬만한 해양 전문 게임보다 낫다” 자체 엔진으로 완성한 압도적 디테일
‘검은사막’ 대양의 시대 거치며 쌓은 시행착오와 노하우, 싱글 콘솔에서 만개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본편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에 한국산 트리플A급 콘솔 게임의 이정표를 세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다시 한번 전 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최근 출시된 첫 번째 대규모 유료 확장팩(DLC) ‘미지의 여정’이 공개 직후 스팀(Steam)과 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 판매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며 본편 못지않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 맵을 넓히고 몇 가지 퀘스트를 추가하는 데 그쳤던 여타 게임들의 확장팩과 달리, 이번 DLC는 게임의 장르적 문법과 무대를 완전히 뒤바꾸는 파격적인 시도로 글로벌 프랜차이즈로서의 장기 흥행 가능성을 완벽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막에서 망망대해로…예상을 뒤엎은 파격적 무대 전환
이번 확장팩이 게이머들에게 준 가장 큰 충격은 바로 무대의 변화다. 본편의 제목이자 핵심 배경인 거칠고 황량한 대륙 ‘파이웰’과 광활한 ‘붉은사막’을 뒤로하고, 끝없이 펼쳐진 ‘해양 탐사’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내륙의 용병단장 시점에서 벗어나, 거대한 함선을 직접 건조하고 선원을 모집해 미지의 망망대해를 개척하는 항해사로 거듭나게 된다. 목재와 금속 등 자원을 수집해 선체를 보강하고, 함포와 돛의 형태를 세밀하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시뮬레이션 게임을 방불케 한다. 기상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거대한 파도와 해풍의 물리 엔진 구현은 펄어비스의 자체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기술적 정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정한 백미는 수면 아래에 있다. ‘미지의 여정’은 단순히 배를 타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해상전에 머물지 않고, 심해 잠수 장비를 활용해 바닷속 깊은 곳까지 직접 들어가 탐험할 수 있는 입체적인 구조를 채택했다. 빛이 닿지 않는 심해의 기괴한 생태계, 가라앉은 고대 문명의 유적, 그곳을 지키는 거대 괴들과의 수중 전투는 본편의 지상 액션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긴장감과 공간감을 선사한다.
“웬만한 해양 전문 게임보다 낫다” 쏟아지는 찬사
출시 직후 글로벌 커뮤니티와 해외 웹진에서는 “본편에 얹어 파는 DLC가 아니라 아예 신작 하나를 통째로 들어낸 수준”, “바다를 메인 테마로 내세운 기존 해양 어드벤처 게임들보다 디테일과 완성도가 훨씬 높다”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물의 부력과 저항을 계산한 수중 액션의 타격감, 해류와 수압에 따른 이동 제약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물속에서의 전투는 지루하다’는 액션 게임계의 오랜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이처럼 본편의 볼륨에 버금가는 방대한 해양 생태계와 정교한 항해 시스템이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펄어비스가 수년간 축적해 온 독보적인 개발 노하우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펄어비스에게 바다라는 무대는 낯선 영역이 아니다. 이미 전작인 ‘검은사막’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대양의 시대’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검은사막 개발진은 광활한 바다와 중범선 건조, 해상 교역과 해왕류 사냥 등 야심 찬 시스템을 도입하며 MMORPG의 영역을 바다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기에는 복잡한 조류 시스템과 다소 지루한 항해 동선, 직관적이지 못한 해상전 조작감 등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때 겪었던 뼈아픈 피드백과 기술적 데이터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대양 콘텐츠를 수년간 라이브 서비스하며 다듬어온 물리 연산 데이터와 이용자 경험(UX) 노하우를 차세대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에 고스란히 이식했다. 멀티플레이 환경의 제약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정교한 물리 파괴 효과와 역동적인 수중 액션을 싱글 플레이 중심의 콘솔 환경에 맞춰 극대화한 것이다. 전작에서의 숱한 실험과 담금질이 마침내 ‘붉은사막’이라는 거대한 그릇을 만나 완벽한 결과물로 빛을 보게 된 셈이다.
단발성 흥행 넘어 글로벌 ‘메가 IP’로 도약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미지의 여정 성공이 펄어비스의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싱글 플레이 기반의 콘솔 패키지 게임은 출시 초기 판매량이 집중된 뒤 빠르게 열기가 식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본편 판매 600만장이라는 탄탄한 유저 풀(Pool)을 확보한 상태에서, 본편의 경험을 완전히 확장하는 고품질 DLC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IP의 수명 주기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검은사막이라는 단일 IP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펄어비스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적표다. 사막의 모래바람에서 시작해 깊고 푸른 심해까지 완벽하게 정복해 낸 ‘붉은사막’. 펄어비스가 보여준 타협 없는 개발력과 집요한 장인정신은 한국 게임이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어떻게 장기 흥행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답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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