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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쉬워진 운전면허, 보험사 불안

[Issue] 쉬워진 운전면허, 보험사 불안

운전면허 취득과정 간소화로 사고 우려가 커지면서 손해보험사 손해율 분석이 예상된다.

운전면허 취득절차 간소화 조치 뒤 첫 방학을 맞아 간단하게 운전면허를 따는 젊은 운전자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들 운전자의 사고 가능성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간소화 조치 이후 기능시험 합격률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간소화가 처음 시행된 6월 10일 합격률은 1종 95.3%, 2종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 1일부터 6월 6일까지 시행된 면허시험 평균 합격률 1종 45.9%, 2종 51.5%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간소화 조치로 학과시험은 기존 문제은행 752문항에서 300문항 내에서 출제돼 쉬워졌다. 장내 기능시험은 11개 항목 700m코스에서 2개 항목 50m코스로, 의무교육시간은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크게 축소됐다.

최근 기능시험을 통과하고 도로주행 연습 중인 대학생 서소현(23)씨는 “시험이라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직진 50m를 가기만 하면 합격이더라”면서 “실제 도로에 나가서 운전하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능시험 합격자는 운전전문학원을 다니며 도로주행 연습을 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6시간만 이수하면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서씨는 “특히 주차나 후진 경험이 없어 접촉사고가 많이 날 것 같아 겁난다”고 말했다.

아직 보험업계는 면허취득 간소화와 사고에 대한 연관관계를 관망하고 있다. 대학생 방학이 시작되는 7월부터 간소화된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는 인구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도로로 자동차를 끌고 나오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동차보험사 영업 매니저는 “아직까지 회사에서 면허취득 간소화 관련 지침이 내려온 바 없다”면서 “보험료 불이익 등이 계산되려면 상당기간에 걸쳐 간소화 관련 손해율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손해율은 보험매출 대비 사고에 따른 보험금 지급총액을 나눈 비율이다. 사고가 늘어나면 손해율은 올라가고 그만큼 보험사 수익은 줄어든다. 손해보험협회는 영업비 등을 고려한 적정 손해율(손익분기점)을 71%로 보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 손해율은 1995년 92.3% 이래 최고 수준인 90%대까지 올라갔다. 올해 들어 유가상승, 구제역 파동에 따라 자동차 운행량이 줄어들면서 손해율은 점차 낮아져 지난 4월 72.7%, 5월 74.1%, 6월 73.3%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여름 비가 많이 오고 휴가철이 끼어 있어 7월 손해율은 이보다 다소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보험료 할증 기준이 되는 보험금이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자동차 수리 가격도 올라 작은 접촉사고가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부담은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능시험 축소에 따라 주차나 후진 등에 미숙한 운전자가 늘어나면 보험사 손해율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운전면허 간소화에 따른 손해율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최근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실제로 사고를 내는 빈도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나 운전면허 간소화를 통해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대체로 젊은 사람일 경우가 많고, 이들은 피보험자 중심의 통계 수집에서 누락될 수 있다. 아빠 차, 엄마 차를 끌고 나와 사고를 낼 경우 통계로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 김영산 홍보팀장은 “운전면허 간소화 영향이 곧바로 보험사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 방향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적어도 1년 이상 사고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손해율 분석은 운전면허 취소자에 대한 대규모 사면에 따른 영향 분석뿐이었으며, 운전면허 간소화와 같은 제도변경에 따른 손해율 변화를 분석한 적은 없다.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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