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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전세시장 거침없는 하이킥

[Real Estate] 전세시장 거침없는 하이킥

서울 잠실의 한 상가 안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하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서울·수도권 전세시장 움직임이다.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전세와 매매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전셋값은 뛰는 데 집값은 약세다. 앞으론 다를 거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시장에 따라서 매매시장도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이 또 뛰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요즘 전세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전셋값이 오름세다. 계절적 비수기라는 5월부터 전셋값이 올랐다. 전세 수요 역시 줄지 않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한미공인 김춘숙 대표는 “학군 수요가 썰물일 때는 전셋값이 빠져야 가을 성수기 때 다시 오르더라도 부담이 덜한데 전셋값이 내릴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공인 관계자는 “장마가 시작됐는데도 전세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강북 모두 전셋값 뛰어불과 한 달 사이에 전셋값이 5000만~1억원씩 올랐지만 그나마 전세 매물이 없다. 근처 5, 6개 아파트 단지에서 나온 전세가 다 합해 10개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인근 역삼래미안 아파트 109㎡형(이하 공급면적) 전세는 2, 3주 전만 해도 5억5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억원 이상 오른 6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개나리래미안 145㎡형도 한 달 사이 5000만원 이상 상승한 7억~7억2000만원 수준이다.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은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거침없다. 강남구 개포동 우성8차 111㎡형은 7월 들어서만 2000만원 오른 3억4000만~3억6000만원이고, 강남구 대치동 롯데캐슬 136㎡형도 5억5500만~5억7500만원 선으로 6월 말보다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락동 삼환 110㎡형은 2억1500만~2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송파동 삼성래미안 119㎡형도 3억4500만~3억7500만원으로 매물이 나와 6월 말보다 1000만원 이상 전셋값이 뛰었다. 전통적 학군 수요 지역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 들어 목동 전세시장은 비교적 ‘조용히’ 출발했다. 아파트 전셋값은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하반기처럼 폭등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5월 중순부터 전세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학군 수요가 일찌감치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개업소들은 “5월 중순부터 6월 한달 간은 정신 없이 바빴다”며 “이때 전셋값도 1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뛰기는 서울 강북권도 예외는 아니다. 전세 물건이 거의 없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는 3800여 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임에도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전세 물건은 총 10가구가 안 된다. 새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1년 전에 비해 1억원 급등했다. 그런데도 대기 수요가 넘쳐나고 있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전셋집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분당·용인·수원 등 수도권도 연초보다 1000만~2000만원 뛰었지만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장마 등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전셋값이 뛰는 원인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 등지는 전통적으로 학군 수요 지역이다 보니 여름방학을 앞두고 5, 6월 전세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5, 6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면 2학기 개학에 맞춰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경우 학군 수요에다 재건축 아파트 이주 수요도 몰리고 있다. 대치동의 경우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친 청실 아파트 1378가구와 인근 빌라까지 총 1446가구가 이주 대상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전셋집을 구하기 시작할 예정이어서 전세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대치동 토마토공인 관계자는 “청실 아파트 거주자는 교육 여건 등을 이유로 대치동을 벗어나길 꺼린다”며 “벌써부터 매물이 부족한데 이주가 본격화하면 전셋값 상승세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분당·용인 등 수도권은 비싼 전셋값을 견디지 못한 서울 강남권 등지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강남→분당→용인으로 수요가 흘러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 전세시장이 딱 그런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전셋값이 뛰자 분당이나 용인으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9월 분당 정자동에서 서울 강남을 잇는 신분당선 개통을 앞두고 있어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분당에서 강남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다.

수요가 밀물일 때 전셋값이 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데 문제는 요즘처럼 학군 수요가 줄고 장마가 시작되는 비수기에는 전셋값이 빠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초 이후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뛰니 전세 수요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며 “요즘 같은 패턴을 유지한다면 겨울방학 학군 수요가 몰리는 가을에 전셋값이 또 한 차례 들썩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주 물량은 줄고 철거 물량 늘어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반기에는 전셋집 공급도 줄어든다. 하반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40%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전국 입주물량은 6개월 평균 14만9000여 가구다. 올 하반기엔 9만9000여 가구로 평균보다 5만 가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도 많이 사라진다. 올 하반기 착공을 위해 철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서울에서만 30곳 2만2000가구 정도다.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센스공인 강희구 사장은 “1400여 가구의 대치동 청실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한 달 새 3000만~5000만원 뛰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도 전세시장의 불안 요소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더욱 움츠러들고 전세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다 이전 전셋값 급등에 대한 ‘학습효과’와 여야의 전·월세 상한제 추진이 전세 선점수요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 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매매시장 활성화로 전세 수요의 일부를 매매 수요로 돌려 병목현상을 보이는 전세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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