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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활기, 이것만은 알고 가자

경매 활기, 이것만은 알고 가자

30년 만의 혹한이 물러가고 훈풍이 불어온다. 봄은 경매시장에도 찾아왔다. 입찰법정은 경매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열기가 높다. 계속되는 전세난에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기존 세입자도 전세금이 뛰자 대출까지 받아서 재계약하는 상황이다. 차라리 내 집을 마련하고 대출 이자를 갚아가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주택 구입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지름길 혹은 징검다리 개념으로 부동산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잔뜩 흐렸던 경매시장에 비해 2011년은 풍부한 경매물건을 기반으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시장에서의 최적기는 두 가지 요인을 갖출 때다. 첫째, 오랜 불황을 겪으며 많은 물건이 경매시장에 유입될 때. 둘째,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 이 두 요인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 올해다.

 



낙찰가율 80%대로 상승2009년 대출규제 확대 후 침체를 겪어오면서 상환에 차질을 빚은 채무자들의 부동산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경매가 신청되고 경매일자가 잡히기까지 4~6개월가량 준비기간이 소요되는데, 거래 침체기였던 2010년 중순에 신청된 물건들이 2011년부터 등장하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으로 2011년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이 770조원을 상회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연체율도 2009년 말 1.76%에서 2010년 6월 1.97%로 오르며 상승세를 보인다.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변동금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가계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대출 상환에 문제가 야기돼 담보로 설정된 부동산이 경매로 내몰릴 확률이 높다.

2010년 9월부터 낙찰가율이 반등을 시작해 올해 경매시장을 한층 더 밝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작년 8월 75.9%에서 올해 1월 82.1%로 상승했고 서울지역은 8월 77.1%에서 84.7%로 올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연간 입주물량이 2011년과 2012년에는 지난 3년 전과 비교할 때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 2010년의 입주물량이 29만 가구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19만 가구로 10만 가구나 차이가 난다. 이 가운데서도 경기지역은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다. 작년 11만 가구에서 올해 5만 가구로 축소되면서 절반 이하로 입주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면 일반 매매시장의 주택이 강세를 보이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동산 도매시장인 법원경매로 관심을 돌리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2011년에 등장하는 경매물건은 한창 가격이 바닥일 때 감정된 물건이기 때문에 가격적 메리트가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매시장의 관심사는 소형 주택이다. 특히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오피스텔의 상승이 두드러지며 상승세를 견인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3번 유찰된 물건은 경매 최저가와 전세시세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3월 초에 경매되는 강서구 마곡동 소아파트 전용면적 60㎡의 감정가는 3억원이었으나 두 번 유찰되면서 1억92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곳의 전세시세가 1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수천만원만 더 보태면 입찰이 가능하다. 성북구 정릉동의 풍림아이원 아파트 48㎡도 감정가 4억5000만원이었으나 유찰되면서 다음 경매 시 최저가 2억8800만원부터 시작된다. 주변 전세시세는 2억원 선. 소형 아파트는 전·월세 전환이 용이하고, 향후 1~2인 가구 증가로 당분간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만큼 우선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급매보다 싸지 않으면 무의미최근 전세 만기를 앞두고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많다. 그중에는 “다음달이 만기인데 경매로 낙찰 받아 입주하고 싶다”는 사례도 있었다. 방향은 잘 정했지만 문제는 실행 가능성이다.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계획 기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입찰 대상 물건을 찾고 응찰했다가 떨어지면 다음 물건을 모색해 입찰하는 데까지 또다시 시간이 걸린다. 점 찍어 뒀던 물건이 돌연 기일이 변경되거나 취하되는 등 가변적인 요인도 많다. 명도과정에서 마찰을 빚으면서 계획했던 시간보다 입주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최소한 3개월에서 넉넉하게 5개월 정도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자금계획도 철저히 세우도록 한다. 입찰 시 보증금 10%를 내고 나머지 잔금은 낙찰 후 45일 전에 일시불로 납부해야 한다.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은 몰수된다. 경락잔금 대출제도를 잘 이용하되 입찰 전에 해당 물건에 대한 대출 가능액과 금리, 대출 조건을 상담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대지권 없이 건물만 경매 나왔거나 유치권 등 권리분석상 하자가 있는 것은 대출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한다.

응찰자가 늘어나면서 낙찰가격도 오르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작년 겨울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다. 수개월 전만 해도 2~3회 유찰된 물건이 많았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감정가가 저평가된 것이라면 새로운 물건부터 두루 살피고 입찰 타이밍을 조금 더 서둘러야 낙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아직 부동산이 완연한 봄을 맞은 것은 아니다. 회복 국면으로 들어선 초기일 뿐 여전히 상승과 하락의 변수는 공존한다. 따라서 무리하게 대출 받아 투자하거나 과도하게 낙관적인 시각으로 높은 낙찰가 산정을 하는 것은 피하고 경매의 이점을 살려 ‘경매는 급매보다 싸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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