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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떨어지던 집값 기지개

Real Estate - 떨어지던 집값 기지개

녹색기후기금·세계은행 사무소 유치 호재 … 대기업·유통시설·대학 속속 들어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잇따라 들어서게 되면서 이 지역 주택시장도 점차 살아나고 있다.



4855대 1. 2007년 4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의 평균 청약경쟁률이다. 이 오피스텔을 분양 받기 위해 청약 전날부터 수천 명이 모델하우스 인근에 텐트까지 치고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기자들 스스로 만들어 대기순번 번호표를 배포했고, 앞 번호가 수십 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청약 당일에는 1만여명이 몰려 난장판이 되면서 청약 접수가 중단됐고, 결국 한 달 뒤에 실제 청약이 이뤄졌다. 전체 123가구 모집에 59만7192건이 접수돼 4855대1이라는 전무후무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경쟁률 4855대 1 ‘로또텔’의 추억이처럼 청약 희망자들이 대거 몰린 건 3.3㎡당 분양가가 650만원으로 인근 오피스텔 시세에 비해 저렴했던 데다 아파트와 달리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해 수천 만원대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로또텔’이었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등 정부의 투기억제 정책으로 아파트의 투자매력이 감소하면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가 자유로운 오피스텔이 대안 투자처로 부각된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 도시로 개발되는 송도국제도시의 밝은 미래 전망도 한 몫 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6억7900만원에 분양된 코오롱 더 프라우 1단지 전용면적 135㎡형은 최근 4억9000만원선에 거래됐다. 분양가 대비 2억원 가까이 가격이 빠졌다. 2009년 입주한 ‘더샵 퍼스트월드’ 116㎡형의 현재 시세는 5억5000만원. 분양가(6억3400만원)에 비해 8400만원 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분양된 아파트는 입주를 전후로 분양가보다 2배 이상으로 가격이 뛰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졌다. 2000년대 후반에 공급된 아파트들은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상황이다. 2010년 이후부터는 미분양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와 더불어 2000년대 집값 폭등기를 상징한 송도국제도시 역시 금융위기 이후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의 높은 파고를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송도국제도시는 공유수면을 매립한 땅에 들어선 도시다. 1994년부터 조성공사가 시작됐으니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미국 게일(Gale)사가 투자를 결정하고 포스코건설과 함께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설립한 2002년 이후부터다. 게일은 송도국제도시 1·3공구 551만100㎡를 개발하는데 127억원을 투자했다.

64개의 오피스 빌딩과 64층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최첨단 전시·컨벤션센터(송도컨벤시아), 송도센트럴파크, 국제학교, 외국인 병원 등을 갖춘 국제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이었다. 여기에 2003년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송도국제도시는 날개를 달았다. 2005년 2단계 부지 매입이 이뤄지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2006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2005년 컨벤시아 착공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국제학교가 첫 삽을 떴다. 2007년 동북아무역센터·컨벤션센터·호텔(현 쉐라톤 인천호텔)·센트럴파크 등이 잇따라 공사에 들어갈 때만 해도 송도국제도시는 거칠 것이 없었다. 더샵 퍼스트월드를 필두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송도국제도시 개발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주요 시설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가 하면 기업과 교육기관 유치 속도도 느려졌다. 집값이 곤두박질치면서 프리미엄이 사라졌고, 중대형 아파트는 오히려 분양가보다 시세가 더 싸지는 상황을 맞았다.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개발 사업과 투자 유치는 꾸준히 이뤄졌다. 2008년에 송도컨벤시아가 문을 열었고 인천대가 이전해왔다. 이듬해에는 채드윅국제학교도 문을 열었다. 센트럴파크와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쉐라톤인천호텔, 커낼워크 등도 속속 준공됐다.

기업들도 송도에 속속 둥지를 틀었다. 셀트리온이 본사를 송도에 마련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연구시설이 들어섰다. 코오롱글로벌·워터앤에너지가 본사를 옮겨왔고 패션그룹 형지가 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지어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본사도 내년 8월 문을 여는 동북아트레이드센터에 입주할 예정이다.

대형 유통시설 공사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4월 ‘롯데몰 송도’ 착공식을 가졌다. 1조원을 투자해 백화점·호텔·멀티플렉스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을 짓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프리미엄 아울렛을 짓기 위해 연면적 10만㎡가 넘는 땅을 매입해 10월에 착공한다. 이랜드도 송도에 복합쇼핑몰을 지을 예정이다.

지지부진하던 대학 등 교육기관 유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세대·인천대·카톨릭대가 개교했고, 뉴욕주립대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국내 대학으로는 한국외대·재능대·인하대가, 외국 대학으로는 조지메이슨대·켄트대가 내년 개교 예정이다. 미국 유타대·일리노이대, 러시아 쌍트페테르부르크대 등과도 양해각서를 맺었다. 초·중등 교육기관으로는 채드윅국제학교가 2009년 개교한데 이어 포스코자사고도 2016년께 개교 예정이다.

무엇보다 국제기구 유치가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확정돼 6월에 송도에서 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 중으로 G타워에 사무국이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의 송도 유치도 확정돼 이르면 연내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150여개국의 선거기관 협의체인 세계 선거기관협의회(A-WEB)사무국 유치도 확정됐다. 현재 송도에는 아·태정보통신기술연구센터(UN APCICT) 등 12개의 국제기구가 입주해 있다.

5.7㎢ 규모의 송도 국제업무단지(IBD)는 2005년 첫 삽을 뜬 후 현재까지 주거·상업·업무 등 약 5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일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애초 계획보다 다소 늦어진 부분은 있지만 마스터플랜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GCF와 세계은행 유치를 통해 향후 국제기구 도시, 서비스산업의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업무단지 착공 8년만에 공정률 50%이처럼 각종 호재가 이어지면서 급전직하하던 송도국제도시의 집값도 상승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GCF 유치 후 송도국제도시에는 투자 문의가 늘었고, 매매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임대수익을 노리고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실제로 ‘더샵 센트럴파크 1단지’106㎡형은 지난해 말 5억9500만원이던 시세가 현재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송도 해모로’ 123㎡형은 같은 기간 3억4000만원에서 3억4500만원으로 500만원 가량 올랐다.

S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평형은 분양가보다 떨어진 상태지만 GCF 유치 이후 하락세가 진정되고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고 전세난으로 중소형 평형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기업 본사들이 속속 이전하고 국제기구 유치가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복합쇼핑몰 조성이 착착 진행되는 등 송도국제도시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내년 이후에는 집값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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