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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이주연 피죤 부회장

[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이주연 피죤 부회장


만일 지도가 지형과 다르다면 지도가 잘못된 것이다 - 고든 리빙스턴의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에서

“아버지(이윤재 피죤 회장)가 평소 ‘현실은 책상머리 이론과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05년 공항에서 산 책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에서 ‘만일 지도가 지형과 다르다면 지도가 잘못된 것’이란 대목을 읽고서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변주란 생각이 들었죠. 지도는 오랜 시간 관찰한 끝에 작성되지만 관찰의 대상인 지형은 폭풍우와 바람에 풍화돼 점차 변합니다. 책에서 접하는 이론 역시 오랜 연구와 경험의 산물이지만 사회 환경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하죠.”

이주연(47) 피죤 부회장은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경제학은 죽었다는 반성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제학 이론은 일정한 전제조건을 상정하는데 이 조건이 변하는 겁니다. 그러니 경제 혼란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학교와 책에서 배운 대로 일이 안 풀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안 풀린다고 포기할 이유도 없고요.”

그는 소비자 조사를 해 보면 같은 사람이 조사 방식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A의 반응을 보여야 맞는데 뜻밖에 B라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정량조사 결과와 정성조사 결과가 상충할 때도 있다. 이럴 땐 경험칙과 경험치를 토대로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윤재 회장의 장녀로 1997년 피죤에 입사해 200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강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술을 전공했고, 입사 후 디자인팀장·마케팅실장 등을 거치면서 피죤의 제품 디자인에 관여했다.

그는 최근에 본 영화 <가디안의 전설> 한 장면에서도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렌이라는 올빼미는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폭풍 속으로 뛰어든다. “하늘의 바람과 바다의 바람은 서로 다르지. 본능으로 느끼면서 폭풍 속으로 뛰어들어야 해”라는 말을 남기고. 이 부회장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몸으로 직접 부딪쳐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항상 연구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통찰하는 지혜를 얻어야죠. 현장을 모르고선 어떤 일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차이는 마치 작은 각도 차로 티를 떠난 골프공의 착지점이 크게 벌어지는 것과 같아요.”

이 부회장은 책 읽기를 즐기지만 경영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종교사 등 주로 역사서에 끌리고 가끔 과학서적도 읽는다고 했다. 어려워서 잘 안 나가는 과학책을 던져놓았다 다시 읽으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에게 젊은 세대에게 주는 조언을 구했다.

“이론과 현실 간에는 갭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몰라서는 안 된다는 건 좋은 학벌이 꼭 능력과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해 특정 시기에 앞서 가는 듯한 사람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당할 수 없어요.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지금보다 어려운 시기가 많을 겁니다.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도 잘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긍정의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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