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 절반이 ‘-’ - 이코노미스트

Home > 증권 > 증권 일반

print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 절반이 ‘-’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 절반이 ‘-’



지난해 말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던 한국형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이 시장수익률(코스피지수 등락률)도 추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원금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5일 현재 금융당국의 헤지펀드 인가를 받은 11개 운용사가 내놓은 20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10개가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형 헤지펀드 2개 중 1개는 절대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형 헤지펀드 중에서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1년 기준,3.6~3.9%) 이상 수익을 낸 펀드는 1개에 불과했다. 이제 6개월이 지나 좀 더 두고봐야 겠지만 헤지펀드의 최소 기대수익률인 시‘ 중금리+알파’에 크게 미달한 것이다.

헤지펀드 수익률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자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에 헤지펀드 수익률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헤지펀드 수익률이 공개되는 데 매우 민감하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헤지펀드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당국 입장에서도 겸연쩍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수익률 공개 꺼려지난해 말 선보인 신한BNPP자산운용의 ‘신한BNPP 명장 Asia ex-Japan 주식 롱숏’이 설정 이후 -8.6%의 수익률로 가장 부진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이 1.93%였음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과다. 이 헤지펀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을 대상으로 한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매수(롱)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숏)하는 방법) 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지만 변동장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손실이커졌다.

지난해 말 나온 한화자산운용의 ‘한화 아시아퍼시픽 롱숏’과 지난 2월 출시된 KDB자산운용의 ‘KDB파이오니어 롱숏뉴트럴’도 각각 -6.0%, -6.9%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밖에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 펀더멘털 롱숏’,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이지스 롱숏’, 동양자산운용의 ‘동양 MY ACE 안정형’ 등도 -2~-4%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삼성자산운용이 운용중인 3개 펀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한국형 헤지펀드의 체면을 살렸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는 7.2%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롱숏을 고집하지 않고 시장상황에서 따라 유연히 대처한 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과가 부진한 이유로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와 펀드매니저의 운용 미숙을 꼽았다. 펀드매니저들의 운용경험이 적은 데다 대외 변수로 증시마저 크게 출렁이면서 고전했다는 얘기다. 한 대형 운용사의 대표는 “펀드매니저들이 롱전략에만 익숙하다 보니 변동장세에서 헤지전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헤지펀드 특성상 판단착오로 손실이 커지면 만회하기 힘들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펀드 매니저도 “올 들어 전자·자동차 등 일부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면서 롱숏전략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며 “해외파라고 해도 최근과 같은 시장상황을 경험해본 전문가가 거의 없어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기대와 달리 성과 부진이 지속되자 연기금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점 사그라들고 자산운용사들도 신상품 출시를 꺼리는 등 시장 분위기마저 냉각됐다. 최근 두 달간 신규 설정된 한국형 헤지펀드는 2개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판매를 하고 싶어도 찾는 투자자가 없고 그나마 조금 관심을 보이던 연기금들도 성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지금과 같은 수익률과 분위기라면 조기 연착륙은 힘들다”고 밝혔다.


신규 설정 펀드 2개뿐올 하반기 한국형 헤지펀드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자산운용사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금융투자협회는 6월에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헤지펀드 운용 인가 수요조사와 인가요건에 대한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이번 조사는 업계 자체적인 차원으로 인가계획 유무, 구체적인 신청예정일이 포함됐다.

증권사 중 이미 인가를 신청한 대우증권과대신증권을 제외하고는 수요가 없었다. 자산운용사 중에선 신영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 모두 10여곳이 인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에 12개 자산운용사에 헤지펀드 인가를 내줬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되려면 자산운용사는 수탁액 10조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 1조원 이상, 투자자문사는 일임재산액 500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업계는 헤지펀드의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며 인가요건을 낮춰줄 것을 건의했고 당국은 올 하반기 관련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헤지펀드 인가 기준은 1년 시효인 일몰 규정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개 운용사만 인가 신청 의사를 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뜨거웠던 열기는 한풀 꺾였다는 지적이다.

높은 진입장벽과 공매도 등 금융당국의 규제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조기 연착륙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운용능력과 무관한 금융당국의 인·허가 기준이 시장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헤지펀드와 일반펀드는 펀드매니저의 DNA 자체가 다르다”며 “해외에서 오랫동안 운용 노하우를 쌓은 운용사나 플레이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의 족쇄를 조기에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궁긍적으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없애기 위해서는 당국의 정책개선은 물론 시장 참여자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운용사는 다양한 전략을, 증권사는 믿을 만한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현재의 우려가 기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