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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한국 증시 ‘왕따 신세’ 벗어나나

Stock - 한국 증시 ‘왕따 신세’ 벗어나나

기준금리 전격 인하로 세계적 돈 풀기에 동참 … 자동차 유통주 관심



통화 ‘완화’ 정책이 더욱 ‘강화’됐다. 이번에는 유럽이 총대를 멨다. 유럽중앙은행이 5월 2일 기준 금리를 0.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사상 최저치다. 유럽중앙은행이 10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선 건 경기 부양이 절실한데다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때문이다. 금리를 계속 내렸지만 선진국 중 물가를 걱정하는 나라는 없다. 물가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 덕에 정책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3월 현재 유로존의 실업률은 12.1%로 높아졌다. 사상 최고치다.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실업률을 낮출 정책이 시급하다.



각국 유동성 푸는 정책 강화4월 초 일본은행이 본원통화와 자산 매입 규모를 2배로 확대하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5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0~0.25%의 기준금리와 월간 850억 달러의 양적 완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2011년보다는 지난해가, 지난해보다는 올해 선진국 금융완화 정책의 강도가 높아졌다.

우리 중앙은행도 마침내 완화 정책에 동참했다. 한국은행이 5월 9일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75%에서 0.25%포인트 내렸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한 건 실적이 좋지 않고, 정책적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와 추경편성을 계기로 세계적인 완화 정책 흐름에 동참한 만큼 주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칠게 표현하면 금리가 0%가 되는 건 은행에 있는 돈이 모두 내 돈이 된다는 의미가 된다. 은행이 대출에 차별을 두지 않을 경우 돈을 빌리면서 특별히 고려할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용이 낮아지면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이미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작은 신호에도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통화 완화 정책이 실물에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곧바로 경기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금리 인하 직후에 경기 하강의 힘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2001년과 2009년이 대표적이다. 금리 인하 막바지까지 경기와 주가모두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도 국내외 경제가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은 독일의 경기 부진이 유럽 전체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 해도 당장 독일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다. 이보다는 완화된 통화정책으로 비(非) 독일권 경제가 다소 살아나면 그들의 소비 회복 효과가 독일로 전이되는 경로를 가정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도 비슷하다. 4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재정 감축에 따른 영향과 부채 한도 확대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침체 요인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방준비위원회는 현행 정책을 바꾸지 않은 채 통화정책을 통해 추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경우 지금이 정책 효과가 지연되는 국면인지, 아니면 경기가 회복력을 잃은 상태인지 불분명하다. 정책 당국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지연 상태로 본다. 정부는 회복력 상실에 무게를 둔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정책 강도가 달라진다. 정부는 상실된 회복력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적극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책 강도가 높으면 그만큼 지연기간이 짧아져 자율적인 회복을 달성하기 쉽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식시장 모두에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런 기대가 없다면 코스피 지수가 2000에 접근하거나 미국과 유럽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분간 기대에 맞는 경제 변수가 나오면 주가가 올라가고,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제한적인 하락만 일어나는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동차와 유통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엔화 약세 속도가 더뎌지고,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은 점에 착안했다.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가장 선호되지만, 유로와 엔화도 그에 못지 않게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유로화보다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최근까지 엔화의 약세가 심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도 세졌는데, 둘 다 엔화 강세 요인이다.



가격 반토막 밑도는 대형주 수두룩국내 시장에서는 두 요인 모두 가격 경쟁력 약화로 하락한 자동차 주식을 다시 보는 힘이 됐다. 주요 자동차 회사의 1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안정적인 것 또한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 몇 년의 양호한 실적이 환율 덕분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이루어졌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유통은 방어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직 경기 회복 강도가 강하지 않아 방어주에 대한 기대가 이어졌다. 상승률이 높다는 게 유일한 걸림돌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방어주 중 수익률 2등 그룹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유통이 이에 해당한다.

실적이 우선이냐, 가격이 우선이냐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낙폭 과대 주식의 가격이 올라서 실적 관련주가 좀처럼 저항선을 넘지 못한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계속된 분기 실적 호전에도 160만원을 넘는 데 실패했다. 실적 호전 대표 주식이 이렇다보니 미래 실적 호전이란 재료가 주가를 움직이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낙폭 과대주의 경우 특정 시점의 상승 추진력은 크지만, 연속성이 없고 지나치게 개별 주식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상승 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제약도 있다.

둘 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당분간 가격이 우선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분기 실적을 통해 보듯 이익이 여전히 좋지 않고, 고점 대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대형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화학 등 소재와 조선 등 산업재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실적 회복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업황이 최악이고, 이에 따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순발상과 역발상에 의한 투자 모두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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