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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부동산 시장에 온기 불어넣을까

싸늘한 부동산 시장에 온기 불어넣을까

세입자 관리부터 월세 징수까지 ‘토털 서비스’ 연내 시작 집주인·세입자 분쟁 해결사 기대 … 임대료 상승 논란도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아주고 주택도 관리하는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머지 않아 열린다. ‘월세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임대주택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주지 않자 정부도 관련서비스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비즈니스다. 반응은 뜨겁다. 시장 출사표를 던진 업체가 줄을 잇고, 임대사업자들의 관심도 크다. 주택임대관리업이 침체한 임대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임대인·임차인 모두에게 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 전북 전주시의 전북대 인근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나창원(가명)씨는 세입자 관리에 골머리를 앓는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전주에 내려가는 그는 자나 깨나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원룸이 20개 있는 이 건물 세입자들은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를 해 이런저런 불만을 털어놓는다.

며칠 전 새벽에는 취객이 복도에서 시끄럽게 한다는 민원전화를 받았다. 나씨는 층마다 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원격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설치했지만 한계가 있다. 계약기간이 끝난 방의 공실을 채우는 것도 스트레스다. 나씨는 “경매를 통해 구입했는데 버는 돈에 비해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고 털어놨다.

#2. 서울시 상계동에 사는 정희선(가명)씨는 매달 말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토지는 본인 소유고 건물은 무허가인 집 여러 채가 있는 그는 매달 월세를 받느라 세입자와 승강이를 벌인다. 한 세입자는 7개월째 월세를 체납해 보증금 2000만원에서 차감한다. 허름한 주택을 개조해 음식점으로 운영하는 한 세입자는 장사가 안된다며 월세를 6개월째 내지 않는다.

정 씨는 “밤에 가보면 손님이 많은데 돈이 없다고 버틴다”며 “내용증명 보내고 명도 소송을 하고 싶어도 한 달만 기다려 달라며 사정을 하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속 시원히 팔고 싶어도 뉴타운으로 지정돼 매매도 안 된다”며 “월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3. 서울시 이태원동의 4층짜리 빌딩은 요즘 임대인과 임차인들간 분쟁으로 시끄럽다. 이 건물 1층은 음식점이고 2~3층엔 나이지리아인 등 흑인들이 운영하는 미용실·옷가게가 있다.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A씨는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계약 기간 만료 시점에 임차인들에게 나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임차인들은 버티고 있다.

세입자들은 이대로 나가면 권리금을 받지 못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층은 더 복잡하다. 애초 한국인 세입자가 2층 전체를 전세로 빌렸는데, 집주인 동의 없이 흑인들에게 전전세(전세권에 다시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를 준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법대로 하면 임차인들이 나가는 게 맞지만 세입자들이 버티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4. 올 2월 중순 인천시 용현동 한 아파트에서 7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세입자 백모씨에게 월세를 받으러 나갔다가 실종된 지 23일 만이었다. 하루 전 날 백모씨는 인근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백씨의 수첩에선 ‘어머니와 딸에게 미안하다. 주인집 가족에게도 죄송하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백씨가 월세 독촉에 부담을 느껴 집주인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해 말에는 경기도 연천군에서 보증금 문제로 다투던 세입자가 집주인을 둔기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천경찰서에 따르면 화장실 수리비용이 550만원 나와 월세 보증금에서 200만원을 빼겠다는 집주인의 말에 세입자가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5. 오는 10월 7일 가칭 전국세입자협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세입자들의 모임인 전국세입자협회 준비위원회는 유엔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에 맞춰 협회를 공식 창립한다고 6월 10일 밝혔다. 안정희 준비위 공동대표는 “세입자의 어려움과 요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조직해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준비위는 임차기간 보장, 임차료 안정, 임차보증금 보호, 임대차 분쟁 해결을 세부 과제로 정했다. 이에 맞춰 임대사업자들도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협회·단체를 결성할 움직임이다.

1300여명이 가입한 한 임대사업자 온라인 카페 회원은 “집세도 제때 안 보내고 계약 만기가 돼도 못 나간다고 억지를 부리거나 기물을 파손해놓고 책임 회피를 하는 경우 세입자와의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며 “임차인을 상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은데 임대인에 대한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 임대사업자협회 같은 단체를 만들어 임대사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불만이 많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전·월세 보증금지원센터에는 하루 150~200건의 상담 문의가 온다. 임대차 분쟁 조정과 구제, 보증금 대출 지원을 위해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 센터에는 지난해에만 1만1373건의 상담 문의가 왔다. 서울시청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올해는 5월 말 기준으로 상담 건수가 벌써 1만4000건을 넘었다”고 말했다. 상담 유형은 다양하다.

집주인에게 집 수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한 세입자는 물론 계약 기간 연장 관련 분쟁, 전·월세 과다 인상과 보증금 미반환 상담이 많다. 빌려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떼일 것을 우려하는 세입자 문의도 적지 않다. 센터 관계자는 “개소 이후 임대차 기간 연장과 계약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았고 집주인이 집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고충이 뒤를 잇는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집주인-세입자 분쟁주택을 짓거나 사서 임대를 주고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는 많다. 하지만 임대료 징수와 세입자 관리, 시설 관리 부담, 임대차 분쟁 등으로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기를 꺼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주택임대관리업은 임대료 징수에서부터 시설 개·보수에 이르기까지 임대주택 관리에 필요한 종합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집 주인을 대신해 전문 관리업체가 세입자를 관리하고 월세도 받아준다. 임차인의 명도·퇴거 등 법적 문제도 해결해 준다. 기존에도 주택관리 업체가 있었지만 주택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등 시설물 관리만 맡았다.

정부는 이르면 10월 주택임대관리업을 도입할 방침이다. 관련 법안은 올 2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수정 의결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임대관리회사는 주택 공용시설은 물론 아파트 내부의 시설을 관리할 수 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고시원·기숙사·노인복지주택 등도 대상이다. 다만 공인중개사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임차인 중개 업무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임대관리업은 2011년에도 추진됐지만 공인중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시설이나 임차인 관리 부담으로 임대사업을 망설이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는데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면 투자자가 직접 하기 어려운 관리 업무를 위탁 업체가 대행해주기 때문에 임대사업자가 크게 늘고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100곳 중 42곳은 전·월세 등 임대주택에 산다.

전세는 369만 가구, 월세는 352만 가구다. 집을 빌려 사는 가구 비중은 1990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2005년 이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전세보다는 월세 비중이 증가했다.

2000년 28.2%였던 전세 비중은 지난해 21.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13.7%에서 21.3%로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수요는 갈수록 늘 것으로 전망한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주택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거주로 빠르게 변했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와 가계 소득 정체도 한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4%에서 2020년 30%로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의 22%는 전세, 40%는 월세 형태로 산다(통계청).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가 점유율은 53.5%로 2010년에 비해 0.5%포인트 줄었다.

국토부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매입 여력이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매매 수요가 전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집’에 대한 욕구도 줄었다. 같은 조사에서 ‘내 집이 꼭 필요하다’는 주택 보유 의식은 2010년 83.7%에서 지난해 71.8%로 줄었다. 34세 이하는 61%였다.

정부는 2011년 2월과 8월 전·월세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 임대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늘렸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임대사업자는 크게 늘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써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매입 임대사업자 수는 4만5226명으로 전년에 비해 15%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다. 매입 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을 위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 신청을 하고 주택을 사들인 사업자를 말한다.

하지만 매입 임대 가구는 전년 대비 0.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방 임대사업자는 급증했는데, 수도권 임대가구가 대폭 준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추가 하락을 우려해 임대주택을 대거 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2300여 주택관리 업체 등록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우리나라 임대주택 시장이 낙후되고 침체돼 있다고 지적한다. 임대주택 수요는 증가하는 데 공급은 원활하지 않다. 특히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침체돼 있다. 공공 임대주택은 2007년 83만호에서 지난해 104만호로 연 평균 4만2000호 증가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가 짓는 임대주택은 지난해 27만5000호로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까지 임대주택 수요는 66만호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같은 기간 49만7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수요를 맞추려면 민간 부문에서 약 16만 호의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우석 연구위원은 “민간사업자 임대주택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고가 감소한 이후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며 “또한 사업자 임대보다는 개인 임대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0년 기준으로 민간 임대주택 중 사업자 임대는 42만호, 개인 임대는 581만호로 추정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주택임대관리업이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택임대관리업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개정안을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연기금이나 리츠 등 민간 투자자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유도 장치가 필요한 데 민간 투자자는 임대료 징수와 임차인 관리, 시설 개보수 등 관리·운영에 부담을 느껴 임대주택 시장 참여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에도 민간 경쟁 체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그동안 SH공사가 독점한 공공 임대주택 관리를 민간 주택관리 업체에 위탁할 방침이라고 4월 밝혔다. 2011년 12월 주택임대관리업 등록제를 도입한 일본은 주택의 25%가 임대주택이고, 이 중 80% 정도를 주택임대관리업체가 맡아 관리한다. 현재 일본에는 이런 회사가 2300여개나 등록돼 있다.

일각에서는 임대주택을 민간 업체가 위탁 관리하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주인이 주택 관리를 외부 업체에 맡기면 수수료나 임대료의 일부를 줘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부담하는 임대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택임대관리업을 준비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임대료가 소폭 오르더라도 임대인·임차인이 모두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관리업체 간 경쟁이 있고 임대관리를 받지 않은 주택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비싸면 공실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임대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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