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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돌아온 커피왕 “망고로 커피업계 흔든다”

[CEO] 돌아온 커피왕 “망고로 커피업계 흔든다”

강훈 KH컴퍼니 대표는 9월 14일 망고 식스 도산사거리 매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망고 식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토종 커피 브랜드 할리스커피의 창업자. 카페베네를 국내 1위(매장 수 기준) 커피전문점으로 만든 일등공신.

강훈(43) KH컴퍼니 대표가 카페베네를 떠난 지 4개월 만인 올 4월 새 브랜드 ‘망고 식스(MANGO SIX)’로 돌아왔다. 자타 공인 커피왕이 망고로 새 도전에 나선 까닭은 뭘까.
2007년 가을. 그는 무작정 홍콩으로 떠났다. 그의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강훈 KH컴퍼니 대표. 한때 그는 ‘커피왕’으로 불렸다. 글로벌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 론칭 추진(1997), 커피 토종 브랜드 할리스커피(1998) 창업자로 명성을 쌓았다.

단돈 1500만원으로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46㎡(14평) 규모로 시작한 할리스커피는 스타벅스에 맞서는 토종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14평의 기적’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런 그가 커피업계를 떠난 건 2004년이었다. 할리스커피의 M & A(인수합병)가 화근이었다. 그는 할리스커피가 50호점을 넘긴 직후 운영권을 엔터테인먼트그룹 플레너스(현 CJ E & M)에 넘겼다. 이후 1년간 전문경영인으로 할리스커피를 이끌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회사가 돌아가자 사표를 던졌다.



홍콩의 선물 ‘망고’졸지에 야인이 된 그는 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에 닥치는 대로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친구를 믿고 투자한 ‘올인 테마파크 프로젝트’에선 투자금 1억원을 모두 날리는 수모도 겪었다. 2007년 강 대표의 심경은 어땠을까. “할리스커피를 떠난 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어요. 홍콩 여행은 일종의 탈출구였죠.”

그는 홍콩 거리를 누볐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선 걸어야 했다. 그러던 중 홍콩의 소호(SOHO)거리에서 ‘허유산(許留山)’이라는 망고 디저트 전문점을 발견했다. 규모가 33㎡(약 10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가게였지만 손님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허유산에서는 100% 생(生)망고주스를 팔았다. 신선하고 달콤했다. 강 대표의 머리에 가수 ‘김C’가 스쳤다. “2004년 김C가 부른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라는 CM송이 유행했잖아요. 100% 생망고를 국내에 들여오면 성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연히 아이템을 잡았지만 사업화는 망설였다. 숱한 사업실패로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더구나 커피와의 ‘연결고리’도 찾지 못했다. “망고와 커피가 도통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서브 아이템’이 있다면 괜찮을 텐데’라는 생각만 맴돌았죠.”

그로부터 1년 후인 2008년. 그는 커피업계에 조용히 복귀했다. 업계를 떠난 지 5년 만이었다. 돌아온 커피왕의 무대는 카페베네였다. 카페베네는 당시 대대적인 광고를 했음에도 매장이 두 곳에 불과했다. ‘추풍령 감자탕’으로 사업을 일군 카페베네 김선권 사장으로선 커피 전문가가, 강 대표는 명예회복의 장(場)이 필요했다. 둘은 쉽게 의기투합했다.

강 대표는 기존 마케팅 방식을 버리고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마케팅을 펼쳤고 성공했다. 카페베네는 업계 최초로 600호점(올 9월 현재 660여 개)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매장 수에선 스타벅스(330여 개)를 눌렀다. 김 사장과 강 대표의 눈은 해외로 쏠렸다. 둘은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벅스와 승부를 겨뤄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0년 11월, 강 대표는 미국 뉴욕과 하와이를 방문했다. 카페베네의 성공 가능성을 현지에서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정작 강 대표는 그곳에서 다른 확신을 가졌다. “뉴욕과 하와이에 요거트 전문점이 많더라고요. 잠시 접어놨던 망고 아이템이 떠올랐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망고에 커피, 그리고 요거트를 조합하면 웰빙 디저트 전문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사표를 던졌다. 2007년 홍콩에서 구상했던 망고 전문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김선권 사장은 만류를 거듭했지만 결국 행운을 빌어줬다.

올 1월 자본금 5억원을 들여 KH컴퍼니를 설립한 그는 4월 망고 식스 전문점을 서울 압구정동에 냈다. 주변 평가는 인색했다. “망고로는 가능성이 없다”는 쓴소리가 많았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장은 늘 새로운 걸 요구한다”는 이유였다.



올 하반기 미국시장 진출망고 식스는 신개념 디저트 전문점이다. 망고 식스의 식스는 Sensitive(감각적인)· Style(유행)·Social(사회적인)·Sweet(달콤한)·Slim(날씬한)·Sexual(성적인) 머리글자 S를 따서 만들었다. 망고 식스의 기본 틀은 스타벅스, 카페베네와 비슷하다. ‘맛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전략대로 매장 고급화를 꾀했다. 카페베네가 연예인 마케팅으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망고 식스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NOA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었다. NOA엔터테인먼트는 전도연·공효진·류승범 등의 소속사다. 강 대표는 “기본 마케팅 틀은 다른 커피전문점과 유사하지만 콘텐트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망고 식스의 중심은 이름대로 망고 주스다. 100% 생망고를 갈아 만든다. 올 9월 필리핀에서 망고를 직수입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그는 “망고의 유통기한은 일주일에 불과하다”며 “100% 생망고주스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망고 식스에서 파는 커피 품질도 차별화했다. 브라질·콜롬비아·과테말라의 고급 원두 품종인 아라비카를 사용한다. 올 8월 15일부터는 블루마운틴(자메이카)·모카(예멘)와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꼽히는 ‘하와이안 코나’를 직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강 대표는 올 7월 하와이안 코나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토미 그린웰(코나 커피 연합회장) 그린웰 팜스 농장주와 국내 최초로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망고 식스 매장에선 값비싼 하와이안 코나 커피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KH컴퍼니 강현욱 차장(마케팅팀)은 “백화점에서 약 6만원인 코나 원두(200g)를 망고 식스 매장에선 3만원에 판다”고 말했다.

망고 식스는 론칭 5개월 만에 매장 25곳을 열었다. 커피전문점 중 가장 빠르게 매장을 확대한 카페베네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카페베네는 매장 10곳을 여는 데 8개월이 걸렸다. 강 대표의 목표는 망고 식스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먼저 중국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올 2월 중국의 국영투자개발회사 중신궈안(中信國安)그룹과 현지법인 설립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일본 도쿄 롯폰기(六本木)에는 올 하반기 망고 식스 법인이 설립된다. 강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곳은 ‘프랜차이즈 본토’ 미국이다. 그는 “미국시장에서 제대로 론칭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없다”며 “망고 식스는 올해 말 LA에 직영점을 열고 미국 진출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신의 저서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카페, 카페베네 이야기』에 이렇게 썼다. “나는 만족을 모른다.” 망고 식스가 성공하면 그의 다음 플랜은 뭘까. 강 대표의 말에 답이 있다. “망고 식스의 후속 브랜드는 커피 식스입니다. 식스(Six) 시리즈를 통해 규모를 키울 계획이죠. 제 롤모델은 식품전문기업 SPC그룹입니다.”

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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