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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해를 품은 달’ 보며 성장주 찾는다

[Stock] ‘해를 품은 달’ 보며 성장주 찾는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풀 꺾이고 미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도 대형주 중심으로 올랐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안팎에서 오르내리며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중소형주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김호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도 슬금슬금 올랐지만 대형주에 밀려 시장의 관심 밖이었다”며 “앞으로는 중소형주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가운데 K팝 열풍과 종합편성채널 출범으로 주목 받는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주부 투자자 사이에 인기다.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주가를 예측하는 재미도 있어서다. 늘 경제TV를 보며 주식거래를 해온 10년차 투자자인 주부 박선희(39)씨는 최근 새로운 각도에서 연예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챙겨본다. 예컨대 어떤 제작사가 어느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인기는 어떤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는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새로 나올 음반이나 방영 예정인 드라마 소식을 유심히 본다. 어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할지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증시 횡보로 중소형주에 관심 둘 만박씨가 엔터테인먼트 종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딸의 같은 반 어머니들과 수다를 떨면서 부터다. 처음에는 “새로 나온 수목 드라마 첫 회를 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박씨는 그 드라마 제작사가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재미 삼아 주식을 조금 샀다.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자 제작사의 주식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재미를 느낀 박씨는 이제 연예기획사 쪽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어느 집 아이가 어떤 노래에 빠져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그런지 꼼꼼히 물어본다. 특히 연예지망생의 어머니에게 새로운 정보를 많이 듣는다. 새로 나온 노래의 가사가 낭만적이고 비트가 간결하다는 등의 평가라든지 신인 아이돌 가수가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이유 등 연예 전문가 못지 않은 분석이 오간다. 이에 더해 인기 걸그룹 멤버가 누구와 사귄다는 루머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새로운 앨범을 낸 뒤 펼치는 해외 공연 일정과 규모도 살핀다. 한류 바람을 타고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량이 늘면 그들이 속한 연예기획사 주식도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흔히 알려진 종목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주는 즐기면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엔터테인먼트주는 루머나 작은 사고에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어서 소액만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말처럼 엔터테인먼트주는 대중의 인기에 따라 오르내린다. 투자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특히 회사의 자본금, 자산가치, 영업이익률, 지분관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만의 판단이나 뜬 소문만 믿고 ‘덮어놓고 사자’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엔터테인먼트 종목 중 드라마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팬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연초 이후 2월 말까지 71.28%나 올랐다. 2월 29일 종가는 7000원이었다. 이 회사 주식의 지난 3월2일 거래량은 48만여건, 거래대금은 32억원 수준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이 같은 상승은 현재 시청률 40%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이 드라마의 제작사다. 시청률이 오르면 방송사의 광고수익이 늘고, 이에 비례해 제작사가 인센티브를 받는다. 높은 시청률 덕에 팬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이 회사가 만든 작품은 일본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역대 최고 가격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드라마 제작사 가운데 초록뱀도 관심을 모았다. 초록뱀의 주가는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덕에 연초 대비 58.5% 올랐다. MBC시트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 SBS의 ‘K팝스타’도 초록뱀의 작품이다. 초록뱀은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여러 작품을 쏟아내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44.3% 늘어난 168억원, 영업이익은 184% 늘어난 11억원을 기록했다.

IHQ는 케이블 채널과 외주 제작사를 거느리며 드라마 제작사 가운데 최대 매출액을 자랑한다. 그러나 여러 통신사업자와 제휴가 지연되면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기를 모은 ‘뿌리깊은나무’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다른 드라마의 지상파 방송 편성이 연기되고 소속 연예인의 재계약 문제가 불거지는 등 악재에 시달렸다. 방송업계에서는 종합편성채널 등에 IHQ가 콘텐트를 공급하면서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또 다른 수혜주는 키이스트다. 탤런트 배용준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는 이 드라마의 주연인 김수현의 소속사다. 키이스트는 지난해 ‘드림하이’를 만들면서 드라마 제작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키이스트의 매출을 보면 아직 드라마 제작보다 연예기획 비중이 크다. 배용준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한류 스타 김현중, 드라마 시청률 견인차인 임수정 등을 끌어 모았다. 키이스트 주가는 연초 이후 42% 올랐다.

한류 열풍으로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들을 거느린 기획사의 몸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월29일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이 10개월 만에 미니 5집 앨범 ‘얼라이브’를 발매했다. ‘빅뱅’은 앨범 출시와 더불어 본격적인 컴백 활동에 들어갔다. 새 앨범은 선주문 26만장을 받았다. 각 멤버의 광고 출연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 ‘빅뱅’은 3월2일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등 세계 16개국 25개 도시 월드 투어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빅뱅’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류 열풍과 종편 출범에 주가 상승아이돌 그룹을 거느린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양현석의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의 JYP Ent, 이수만의 에스엠이 빅 3로 불린다. 모두 가수 출신 사장을 둔 연예기획사다. 널리 알려진 로 K팝 한류 열풍을 이끈 주역들이다.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업종 대장주가 에스엠과 JYP Ent였다면, 올해 대장주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이들 빅3에 도전장을 낸 회사는 로엔엔터테인먼트다. 30~40대 아저씨팬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다. 아이유는 지난해 말 정규 2집을 발표하며 로엔의 주가 상승에 한 몫 했다. 아이유 말고는 눈에 띄는 가수가 별로 없지만 40여명의 연습생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음원시장 점유율 1위(46%)인 ‘멜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음원 유통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의 음원 유통을 맡으면서 지난해에만 유료 가입자 수가 130만명으로 300% 늘었다. 최근 ‘나는 가수다’의 투자 유통권한이 네오위즈인터넷으로 이전됐지만 월정액 유료 가입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는 CJ E & M을 빼놓을 수 없다. 온미디어, CJ 인터넷, 엠넷미디어, CJ 미디어, CJ 엔터테인먼트 5개사를 흡수·합병해 만든 회사다. 방송사업 부문이 총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케이블 TV 시장의 주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슈퍼스타 K’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수상한 가수 허각의 미니앨범과 참여 가수들의 앨범을 제작하고 공연을 기획해 좋은 실적을 냈다.



작은 사건사고에도 주가 영향 받아국내에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직까지 CJ E & M 뿐이어서 다른 종목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방송 제작 외에 게임, 영화, 음악, 공연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영화 쪽 사업만 봐도 한국 영화 산업의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거의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투자나 배급도 하고 있어 주로 주간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보면 주가 상승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도가니’ 등의 방화와 ‘미션임파서블 4’ 등의 외화로 재미를 봤다. 영화 부문에서 CJ E & M의 대항마는 롯데엔터테인먼트 정도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샤롯데씨어터와 롯데시네마 등이 공연 제작과 영화 배급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 점유율이 적고 인상 깊은 흥행작을 내놓지 못해 CJ E & M에 밀리고 있다. 여러 영화사나 배급사의 실적은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주간 박스오피스 순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순위와 함께 각 영화의 투자액과 실적을 챙겨보면 한 편의 영화로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보거나 들은 영화가 제법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베팅할 만하다.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테마주로 묶을 때가 많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거꾸로 큰 폭 하락할 위험도 크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재무이사는 “내가 재미있다고 해서 남도 재미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며 “가능한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대중의 관심은 금방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돌 그룹 ‘빅뱅’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건, 대마초 흡입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인기를 잃을 위험에도 처했다. 인기에 근거해 해당 기획사의 주가가 오른 만큼 인기가 떨어지면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보다는 드라마 제작사나 연예기획사의 영업환경이 좋아졌다고 해도 엔터테인먼트 주는 여전히 테마주로 분류된다”면서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위험에 대비해 소액을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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