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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중소기업의 환 위험 대책] 환변동보험으로 리스크 분산

[Finance 중소기업의 환 위험 대책] 환변동보험으로 리스크 분산

물리치료와 수술에 쓰이는 특수 접착테이프를 만드는 알터메드의 최승원 사장은 출근하자마자 원화값부터 살핀다. 이 회사에서는 제품 대부분을 30여 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110억원이었다. 최 사장이 원화값에 신경을 쓰는 건 원화 가치로 따지면 수출 대금 액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나라에 수출하면 물건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금을 결제해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알터메드의 주력 시장은 미주와 유럽이다. 결제대금은 대부분 선적 후 한 달 후에나 들어온다. 그 사이 원화 가치 변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적자 수출 피하려다 거래선 놓칠 수도 최 사장은 “외환에 대한 지식도 없고, 대기업처럼 외환을 담당할 직원도 없어 환 위험 대책이 사실상 없다”며 “1달러당 원화 가치가 1000원선까지 견딜 수 있도록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출을 하고도 나중에 원화 가치가 올라 손해를 보는 ‘적자 수출’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가격을 높여 잡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화값이 슬슬 오르면서 조바심이 난 최 사장은 채산성이 더 떨어지기 전에 가격을 다시 올릴 생각이다. 기존 거래선을 놓칠 우려가 있지만 품질에 자신이 있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동에 기계 부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의 이모 대표도 환 위험에 대한 쓰린 경험이 있다. 그는 한 때 잘나가는 무역회사 직원으로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그러나 수입에 의존하던 회사는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문을 닫고 말았다. 이어 중고차 수출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맡은 그는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덕에 꽤 좋은 실적을 냈다. 다만 그것도 잠시였다. 원화 가치가 안정되면서 이익이 줄자 그 회사 역시 사업을 접었다. 그 후 이 대표는 직접 창업에 나서 중동지역에 기계 부품을 수출했다. 중동지역 거래선이 늘면서 회사가 조금씩 커졌지만 환 위험을 따로 관리하진 않았다. 직원 수가 10명도 되지 않아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결국 원화 가치 급변 탓에 손실을 보고 폐업했다. 새로 수출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 대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 나가기 위해 외환선물 상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전에는 제품의 마진보다 원화 가치 변동에서 이익을 기대하는 수출중소기업이 제법 있었다”면서 “나 역시 그렇게 사업을 하다 쓴 잔을 마셨다”고 덧붙였다.

수출입 중소기업들은 최근 원화값 상승 탓에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달러당 1200원대에 이른 원화 가치는 2월 17일 1125원까지 올랐다. 환 위험 대책을 세우지 않은 수출 기업이라면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달러짜리 제품을 팔면 1200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1125원 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에 292개 수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원화 가치 변동에 대한 대책이 없는 기업의 비율이 37.3%에 이르렀다. 한국무역협회가 2006년에 ‘중소 수출기업 환리스크 관리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들 때는 73.8%의 기업이 “환 위험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큰 손실을 입은 기업이 많아 환 위험을 인식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인식만 조금 달라졌을 뿐 뾰족한 대책을 세운 기업은 많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면 환 위험에 대비했다는 업체(62.7%) 중 12.4%는 대금 결제일을 조정했다. 이 방법은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변할 때 잠깐 유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원화 가치가 출렁이는 기간이 길어질 때 결제일을 무작정 조정해줄 거래처는 많지 않을 것이다. 11.6%는 결제통화를 다변화 했다.

달러보다 안정적인 엔화 등으로 결제대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만 엔화 역시 결국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가치 변동에 따라 경영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1.1%는 이미 결제한 달러 등의 통화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원화 가치 변동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달러 가치가 변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미봉책이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원화 가치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는 18.7%의 기업은 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이나 선물회사의 파생상품을 이용했다.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 이후 10년 동안 2004~2007년의 3년을 제외하고는 원화 가치가 1~2년 사이에 20% 넘게 큰 폭으로 상승 또는 하락했다. 그런데도 국내 수출입 중소기업은 환 위험 대책을 세우는데 소홀한 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환 위험에 기업의 존폐가 갈릴 수도 있지만 외환을 전담할 인력을 두기도 어렵다. 규모가 꽤 되는 기업도 환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휴대용 PDA를 수출하는 한 기업은 수출액이 300억원이 넘을 때도 CEO가 직접 수출 대금을 관리했다. 숫자에 밝은 자신을 믿은 것이다. 이 회사가 외환 거래로 손해를 본 적은 없지만 도박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이 회사는 수출액이 500억원이 넘어서야 재무 전문가를 뒀다.



원화 가치 큰 폭 상승·하락 반복환 위험 관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기업이 담당자를 두고 시스템을 갖추긴 어렵다. 방법은 있다. 외환 담당자가 없는 중소기업이 환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수출보험공사나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시중은행의 선물환, 선물회사의 통화선물을 활용할 수 있다. 환변동보험은 기업이 보험공사와 보험계약을 맺는 것이다. 예상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거나 올라 손실이 발생하면 그것만큼 수출보험공사가 차액을 결제해준다. 대신 차익이 발생해도 기업에 추가 이익은 없다.

환변동보험은 예치금 형식의 증거금이나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신용조사만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상품이다.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요율은 6개월 동안 헤지를 할 때 거래대금의 0.035%~0.02% 수준이다. 지난해 이 상품에 가입한 회사는 536개로 모두 1조8292억원을 헤지했다. 가입 회사의 94%가 중소기업이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이규형 부장은 “금융회사에서 충분히 위험 요소를 설명하지 않았든 아니면 중소기업 CEO가 과욕을 부렸든 결과적으로 키코 사태는 환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선물환을 이용할 수도 있다. 기업의 환 위험을 은행이 덜어주는 방식이다. 은행이 미리 헤지한 통화를 기업과 거래하는 식이다. 은행은 3개월 동안 20만 달러를 헤지할 때 80만원의 자문 수수료를 받는다. 환차익의 일부를 받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이 풍부하고 신용이 높은 은행이 환 위험을 대신 관리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그러나 거래 규모에 따라 조건이 달라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또 거래 규모에 따라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유리하다.

중소기업이 환 위험 관리비용을 줄이면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게 통화선물이다. 선물회사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통화선물 상품으로 환 위험을 관리한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은 시장환율로 거래돼 규모가 작은 기업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증거금은 전체 수출입 금액의 4.5% 수준으로 표준화돼 있다. 매매 수수료는 거래 대금의 0.005%다. 일정한 수수료를 내면 선물회사 전문가들이 환 위험에 대해 조언해준다. 이들은 환율을 전망하고 분석해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수출입 대금을 관리할지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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