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 핸들 잡고 협업 페달 밟은 세 명의 CEO를 만나다
[김홍일의 혁신우혁신] 모빌리티 스타트업 3人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
기업·자본 몰리는 모빌리티 산업에 기술 접목한 서비스로 도전장
미래차 격변기 앞두고 발생 중인 다양한 문제점 첨단기술로 해소
“이해자 복잡하게 얽힌 전통의 산업, 협업과 상생 태도가 관건”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열 번째 시간은 좀더 특별하게 꾸몄다. ‘모빌리티’란 공통의 키워드로 사업을 전개하는 세 명의 CEO를 동시에 만났다. 세차 플랫폼을 운영하는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와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 주차 시장을 혁신 중인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편집자]
전 세계가 미래차 시대를 향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산업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자동차(Automobile)’에서 ‘모빌리티(Mobility)’로 바뀐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삶과 여가, 거주의 공간으로 바뀔 거란 얘기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쉬워진다. 제조업의 간판으로 불리던 이 산업에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자처한 수많은 창업가가 뛰어든 이유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유니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다.
국내에도 이름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세차 서비스 플랫폼 ‘와이퍼’를 운영하는 팀와이퍼 역시 주목받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하나다. 와이퍼는 고객에게 ‘배달세차’ ‘방문세차’ ‘출장세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품질의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손세차 서비스인 셈인데, 차종과 상품에 따른 가격 조회는 물론 앱에서 미리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아울러 세차장업계에 각종 IT 솔루션을 도입해 시장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팀와이퍼는 애프터마켓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을 갖추는 게 목표다.
더트라이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고차 구독서비스를 론칭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플랫폼 트라이브에선 원하는 차량을 기간 단위로 바꿔탈 수 있는 신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증금이나 선납금, 이자도 없이 오롯이 월 구독료만 내면 된다. 구독료는 차종에 따라 제각각인데, 국산 중형차부터 값비싼 수입차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갖췄다. 새 차 구매할 때 드는 목돈이 부담되거나 여러 차의 매력을 골고루 느끼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를 효과적으로 겨냥했다.
스타트업 마지막삼심분은 주차 솔루션 ‘잇차’를 운영하고 있다. 비어 있는 민영 주차장을 활용하는 발레파킹 서비스다. 사용자가 잇차를 통해 대리 주차를 요청하면 주차대행 드라이버인 ‘링커’가 차량을 인계받아 서비스 지역 내 제휴주차장으로 주차를 대행한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출차도 해준다. 모빌리티 생태계의 ‘라스트마일’로 불리는 주차를 책임지는 게 이 회사의 모토다.
세 스타트업은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세차(팀와이퍼), 임차(더트라이브), 주차(마지막삼십분) 업계를 주름 잡고 있다. 매년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 투자유치 문의도 활발하다. 셋 다 작지만 실속 있는 스타트업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이 다변화하고 있는 걸 한눈에 보여준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이코노미스트]가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육센터 프론트원에 모인 세 회사의 CEO를 만났다.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와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다. 활력으로 무장한 창업가 세 명의 유쾌한 수다를 들어봤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대표 이름 뒤엔 주요 사업을 별명처럼 붙여 썼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왜 하필이면 차입니까. 세 CEO 모두 원래 이 시장에 몸담고 있던 게 아니었는데요.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문현구 대표·세차) : 저는 통신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죠. 주로 신사업을 다뤘고요. 전공이 인공지능이었거든요.
김홍일 대표 : 대기업 신사업도 충분히 매력적인 업입니다. 그런데 사직서를 내고 세차장에 뛰어들었군요.
문현구 대표·세차 : 아내가 서울 노른자 땅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는데, 프리미엄을 붙여 팔았습니다. 지금처럼 부동산 붐이 일기 전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참 아쉬운 결정이긴 한데…. 어찌 됐든 팀와이퍼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됐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생애 첫 외제차를 구입했거든요. 비싼 차를 샀으니 애지중지하게 됐고, 세차도 직접 했습니다. 그때 셀프세차의 시장 생태계가 무한히 깊고 넓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여기에 기술을 접목하면 비즈니스가 되겠다 싶었죠.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전민수 대표·임차) : 저는 아예 문외한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차를 비교적 일찍 몰았고, 직장을 다닐 땐 인도에서 자동차 솔루션 관련 업무를 다뤘었거든요.
김홍일 대표 : 해외 거주 경험이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모색하게 했군요.
전민수 대표·임차 : 가령 미국이나 인도는 온라인으로도 차를 구매하는 게 가능했어요. 오프라인 매장을 꼭 들러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었죠. 중고차 살 때도 딜러를 통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한적이란 생각이 들었죠. 일단 온라인 판매는 규제 장벽이 높았고, 리스·렌탈 역시 수년을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던 터였습니다. 자동차 구매를 둘러싼 여러 서비스를 고민하고 시도하다가 최종적으론 구독 서비스를 시장에 제안하게 됐습니다.
김홍일 대표 : 마지막삼십분 대표는 세 CEO 중 가장 젊고, 설립일(2019년)도 비교적 최근입니다.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이정선 대표·주차) : 그야말로 얼떨결에 시작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우연히 마지막삼십분의 토대가 되는 서비스 중심의 주차 비즈니스를 아이디어 형식의 문서로 정리했는데, 그 문서를 통해 덜컥 VC 투자를 받았거든요. 너 이걸로 한번 사업 벌여보라면서요.
김홍일 대표 :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꾸리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이정선 대표·주차 : 물론 제안을 받자마자 맨땅에 헤딩하듯 덤빈 건 아니었습니다. 현장과 시장 조사를 꼼꼼하게 했죠. 주차난은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였고, 이를 해소하면 충분히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경영환경이 너무 급격히 변하면서 위기가 적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잘 버티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은 ‘급격한 변화’란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격동의 시기에 놓여있다. 시장이 그리는 미래 시나리오엔 공상과학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차의 심장은 엔진에서 모터로, 동력은 화석연료에서 수소·전기로 이미 바뀌고 있다. 운전석에서 핸들을 움직이고 페달을 밟는 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의 몫이 된다.
이처럼 대전환을 앞둔 산업엔 기업과 자본이 몰리기 마련이지만, 정반대의 리스크도 있다. 어제까지 멀쩡히 살아있던 기업이 내일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같을 세명의 CEO는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계획하고 예측하고 있을까.
김홍일 대표 : 개인적으론 이동성이 극대화한 미래차가 집을 대신할 것으로 보는데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산업, 각각의 기업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됩니까.
문현구 대표·세차 : 얼핏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이 팀와이퍼엔 악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소유욕이 줄어들면 세차에 신경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죠. 하지만 이 산업에서 디자인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갖고 싶지도, 공유하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이런 미학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애프터마켓 시장의 확장은 팀와이퍼엔 둘도 없는 비즈니스 기회입니다.
김홍일 대표 : 구독서비스 트라이브는 어떤가요. 만약 아무도 차를 소유하지 않는 시대가 오면 일정기간 차를 소유해야 하는 구독 비즈니스가 모순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요.
전민수 대표·임차 : 전문가들은 미래차는 PC와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가장 강력한 디바이스가 될 것으로 말합니다. 스마트폰은 2년에 한 번은 바꾸는데 차는 어떻습니까. 막대한 교체비용 때문에 10년, 20년 타기 운동을 합니다. 물론 같은 차를 오랫동안 타고 싶은 욕심도 있겠지만, 정반대의 니즈도 분명 있겠죠. 그런 고객이 미래에도 트라이브에 역할을 부여할겁니다.
김홍일 대표 : 산업의 소비 트렌드가 바뀔 수도 있을텐데요.
이정선 대표·주차 : 미래에도 개인 맞춤형 경험이 키워드가 될 겁니다. ‘나만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는 거죠.
전민수 대표·임차 : 천지가 개벽해도 차의 기본 목적이 바뀌진 않습니다. 사람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옮기는 것, 이 사이에 셀 수 없이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거라고 봐요.
김홍일 대표 : 그만큼 시장 경쟁도 치열한데요. 완성차기업뿐만 아니라 빅테크도 한몫 꿰차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문현구 대표·세차 : 일단 시장에 기업이 몰리고 돈이 몰리는 건 긍정적인 일이죠. 개별 스타트업이 홀로 시장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니까요. 물론 이들 자본과 기술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대기업에 오래 몸담은 입장에서 봤을 땐 꼭 그렇다고 보기 어려워요. 탄탄한 스타트업은 진짜 빠르고 민첩합니다. 대기업은 그런 에너지를 쫓기 어렵습니다.
모빌리티 업계의 변화가 항상 혁신으로 찬사를 받은 건 아니다. 규제 바람을 직격으로 맞기도 했다. 예외 조항을 활용해 사업을 하다 시동을 껐던 타다 사례가 대표적이다. 산업의 역사가 깊고, 이해관계자가 많다보니 계산해야 할 변수가 많은 복잡한 방정식이다. 논의 주체의 주장이 제각각 달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도 상당하다.
모빌리티는 감독기관이 많은 산업이기도 하다. 교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신산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만 아니라 각각의 지자체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관련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각종 규제로 혁신을 가로막고 있단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홍일 대표 : 지금도 모빌리티 성장의 최대 변수는 규제가 거론됩니다. 세 CEO 역시 체감하고 있을 텐데, 해법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정선 대표·주차 : 규제 여론에 불을 붙이는 건 기존 시장 참여자와의 갈등이잖아요. 주차장업계가 의외로 드셉니다. 기술을 활용할 테니, 주차장 한쪽을 내어달라는 건 콧방귀 낄 게 당연했죠. 그래서 보여주고 증명했습니다. 협업을 맺은 주차장을 운영 수익에 도움을 줬죠.
전민수 대표·임차 : 트라이브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하고, 이를 깔끔히 수리해 구독 서비스로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생태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이 필수지요. 자율경쟁 시장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너가 있습니다. 우리가 혁신이니 무조건 협조하라고 떼를 써선 안 될 일입니다.
세 회사의 혁신과 상생은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팀와이퍼의 세차 플랫폼 와이퍼에 가입자 수는 12만명을 넘어섰고, 등록 차량 대수는 9만대에 육박한다. 전민수 대표의 더트라이브는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세 자릿수 넘게 달성했고, 누적 구독자 수는 620명이나 된다. 더트라이브가 매입한 대부분의 차는 이미 구독 고객에게 인계돼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가 운영 중인 잇차 플랫폼을 통해선 지난해 17만대의 차량이 ‘편리한 주차’를 경험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견줘 50배가 넘게 성장했다.
김홍일 대표 :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는 성장입니다. 그런데 요새 채용 난관에 부딪혔다면서요. 특히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들었습니다.
이정선 대표·주차 : 개발자 평균 연봉이 부쩍 올랐으니까요. 구하기도 어려운데, 지키는 건 더 어렵습니다. 최근에도 개발자 한 분을 다른 회사로 떠나보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그 빈자리를 빨리 메워야 하니까 그럴 시간이 없더라고요.
전민수 대표·임차 : 터무니없는 숫자에 난감할 때가 있지만, 환경 탓을 할 순 없죠. 직원의 호주머니 사정도 중요한데요. 사실 이런 문제는 회사가 잘되면 다 해결되는 거잖아요.
문현구 대표·세차 : 창업 초반에 HR을 대기업처럼 하다가 큰코다칠 뻔했습니다. 상위 대기업에서도 찾기 힘든 인재상을 찾고 있더라고요. 최고의 인재를 뽑으려면 우선 팀와이퍼가 최고로 우뚝 서야 합니다. 끊임없이 빌드업해야죠. 스타트업 CEO의 숙명입니다.
김홍일 대표 : 그 숙명을 짊어지기 위해 어떤 고난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절박해서 이런 일까지 해봤다고 웃프게 회상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전민수 대표·임차 : 유동성이 틀어 막힌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직원들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어머니께 손을 벌렸는데요. 그 돈이 제 결혼에 보태려고 어머니께서 모아둔 목돈이었거든요. 험한 소리 들었지만 직원들 월급 챙겨주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더군요.
이정선 대표·주차 : 논현동 근처에서 발레파킹 직원으로 몇 개월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장을 몸으로 파악하고 싶었거든요.
김홍일 대표 : 참 별난 시도 같은데, 평소에도 세 CEO는 경영상의 난제를 두고 이런저런 의견을 나눈다고요.
전민수 대표·임차 : 보고 배울 게 많아요. 커리어가 탄탄하고 인생 경험이 풍부한 문현구 대표는 멘토이자 창업 선배 역할을 해줍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의견을 묻게 되죠. 이정선 대표는 세밀하고 꼼꼼한 경영 스타일이 참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엔 서울 강남3구 지역 건물 주차장의 전수조사를 벌여 손익계산을 따져보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이정선 대표·주차 : 전민수 대표는 우리 중에선 가장 덩치가 큰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화끈한 추진력이 부럽습니다. 저 같으면 벌벌 떨 것 같은 경영 결정도 과감하게 내리죠.
문현구 대표·세차 : 무엇보다 우리 모두 차를 좋아하고, 모빌리티 산업에 큰 집념을 갖고 있습니다.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큰 이 시장에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모빌리티가 뜬단 얘기에 그냥 돈만 보고 달려드는 사업자도 상당한데, 두 CEO는 달라요. 진심이 통하는 경쟁자이자 조력자죠. 영역은 다르지만 목표는 다르지 않을 겁니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다보면 모빌리티 혁신도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기자가 본 세명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CEO
2010년을 전후로 각양각색의 미래차 전망이 쏟아졌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특히 무인차 시대를 떠올리면 그랬다.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힐 거란 비관론 때문은 아니었다.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막막하게 보였지만, 불가능한 일 같진 않았다. 시간이 해결할 게 분명했다.
그보단 기술을 수용하는 인류의 태도가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차를 스스로 컨트롤한다는 즐거움, 손과 발로 기계를 제어해서 도로 위를 질주할 때의 낭만을 완전히 포기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아날로그적인 의심 때문이었다. 기술이 운전의 모든 걸 대체하는 미래가 어쩐지 께름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공상과학 영화의 주요 주제인 로봇이 거꾸로 인류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격변의 모빌리티 산업 한 가운데서 치열한 생존분투기를 쓰는 3명의 CEO에게 “진짜 무인차 시대가 옵니까. 운전을 좋아하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요”를 물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가 답했다. “옵니다. 이미 웬만한 차엔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이 탑재되잖아요. 이게 불과 수년 전만해도 고급차 일부에만 있었거든요. 무인차의 의미는 단순히 인간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가령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죠. 지금보다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한 길인만큼 언젠간 목적지에 닿을 거예요.”
합리적인 논리였지만 왠지 딴죽을 걸고 싶었다. “그래도 운전이 차의 참 매력인데…”라며 말끝을 흐리자 전 대표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어쩔지 몰라도, 도심 운전은 노동이에요. 그쯤 되면 차 안에서 운전보다 더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 까요”라고 받아쳤다.
속으로만 “낭만이 없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세 명의 CEO는 생애 첫차 구입 에피소드나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의 후일담을 늘어놨는데 모두 차에서 느끼는 추억과 효용을 흥미롭게 풀어낸 얘기였다.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가 말했다.
“미래차 시나리오도 결국 사람이 그리는 거잖아요. 우리가 원하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데 기술만 계속 발전할 수 있을까요. 팀와이퍼만 해도 그래요.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보다 고객과의 교감이 훨씬 더 중요하죠.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계식 세차 대신 손세차를 더 애용하는 것 역시 그런 맥락 때문 아닐까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먼지 쌓인 옛날 레코드판으로 듣는 것처럼 귀에 쏙쏙 꽂혔다. 경쟁자인데도 서로의 경영 철학을 존중하는 세 CEO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낭만이 여기 있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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