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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줄도산 공포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줄도산 공포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1호 면허 업체인 삼부토건까지 PF 탓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건설업계에 충격을 줬다.

LIG그룹 관련 건설사인 LIG건설에 이어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1호 면허 업체인 삼부토건까지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발목을 잡혀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삼부토건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 호텔을 포함해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보유자산이 많기로 손꼽히는 건설회사이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주택사업에 대해 동양건설산업과 함께 20개 금융회사로부터 4500억원을 PF 방식으로 빌렸다. 그러다 일부 금융회사의 PF 만기 연장 거부로 결국 법원 문을 두드린 것이다. 자산이 많기로 소문난 삼부토건까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건설업계에서는 ‘PF발 건설업체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PF 만기 연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건설업체들은 급전을 빌려 대출금을 갚거나 아니면 기업회생절차,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평가기관인 한신정평가 박세영 책임연구원은 “34개 주요 건설회사를 조사한 결과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PF가 60% 정도였다”며 “이를 감안할 때 전체 PF 67조원 중 40조원가량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자금”이라고 추산했다.

대형 건설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지금처럼 저축은행이 PF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한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 D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은 “요즘 중대형 아파트는 인기가 없어 1년 동안 노력해 중대형의 지방 사업장을 간신히 중소형으로 인허가를 변경했는데 저축은행이 만기 연장을 거부해 분양도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계획보다 지연됨에 따라 시간이 필요한데 금융회사가 이런 여유를 전혀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사업자금 1000억원을 5개 저축은행으로부터 PF 방식으로 빌렸다. 실제 중견 건설사인 C사는 최근 금융회사의 PF 만기 연장 거부로 공공택지 계약금 100억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떼이기도 했다.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금융회사의 대출금 회수도 건설업체의 목을 조르고 있다. D건설사 영업본부장은 “경기 북부 A사업장의 경우 분양은 90% 이상 됐지만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거나 늦춰 잔금 회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저축은행이 준공 3개월이 지나자 계약자 대신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금을 갚으라고 해 급전에 해당하는 CP(기업어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건설회사 보증으로 계약자가 대출 받을 수 있게 알선한다.

이 때문에 4월 중순 현재 시공능력 평가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중 28개사가 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신청했다. 중환자실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회사 비율이 28%나 되는 셈이다. S건설사 자금팀장은 “올해 안에 이 비율이 50%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성 분석 등을 제대로 못한 건설업체의 잘못이 크다. 4월 12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삼부토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중 주택사업 비중이 7.4%에 불과했지만 서울 서초구 주택사업 한 건으로 회사가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일부 건설업체 오너의 도덕적 해이도 많이 지적된다. 건설업계에서는 회사가 부도 나도 오너 재산은 전혀 문제 없다는 얘기가 많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저축은행 추가 구조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건설사들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5~6월에 결과가 나올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4월 말까지 건설업체에 대한 기본평가를 마무리해 세부평가 대상 업체를 선정하고 5~6월 이들 업체를 종합 평가해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 C(워크아웃), D(법정관리) 등급으로 나눌 방침이다. C, D등급을 받은 기업은 채권단과 협약을 맺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PF가 건설업계의 뇌관이 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입주율이 떨어지면서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됐다. 업계에서는 전체 PF 67조원 가운데 정상적 사업 추진으로 상환이 가능한 액수는 많아야 절반쯤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줄부도 위기감 확산이 신용 문제로 이어져 시장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더 버티지 못하는 건설업체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PF 구조를 하루빨리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부동산 PF 유동화 개선 방향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PF사업의 구조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프로젝트별 독립성 강화, 자본 확충, 담보 마련, 상환 기관 확보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시행사가 한꺼번에 여러 PF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제한하고 적정 수준의 자본과 담보를 미리 확보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지연 등에 대비해 대출 만기를 충분한 여유를 갖고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금융회사도 리스크 나눠야?전문가들은 건설사에만 전가되고 있는 PF 사업의 리스크와 책임을 금융회사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은행이 대출만 하고 지급보증, 책임완공 보증 등으로 안전장치를 하면서 리스크를 전혀 부담하지 않고 건설업계에만 부담을 떠맡기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악순환을 끊으려면 건설사가 빚 보증을 서지 말고, 은행도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PF 사업의 부실화에 대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시행사와 건설사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은행과 저축은행이 지급보증에만 의존하는 투자 성향을 개선하지 않으면 PF 시장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상당수 건설사가 올해 안에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건설사와 금융회사의 PF 만기 연장 협의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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