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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서울·수도권에 ‘깡통 아파트’ 속출

[Real Estate] 서울·수도권에 ‘깡통 아파트’ 속출

과거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가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려간 지역에서 깡통 아파트가 속출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용인시가 1188가구로 가장 많았다. 사진은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나면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서울·수도권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5억3000만원이 시세인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최근 4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이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에 집주인이 서둘러 팔려고 한 경우였다”며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2006~2007년에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구입한 집주인들이 더 이상 대출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깡통 아파트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공인 이병호 사장은 “소득에 따라 대출액을 제한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2006년부터 시행됐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집값의 70~80%까지 대출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액이 집값을 초과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건수 늘고 미수 건수도 급증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대출액이 집값의 50%를 넘지 않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빼면 사실상 깡통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2년 전 대출 2억원, 전세보증금 3억원에 전세를 놓은 아파트 시세가 5억원으로 떨어진 경우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빼면 집주인에게 남는 돈이 하나도 없는 경우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정수지 공인중개사는 “요즘 강남권에 ‘월세 반, 전세 반’인 이른바 반전세가 느는 원인 중 하나가 해당 주택에 대출이 많이 끼어 있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 문제가 복잡한 아파트는 정상적인 거래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서울·수도권 아파트가 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청구 건수는 2008년 3609건에서 지난해 5402건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8월까지 3880건이 경매시장에 넘어갔다. 서울·수도권 전체로 보면 아파트 경매 청구 건수가 2008년 1만893건에서 2010년 2만685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 8월까지도 1만3481건이 경매청구됐다.

이 중 일부는 경매시장에서 정해지는 낙찰가액이 채권자의 청구금액보다 낮다. 낙찰가액이 청구금액보다 낮은 경우 채권자도 손해를 보게 된다. 예컨대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사람이 대출금을 갚지 않자 돈을 빌려준 사람이 경매를 신청했는데 경매시장에서 아파트가 9000만원에 낙찰돼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다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경매업계에서는 이런 경우를 미수 건수라 부르는데 서울·수도권 아파트 중 이런 미수 건수는 2008년 879건에서 2010년 2799건으로 급증했다. 미수금액도 2008년 1544억원에서 2010년 3849억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2008년 8월 이후 3년간 서울·수도권에 이런 아파트는 모두 8242건 발생했다. 깡통 아파트는 경기 지역이 55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988건, 인천이 697건이었다. 이들 아파트가 갚지 못한 돈은 모두 1조1595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1억4068만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과거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내려간 곳에서 깡통 아파트가 속출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용인시가 1188가구로 가장 많았다. 은행 등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받지 못한 돈은 1529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1억2875만원이었다. 용인시는 부동산 활황기에 집값이 강세를 보였던 대표적인 지역 중 한 곳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용인시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평균 54.4% 올랐다. 그러나 이후 3년간 평균 11.8% 떨어져 경기 지역에서 파주시(11.8%)에 이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용인시 뒤로는 고양시가 804건을 기록했다. 고양시 일산서구 435건, 덕양구 189건, 일산동구 180건이었다. 이들 지역도 2005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집값이 평균 50% 이상 올랐다가 금융위기 이후 10% 안팎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244건 704억원)·송파구(207건 506억원)·서초구(183건 665억원) 등 강남3구와 양천구(155건 375억원)와 같은 인기 지역에서 깡통 아파트가 많이 발생했고, 인천에서는 청라지구가 있는 서구(193건 125억원)와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134건 145억원)에 많았다.



가계대출 억제로 깡통 아파트 더 늘 듯앞으로 이런 깡통 아파트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분간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정부의 압력으로 은행들이 가계대출 회수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은행들이 가계대출 회수에 나서면 주택시장에 큰 충격이 오게 마련”이라며 “올 추석 이후 깡통 아파트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사업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이런 깡통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매매시장에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급매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경매시장에서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에게 유리하게 부동산 관련 세제가 바뀌었기 때문에 임대사업환경이 더 좋아졌다. 9월 7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을 보면 임대주택 외에 다른 주택이 있더라도 1가구 1주택 요건을 갖추면 임대주택이 아닌 실거주 목적의 주택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이전엔 주택임대사업자 지위를 얻으려면 3억원 이하 주택을 수도권에 3채 이상 보유해야 했는데, 이번 개편안에는 금액이 6억원으로 늘어났고 1주택이더라도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소형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층이 많고 전셋값 급등으로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며 “현 시세보다 싼값에 집을 구해 임대사업을 할 경우 임대수입은 물론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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