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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부동산시장 전망] 터닝 포인트가 다가오고 있다

[중장기 부동산시장 전망] 터닝 포인트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부동산시장이 어지럽다. 지난해 8·29대책 이후 단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리와 정책 변수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동조화도 깨졌다.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지방 강세-수도권 약세, 매매 약세-전세 강세를 실현함으로써 탈동조화, 불균형 현상이 뚜렷해졌다.

주택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난맥상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집값은 8·29대책 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올 3월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3·22대책 후 DTI규제 부활 및 금리인상과 맞물리면서 집값은 다시 하락의 길을 걷게 된다. 올 7월 말 이후 주택시장의 바로미터 기능을 하는 재건축 집값이 재상승하면서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지역별로 온도차도 심하다. 지방 대도시는 분양시장의 활황 장세로 시끌벅적한 반면 수도권은 미분양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시장과 달리 토지시장은 8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해 선방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한마디로 최근 1년간의 부동산시장은 반전과 재반전의 ‘대혼돈 상태’다. 당연히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와 투자자도 혼란에 빠졌다. 갈팡질팡하는 장세에 따라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전문가도 감(感)을 못 잡고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의 단기 흐름이 바뀔 때마다 제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예컨대 8월 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바닥론과 시기상조론이 함께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주택시장은 가격과 거래량 지표로 볼 때 지난해 하반기께 이미 저점을 찍었다는 게 연구기관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바닥론에 함몰돼 있거나 시장의 방향성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단기 방향성에 집착해 중장기 흐름을 도외시한 채 단기 전망에 따라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관행 때문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주택 등 부동산은 한번 매입하면 최소 3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장기투자 대상임에도 일반인은 단기 흐름을 좇아 투자하는 행태가 일반화돼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부동산은 정책, 금리 등 핵심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의 단기 흐름을 좇아 투자하기보다 3년 이상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부동산은 향후 어떻게 바뀔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전환기(터닝 포인트)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큰 흐름이 바뀌는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부동산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락 또는 버블 붕괴론은 과장부동산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해까지 시장을 강타했던 폭락론 내지 거품 붕괴론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언론매체를 통해 폭락론이 과장되게 각인된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른바 ‘일본식 거품 붕괴론’의 공포는 지금도 국민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다. 전셋값의 고공행진에도 실수요자들이 선뜻 매매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택가격 버블 논란의 쟁점은 크게 서너 가지로 요약된다.

버블 붕괴의 주장 근거는 현재 국내 집값 수준이 과도해 붕괴 가능성이 높은 데다 향후 저출산,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위축되며 고령화로 은퇴계층의 처분 매물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비중 및 가계부채가 많고 소득 대비 높은 집값으로 주택의 투자 매력도가 감소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는 주로 2009년 이후 발표된 민간 연구기관과 금융기관 부설연구소의 보고서가 진원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은 폭락 내지 버블 붕괴론의 주장과 달리 대내외적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2000년 이후 지난 10년간 국내의 집값 상승률은 미국,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 비해 절반 이하를 기록했고 2007년 이후, 특히 2008년 하반기 국제 금융위기 이후 4년간 충분한 조정을 거치면서 거품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할 수 있다.

둘째, 2018~2022년께 인구가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하며, 특히 35~54세에 해당하는 주택의 실구매층 및 1955~1963년생의 1차 베이비부머(약 712만 명)의 은퇴로 주택수요 감소와 함께 은퇴 처분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는 점이다. 외국인 유입, 고령화 등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데다 가구 분할로 2030년까지 가구 수 증가로 인해 주택 수요가 유지되고, 특히 역모기지론(주택연금) 제도로 65~70세까지는 신규 주택구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계부채 증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 구매력이 약화되고 소득 대비 PIR(주택가격지수)이 높은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비율과 연체율이 낮은 데다 국제 수준 대비 낮은 주택보급률, 자가주택 소유율,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그리고 실물경기 호전, 공급량 감소 등을 감안할 때 가격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013년까지 상승, 2020년까지 안정세이상을 종합 요약하면 단기적 불안요인과 인구, 가구 구조 그리고 가계자산 구조의 변화 등에 따라 중장기적 주택가격 하락 요인은 존재하나 폭락론, 거품 붕괴론, 대세 하락론 등은 위험을 과대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즉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인구 및 가구 수가 증가하는 2017~2020년까지는 주택가격의 안정적 추세가 이어진다는 추정이다. 특히 수도권은 인구, 가구 수 변화 추이를 볼 때 2030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집값 하락이 가능할 전망이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는 인구, 금리, 실물경기, 수급, 정책, 투자심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별로는 TOD(대중교통망)와 SOC(사회간접자본), 생활편의시설, 문화교육시설과 주거 트렌드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주택가격은 여러 요인과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기본적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른 수급 요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주택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택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나눠 단기 및 중장기적 수급상황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필자의 견해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 논문, 학술자료 등을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먼저 향후 인구 및 가구 수 변화에 따른 주택 수요 예측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토해양부는 2010~2012년까지의 연평균 주택 수요를 전국 43만 가구, 수도권 25만 가구, 서울 5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와 가구 요인에 의한 주택 수요는 감소하지만 주택 멸실, 소득증가 요인에 의한 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둘째, 주택의 주 구매층인 35~54세 인구는 전국적으로는 2011년, 수도권은 2017년께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60세를 넘어서는 2018~2020년까지는 수요 자체의 크기가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구 수 증가가 멈추는 2030년 이후에는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80세를 초과하는 2038~2040년 이후엔 주택 수요의 감소폭이 커질 전망이다.

셋째, 지역별로는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보다 지방의 주택 수요 감소폭이 크며, 2030년까지 수도권의 주택 수요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넷째, 1, 2인 가구 급증 및 고령층 증가로 대형 주택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중소형 주택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소득 양극화에 따라 저소득층 대상의 주거 서비스와 젊은 독신층, 무자녀 가구, 대학생 등 1, 2인 가구 대상의 도심 내 다양한 소형 주택 수요 증가는 예상된다. 소득 3만 달러가 넘어설 경우 고소득자 대상의 고급주택,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중소형 아파트, 전원주택이나 건강, 레저, 복지시설을 갖춘 중소형 특화주택을 선호해 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지역·상품별 양극화 심화될 듯다음으로, 향후 주택 공급 및 수급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도권의 경우 2011년은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30~40% 줄어들고 미분양 물량도 감소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지방에 나타난 주택경기 회복세가 2011년 하반기 이후엔 수도권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보금자리주택 공급,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등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의 급등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둘째, MB정부는 2018년까지 매년 50만 가구씩 총 500만 가구의 공급계획을 수립했고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을 통해 과거보다 많은 주택 공급이 이뤄져 2020년까지 주택 공급은 증가할 전망이다.

셋째, 수도권은 2011년 이후 2년간 입주물량 부족으로, 2013년까지는 공급물량 부족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관측된다. 즉 민간주택의 공급 감소,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사업의 지체, LH의 재정난으로 2기 신도시 공급 차질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로 2020년대 중반께에는 주택보급률 100%가 달성되고(현재 95.4%) 주택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뀔 전망이다. 다시 말해 주택가격 변동폭 둔화, 주택 수요의 다양화,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의 축소, 임대사업의 증가 등이 예상된다.

이상의 내용은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으로 신규 주택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경우 집값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주택시장은 폭락이나 버블 붕괴 가능성보다 2013년까지 2~3년간의 상승을 거쳐 2020년까지는 안정세, 2030년 이후 본격 하락의 흐름을 연출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다. 특히 인구 및 가구 수가 증가하는 2020년께까지 수도권은 물가상승률 수준의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아울러 1, 2인 가구가 증가하면 소형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주거수요의 고급화, 주거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경우 입지와 주거여건이 좋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지역별 차별화와 상품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게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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