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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부동산 대책 자산가에겐 기회

3·22 부동산 대책 자산가에겐 기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정부부처 합동브리핑에서 DTI 완화, 취득세 추가 인하 등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환원 등의 내용을 담은 ‘3·22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아직 심드렁하다. 취득세 감면과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같은 긍정적 신호도 있지만 DTI 규제 환원이 시장에 끼치는 악영향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자산가 입장에서 보면 이번 방안은 어느 부동산 대책보다 매력적이다. 우선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 구입에 따른 부대비용이 많이 줄어든다.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가 2%에서 1%로 낮아지고 9억원 초과 주택(1가구 1주택 기준)은 4%에서 2%로 인하된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경우 현재는 4600만원의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세율이 인하되면 27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DTI 비율 최대 55%로 늘어서울 도곡동의 정수지 공인중개사는 “올 초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진 후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가 주택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일수록 세금 문제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용이나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 등으로 주택을 추가 매입하는 경우에도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다주택자(2주택 이상)일 경우 집값과 상관없이 지금까지는 주택 가격의 4%를 취득세로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2%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DTI 관련 방안도 자산가에겐 또 다른 주택 매입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DTI 규제를 환원하면서 보완책으로 고정금리, 비거치식(대출 받은 즉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 분할상환 대출에 대해서는 DTI 비율을 상향 조정(최대 15%포인트)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자금 조달 여력을 높여주겠다는 게 취지다.

정부의 취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봉급생활자 등이 이런 방식으로 대출 받기는 어렵다. 2억원을 연리 6%에 빌리고 5년 거치기간을 둘 경우(20년 만기 기준) 5년간은 매월 100만원가량의 이자만 내면 된다. 그런데 비거치식으로 하면 첫 달부터 18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자녀 사교육비 등을 대기도 벅찬 봉급생활자에게 매달 내는 돈이 배로 늘어나는 건 큰 부담이다.

자산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은 DTI 규제 이후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자산가가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여유자금이 많은 자산가가 대출 규제 이후 주택 매입을 꺼린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들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산가의 공통적 고민은 증여세다. 증여세를 최대한 적게 내면서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산가는 항상 찾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가 없을 때는 자산가가 자녀 명의로 주택을 구입함으로써 증여세를 줄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10억원짜리 주택을 자녀 명의로 구입하면서 7억원을 대출 받는다. 이렇게 되면 자산가 입장에선 일단 3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계산하면 된다. 나머지 7억원에 대해서는 대출 기간 중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나눠 내기 때문에 자녀에게 매달 이 돈을 보태주는 식으로 증여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DTI 규제 이후 강남권에서는 집값의 40%까지만, 그것도 대출 받는 사람의 소득을 감안해 그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증여세 관련 매력이 크게 줄었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자산가가 이런 증여세 절세 카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번 DTI 보완책에 따라 매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인 경우 DTI 비율을 10%포인트 높일 수 있다. 여기에다 고정금리로 대출 받으면 5%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DTI 한도가 최대 40%지만 이번 보완책에 따라 이 비율을 55%까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증여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라면 빨리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비거치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주택시장에 투자할 만한 상품이 늘어난 것도 투자 상품을 찾는 자산가에겐 매력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민간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도록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전국 민간택지에 건설하는 주택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키로 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택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재개발·재건축 수익성 높아져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건 서울 강북 재개발 대상 지역과 강남권 이외의 재건축 대상 단지다. 강북 재개발 주택시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재개발 사업은 일반 분양분의 분양 수입으로 조합원의 주택 공사비를 상당 부분 충당하는 구조다. 따라서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어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2~3년간 재개발 대상 지역 집값이 내리고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주요 원인이 바로 분양가상한제였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강북 재개발 및 비강남권 재건축의 수익성이 높아지게 됐다. 시장 반응은 민감하다. 상한제가 폐지될 때까지 분양을 미루겠다는 재개발·재건축 구역도 벌써 나온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초 분양하려던 서울 마포구 신공덕6구역과 옥수동 옥수12구역, 화곡동 화곡3지구 등지는 상한제 폐지 이후로 분양을 미뤘다. 옥수12구역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백천기 분양소장은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하자는 조합원이 많아 일정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부유층에게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넓혀줄 전망이다. 부유층 대상의 고급 주택이나 중대형 아파트 개발이 활기를 띠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은 주택시장 침체 탓도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제값을 받지 못해 건설업체들이 사실상 개발을 중단했다. 친환경 주택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주택은 건축비가 많이 들지만 상한제에서는 건축비를 모두 인정받지 못해 업체들이 그동안 상품화하지 못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의 투자 매력도 커졌다. 현재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은 건설업체들이 2~3년 전 분양가보다 가격을 내려 팔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게 된다. 아직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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