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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오피스텔 세입자 “우리가 봉입니까?”

Issue - 오피스텔 세입자 “우리가 봉입니까?”

‘준주택’ 분류로 연말정산 월세 소득공제 못받아…전기세는 주택 기준으로 납부



새내기 직장인 이은경(27)씨는 올해 첫 연말정산을 하면서 씁쓸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올해부터 연간 총급여 5000만원 미만의 무주택 세대주이면 월세 지출액의 40%를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가 부풀었다. 지난해 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서울시 관악구의 28㎡(약 8.5평) 오피스텔로 이사한 이씨는 매달 55만원씩 월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쁨은 잠시였다.

국세청 전화 세무상담 직원은 “오피스텔은 준주택으로 분류돼 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오피스텔에 사는 세입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들”이라며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쪼개 비싼 월세를 내며 사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월세 소득공제 항목은 2009년 추가됐다. 지난해까지는 세전 급여가 3000만원 미만인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해당됐지만 올해는 급여액 기준이 5000만원으로 올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나 오피스텔에 사는 세입자들은 연봉과 관계 없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입주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올해 입주 예정인 전국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 3만742실, 도시형생활주택은 8만 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오피스텔 입주량은 작년 1만 3065실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간 역세권·대학가·신도시 등의 오피스텔은 높은 임대수익률로 임대사업자들에게 좋은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정작 거기에 사는 세입자들에게는 불합리한 점이 적잖다.



집주인은 세제 혜택 받으려 전입신고 막아경기도 부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김나래(29)씨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연말정산을 앞두고 근처 주민센터를 찾았다. 혜택을 받으려면 임대차 계약서 상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등본 주소지가 같아야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센터 직원은 “지금 확정일자를 받으면 그 이후부터 낸 월세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지난 1년 간 매달 월세 60만원을 냈지만 미리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씨의 계약서에는 그도 몰랐던 특약사항이 적혀 있었다. ‘전입신고 및 연말정산은 하지 않는다.’ 이사 당시 특별히 전입신고를 할 필요를 못느낀 김씨가 주의 깊게 보지 않은 내용이었다.

전·월세 세입자는 우선변제권(살던 집이 경매로 원 소유주에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때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 확보를 위해 입주와 동시에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한 뒤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오피스텔 전·월세 계약은 전입신고 대신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이 때 전세권 설정 등기 비용 역시 세입자의 몫이다. 집주인이 세제혜택을 노리고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계약 때 특약사항에 전입신고나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교묘히 넣거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계약하겠다”고 버티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



중개 수수료도 일반 주택보다 비싸준주택에 해당하는 오피스텔은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용도에 따라 소유주가 받는 혜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업무용이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오피스텔 건축비의 10%인 부가세도 돌려받는다. 단, 10년간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임대해야 한다. 기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중간에 주거용 임대로 전환하면 남은 기간 6개월당 5%의 부가세를 추징당한다. 세입자가 중간에 전입신고를 하면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인정돼 집주인은 1가구 다주택자가 된다.

세금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업무용으로 신고해 누린 세제 혜택을 반환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6개월에 한번씩 임대료의 10%인 부가세도 신고해야 한다. 오피스텔 소유주들이 전입신고를 꺼리는 이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입신고는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전입신고를 막는 집주인이 있다”며 “오피스텔 이용실태를 조사해서라도 당국이 세입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 역시 편법 계약을 부추긴다. 업무용 오피스텔로 전세 거래를 하면 중개 수수료가 일반 주택의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의 중개 수수료는 임대료의 0.3~0.5%지만, 업무시설은 임대료의 0.9%를 중개수수료로 받는다.

이런 부담 역시 고스란히 세입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얼마 전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한 유성헌(29)씨는 “학교 때 자취하던 다세대주택에 비해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 깜짝 놀랐다”며 “원래 살던 집에서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서 이사를 결심했는데 집을 옮기느라 쓴 중개수수료와 이사비용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인정된 곳에 사는 세입자라 하더라도 별 다른 혜택은 없다. 오히려 오피스텔 전기세가 주택용으로 부과되면서 과중한 관리비를 부담할 뿐이다. 2010년 10월 한국전력은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일반용이 아닌 주택용으로 전기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후 단계적으로 새 요금체계를 적용했다.

업무시설로 분류된 오피스텔은 그동안 누진세 적용을 받지 않아 일반용 전기요금이 부과돼왔다. 구간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에 비해 2~5배가량 저렴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엄연히 일반 아파트와 차이가 없는 주거시설임에도 요금을 적게 내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계약약관을 변경하면서 주택용 요금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나 주택과 달리 서비스 면적이 없어 해당되는 규모가 더 넓다는 점이다. 게다가 에어컨 실외기 용량도 대형이라 상대적으로 냉난방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오피스텔 바닥난방이 전면 금지된 2004~2006년에 지어진 오피스텔의 경우 전기료 문제가 더 심각하다. 아파트를 살 형편이 안돼 오피스텔을 신혼집으로 마련한 신혼부부나 이제 막 부모에게서 독립해 나온 젊은 직장인들이 전기세 폭탄의 실질적인 피해자다.

5년 간 오피스텔에 거주하다가 올해 초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한 정명진(34)씨는 “역세권에 위치한 데다 시설이 좋아 오피스텔만 고집했는데 유일하게 관리비를 낮출 수 있던 전기세마저 주택용으로 바뀌면서 이사하기로 했다”며 “오피스텔은 계약 중개수수료도 주택 외 중개수수료를 적용 받아 비싸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나 소득공제 혜택도 없는데 왜 관리비 걷을 때만 주택으로 분류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4월부터 업무시설로 분류되던 주거용 오피스텔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재산세와 취득세가 감면 또는 면제되고, 종합부동산세는 전액 면제된다. 처분 때도 양도세 중과가 면제되고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은 오피스텔 임대사업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세입자들의 ‘집 없는 설움’은 증폭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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