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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힘 잃은 증시 어딜 봐도 악재 투성이

Stock - 힘 잃은 증시 어딜 봐도 악재 투성이

국내 경기 부진에 중국 1분기 성장률 예상치 밑돌아 … 금리 인하 불발로 ‘정책 장세’ 기대도 사라져



선진국 주가가 오르는 동안 우리 시장은 계속 후퇴했다. 차별화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오간다. 그중 북핵 문제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2월 12일 3차 핵실험 직후 문제가 되지 않았던 대북 리스크가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을 압박했다. 일각에서 이번 대북 리스크가 과거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2006년과 2009년 1, 2차 핵실험과 중간에 있었던 미사일 발사 등은 대부분 주가를 약간 끌어내릴 정도였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줄었다. 이에 비해 이번엔 여파가 길고 상황이 극단적인 형태로 치닫는 모습이다.



신용평가회사 평가는 엇갈려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는 금융시장 불안과 경제 악영향을 초래한다. 당연히 경제 변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1130원대로 올 최저인 1월 15일과 비교해 7% 떨어졌다. 주식시장과 관련해선 외국인의 이탈이 두드러져 3월 이후 4조원 이상의 매도가 있었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위험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수치가 높을수록 위험이 크다)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 거래될 때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에 덧붙여 지불하는 금리)는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현재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80.9로 2월보다 17.3 오른 데 그쳤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 역시 130.2로 1월보다 상승했지만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피치는 현재 한국의 신용 등급에 남북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돼 있어 남북간 긴장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S&P와 무디스는 남북간 긴장감 고조가 앞으로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북핵 문제에도 아직 한국 관련 위험지표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 진전 여부에 따라 위험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월 미국 정부의 시퀘스터(재정지출 자동 삭감) 발동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했고 비농업 부문의 신규 고용도 8만8000명으로 줄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둔화됐다. 시퀘스터 발동에 따라 올해 예산 지출이 850억 달러 줄었다. 연말 재정절벽 합의 때 약속한 소득세도 인상됐고, 급여세 감면조치는 중단됐다. 지난해 정부 지출 부문이 전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18.2%를 차지했는데, 소득세 인상과 자동지출 삭감으로 정부 부문의 영향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국은 1분기 성장률이 7.7%로 예상치(8%)에 미달했다. 올해 시장을 전망할 때 미국·중국 경제 회복을 가장 큰 상승 요인으로 꼽았던 만큼 두 나라의 펀더멘털 약화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는 기준금리 동결로 주식시장이 ‘정책 장세’로 바뀔 여지가 사라졌다. 이번 금리 결정은 다른 때보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장이 금리 인하를 당연하게 생각한 만큼 인하해도 주가가 올라가긴 힘들었다. 그러나 동결하면 반응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금리를 동결하면서 우리 시장이 선진국처럼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주식시장은 유동성→경기 회복→정부 정책 순으로 동력을 바꿔왔다. 우리 시장은 2011년에 경기 회복까지는 같이 했지만 이후 흐름을 달리했다. 지난 몇 년간 별달리 재정정책이 나온 게 없고 유동성 공급에도 인색했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재정 투입에서 금리 인하, 양적 완화까지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했다. 최근에 우리와 선진국 시장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 것도 이런 정책 유무에 대한 판단이 가미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코스닥 시장으로 주도권 옮겨갈 수도물론 금리 인하가 시장에 무조건 긍정적인 건 아니다. 국내 경제가 좋지 않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경제 상황과 자금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은 경제 탄력 둔화로 자금 수요가 약해지는 상황이어서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개선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당장은 금리 하락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도 있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에도 금리 인하 불발은 오랜 시간 시장에 악영향을 남길 것이다. 정책은 내용 이상으로 실시 시기가 중요한데 시기가 늦어졌고, 그만큼 시장의 기대와 어긋난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북 리스크나 엔화 약세도 문제지만, 시장 자체의 동력이 떨어진 게 더 걱정이 된다. 시장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얘기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경제와 주가 사이의 괴리는 여전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3분기에 걸쳐 성장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는 1900~2000선 부근이다. ‘좋지 않은 경제와 높은 주가’ 사이에 괴리가 계속됐다.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힘을 잃으면서 상승 종목의 질도 떨어졌다. 연초 이후 주도주가 없는 상태가 계속됐다. 시장 상황이 다소 나아진 2월에 낙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나타나긴 했지만 이는 주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니었다. 유가증권 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상승이 더 강해졌다. 연중 최고가에 다가선 건 물론 2009년 이후 벗어나지 못한 550선을 넘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만일 이 선을 넘으면 시장 주도권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전체로 볼 때 이는 좋은 변화가 아니다. 종목을 통한 응집된 힘이 사라지면서 매기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주가 좀처럼 힘을 되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현재 대형주는 하락이 심할 경우 이를 어느 정도 되돌릴 수 있는 복원력 외에 별달리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장의 체력이 약해지면 조그만 외부 악재에도 주가가 요동을 치게 마련이다. 최근 시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금은 대북 리스크가 약해진다고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제와 주가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가 계속돼서다. 당분간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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