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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서울 아파트 富의 지도 달라졌다

Money Tech - 서울 아파트 富의 지도 달라졌다

강남·서초·송파구 지고 성수·이촌·반포동 떠 … 강남권 아파트값 올해도 약세 전망
고가 아파트의 상징이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도 경매 물건이 해마다 늘고 있다.



1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단지 내 상가의 A공인중개업소 사무실. 김모 사장은 고객들에게 ‘급매물 알림’ 문자를 보냈다. 이달 들어 거래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하자 팔아달라고 내놓은 아파트가 급증해 4단지에서만 100여채가 쌓였다. 이 지역 중개업소에 이렇게 많은 매물이 나온 적이 없다는 게 해당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수백 통씩 문자를 보내도 문의 전화 한 통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개포주공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올 들어 거래된 아파트는 7단지 전용면적 53.46㎡형이 유일하다. 1월 7일 4억85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 아파트는 2007년 7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 대비 32% 떨어졌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월 9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33.94㎡형이 감정가(28억원)의 66.6%인 18억66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활황기인 2008년 33억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40% 이상 폭락했다.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타워팰리스 경매는 한때 큰 뉴스였다.

2006년 1건 나온 타워팰리스 아파트 경매는 큰 화제였다.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리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웬만해선 경매로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타워팰리스는 이미 4건이 경매 대기 중이다. 2011년 6건, 지난해는 9건으로 경매 물건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 동네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주택시장이 바닥 없이 추락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2년 강남(-6.3%)·서초(-6.6%)·송파(-6.1%) 등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모두 6% 넘게 하락했다. 서울 평균(-4.5%)에 비해 강남권 하락 폭이 더 크다. 단지별로는 10% 이상 빠진 곳이 흔하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공급면적 113㎡형은 지난해 1월 15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12억~12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1년 사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면적 271㎡형은 지난해 상반기 54억9913만원에 거래돼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됐다.
아파트값이 최고점을 찍은 2008년 이후부터 따지면 반 토막 난 경우가 수두룩하다. 도곡동 도곡렉슬 142㎡형은 2008년 22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14억원으로 떨어졌다. 올들어 11억원에도 급매물이 나와 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타운 공급면적 138㎡형은 2007년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해 초 10억원 밑으로 떨어지더니 현재 7억1500만원에도 급매물이 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반 토막 난 고급 아파트 수두룩서울 강남권에서 대형 아파트는 매수세가 워낙 없어 ‘사려는 사람이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돈다. 매수 희망자가 이 정도 가격에 사겠다고 하면 집주인에게 전하면 협상을 통해 대부분 맞춰준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B공인중개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급매물보다도 보통 1억~2억 더 낮추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의 상징인 강남권 아파트 시세가 이렇게 빠지다 보니 ‘아파트 부(富)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기준 거래가액 상위 20개 아파트는 모두 강남권이 차지했다. 타워팰리스와 아이파크, 압구정현대, 청담동 동양파라곤이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기준은 다르다.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이촌동, 서초구 반포동이 새로운 부자 동네로 등극했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이촌동 한강자이 등이다. 특히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강남이 아닌 강북에서 나왔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71㎡형은 지난해 상반기 54억9913만원에 거래돼 실거래가 순위에서 가장 비싸다.

한때 사면 무조건 오른다고 해서 ‘불패신화’로 통하던 서울 강남아파트가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강남 주택시장이 ‘투자자 시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강남은 전체 주택의 80% 정도가 아파트다. 그런데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수단이 아니다.

강남에 아파트가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아파트는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다. 사놓고 기다리면 은행 이자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 생겼다. 대출을 좀 내서라도 아파트를 몇 번 갈아타면 매번 시세차익이 생겨 재산을 늘릴 수 있었다. 집값 상승폭이 대출이자 같은 부담을 감수해도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지역이 강남이었다.

어떤 시장이든 투자자가 많으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치솟은 2005~2007년 주택 투자로 수십 억원을 벌었다거나, 부채를 이용한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 대출을 늘려 자기자본 이익을 높이는 것)로 부자가 됐다는 내용의 재테크 서적과 언론 보도가 넘쳐났다.

‘정말 이러다 평생 내 집 마련 못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남들은 집값이 올라 부자가 되는데 나만 이래서 되겠나’하고 열패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너도나도 대출을 늘려 내 집 마련에 나섰다. 강남구 아파트 값이 2005년 18.8% 올랐고, 2006년엔 27.7% 폭등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재건축 부진도 강남 침체에 한몫이런 패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붕괴됐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파트는 투자 대상으로 매력이 떨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집값 상승기엔 아파트를 단순히 매매차익을 노리기 위한 증권 상품인양 여기며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에 따른 반사효과가 지금 강남아파트값 급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것도 투자자가 몰린 원인이다. 강남은 다른 지역보다 노후화돼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다. 압구정 현대, 개포주공, 대치동 은마, 반포주공, 잠실주공5단지, 가락시영처럼 강남 3구에만 7만8236가구가 재건축 대상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의 가치로 판단해 투자하는 대상이다. 당장은 노후화해 좁고 불편해도 재건축을 하면 큰 집으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기다리면 재건축 이후 큰 과실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송파 레이크팰리스 등에는 집주인이 수억 원씩 시세 차익을 누리는 성공 사례도 많았다.

그런데 재건축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정부가 용적률이나 층고 규제를 조금 완화하면 수익성은 크게 개선된다. 반대로 조합원에 기반시설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규제가 생기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규제를 풀거나 강화할 때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들썩들썩했다. 변동성이 어떤 주택보다 클 수밖에 없는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러니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는 특히 투자자가 많았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0년 기준 집주인이 실제 사는 비율은 11.4%밖에 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은마아파트 소유자 10명 중 9명이 직접 살기 위해 산 게 아니라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대부분 사업이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은 떨어졌는데 공사비를 비롯한 추가 비용은 늘어났다. 조합원이 재건축을 하려면 새로 짓는 아파트 값이 현재의 가격에 공사비 등으로 소요되는 ‘조합원 분담금’을 더한 금액보다 높아야 남는 장사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에서 새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기 어렵다. 아파트를 지은 후 시세 전망도 별로 좋지 않다. 집주인들이 재건축을 할 동기가 사라진 것이다.



노인·노후 아파트 늘고 학군 메리트 감소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투자자가 너도나도 아파트를 내놓자 하락폭은 일반 아파트보다 더 커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2006년 3612만원에서 2012년 2993만원으로 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반 아파트는 3.3㎡당 2712만원에서 2386만원으로 12% 떨어졌다.

아파트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이 달라진 것도 강남 아파트값이 추락하고 있는 이유다. 시장 활황기엔 집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투자가치였다면 이젠 사용가치가 더 중요해 졌다. 그런데 강남권 아파트는 1990년 입주해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비중이 43% 수준으로 서울 평균(19%)보다 훨씬 높다. 주택이 낡으면 관리비가 많이 나오고, 유지보수 비용이 더 든다. 실수요 차원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다.

강남 집값을 높인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강남 8학군 메리트도 줄었다. 지금은 서울 전역에 퍼져 있는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의 인기가 높다. 이런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전형이 내신 중심으로 바뀌고, 대입에서도 수시전형이 확대됐다. EBS강좌를 비롯해 학원을 가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좋아졌다. 강남 집값을 올린 교육 요인이 많이 약화됐다.

인구구조 변화도 강남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이다. 강남권은 인구 고령화 현상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다. 2005년부터 2011년간 서울 고령화 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6.1%인 반면 강남3구는 7.4%다.

앞으로도 강남권 아파트값은 계속 추락할까.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강남 아파트값이 오르려면 투자수요가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저성장 상황에서 투자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강남 자가거주율은 2005년 64%에서 현재 52%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임차 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강남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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