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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HEALTH - 박테리아가 항생제보다 강해질 때

FEATURES HEALTH - 박테리아가 항생제보다 강해질 때

항생제가 음식물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을 죽여 비만 유발 박테리아가 내성을 키우면 감염병 치료에 큰 어려움 초래해



11월 말 추수감사절에 먹은 만찬 음식이 여러 경로를 통해 허벅지 살로 갈지도 모른다. 1950년대 이후 식용 가축의 살코기를 늘리기 위해 소량의 항생제가 사용돼 왔다. 따라서 미국의 비만 확산이 이들 항생제의 사용과 관련됐을지 모른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다년간 여러 과학연구에서 체중증가와 항생제 간의 연관성이 입증됐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의 활동 때문이다. 일찍이 1954년의 한 연구에서 해군 신병들에게 패혈성 인두염 감염을 막기 위해 매일 페니실린을 복용케 했다. 7주 사이 그들의 체중이 2.2kg 증가했다. 반면 가짜 약을 투여한 피험자들의 체중은 1.2kg 증가했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한 가지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항생제가 아동 비만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세계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출생 첫해 항생제 주사를 맞은 남아들은 5~8세가 됐을 때 주사를 맞지 않은 남아들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았다.

덴마크에서 실시된 더 작은 규모의 조사에선 영아기에 항생제를 투약했더니 아동기에 평균이상으로 체중이 증가할 위험이 높아졌다. 한편 뉴욕대 과학자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게 항생제를 투여했을 때 38개월째 과체중이 되는 비율이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았던 영아보다 22% 더 높았다. 이 어린이들의 체중증가 폭은 비교적 작았지만 이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미국 어린이 5명 중 1명 가까이가 비만으로 평가된다. 당장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비만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뇨·심장병, 그리고 일부 암 등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비만이 아니지만 과체중 아동의 미래는 좀 나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BMI가 높은 아동은 성인이 됐을 때 심장병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심장병은 미국인의 제1 사망원인이다.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 등의 인사들이 지적했듯이 과체중 아동은 심각한 국민건강 문제다. 하지만 정말 항생제가 원인일 수 있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항생제가 체내 구성을 바꾼다는 점이다. 최근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사용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반코마이신은 페니실린 내성감염 치료를 위해 개발된 항생제다. 그 결과 BMI의 10% 증가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연구논문의 작성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장내미생물군(gut microbiota)’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우리의 소화계는 내장과 결장을 포함한 장기의 집합이다. 그 안에 모두 100조 개 가까운 박테리아가 기생한다. 이른바 장내미생물군이다. 이들 박테리아는 우리의 신진대사에 더 없이 중요한 기여를 한다. 복잡한 탄수화물과 녹말의 분해를 돕는다. 또한 우리 면역체계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해로운 박테리아의 성장을 저지한다. 지방 저장을 유도하는 비타민과 호르몬도 생산한다. 장내미생물군의 총량은 최대 2kg에 달한다. 그 자체로 장기 기능을 한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믿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장기가 아니다. 우리 소화계 내의 각종 장기를 통틀어 쇼핑몰이라고 한다면 장내미생물군은 그 그림자 속의 암시장 기능을 한다. 그 시장들의 목적은 거의 비슷하다. 둘 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그러나 장내미생물의 상세한 정보와 소화기능 수행방식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장내미생물이 어떻게 체중증감에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자들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를 배양해서 그들이 위장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알아내기가 불가능했다.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분석법이 발전하면서 더 깊이 있는 조사가 가능해졌다. 그에 따라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장내미생물군 전체적으로 330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졌다. 인체 유전자의 10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인체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자아의 숙주인 셈이다. 그 별개의 자아가 어쩌면 어느 수준까지 음식을 처리할지 결정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체중을 조절할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전체 박테리아의 구성뿐 아니라 각각의 박테리아를 개별적으로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장내미생물군의 기능을 더 정확히 규명해 소화와 신진대사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려는 목적이다. 예컨대 한 연구에선 장내미생물군의 다양성이 비만 및 인슐린 저항성과 반비례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실제로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 비만자들은 더 높은 사람들보다 체중이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선 인간 쌍둥이의 장내미생물을 성체 무균생쥐에게로 옮겼다. 모든 쌍둥이가 한 쪽은 홀쭉하고 한 쪽은 뚱뚱한 정반대 성격의 한 쌍이라는 점이 이 실험의 포인트다. 비만인 쪽의 미생물을 받은 생쥐는 곧 뚱뚱해진 반면 홀쭉한 쪽의 미생물을 받은 생쥐는 변함없이 날씬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의 구성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인간의 건강개선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장내미생물 구성의 의도하지 않은 조작에 따르는 문제를 우려하는 과학자도 있다. 병의 치료 목적으로 처방 받은 항생제를 복용할 때마다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영향을 받는다. 약품이 원래의 표적인 병원균 박테리아 뿐 아니라 소화기관에 기생하는 다른 몇몇 박테리아도 죽이기때문이다. 따라서 항생제를 복용할 때마다 장내미생물의 구성이 바뀐다. 이것이 일시적인 변동이냐 아니면 영구적인 변화이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예컨대 20세기 초엔 거의 모든 사람의 위장에서 미생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위나선균)가 발견됐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미생물을 보유한 미국·스웨덴·독일 아동이 6% 이하로 줄었다. 이 같은 극적인 변화의 배경에 항생물질이 있는 듯했다. 과학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틴 블레이저가 설득력 있게 제기한 주장이다. 아동의 중이염 또는 호흡기 감염 치료에 항생제를 처방한 치료의 최대 절반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전멸했다.

우리 장내 생태계의 변화는 상당부분 항생제 과용이 원인일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체중이 불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생제 복용의 최대 절반은 불필요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가 이 일반적이고 풍부한 약품군을 사용하는 각종 방식과 사례를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재 수십 종의 항생제가 시중에 공급된다. 의사들은 매년 1억5000만 건 이상 항생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직접 삼키는 알약이 해를 끼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2011년 한 해동안 미국 식용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1만5000t에 가까운 항생제가 사용됐다. 1950년부터 가축을 살찌우려는 목적으로 항생제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뒤 2000년까지 미국인의 비만율은 214% 증가했다. 현재 전체 성인의 3분의 1 이상이 비만으로 간주된다. 한편 지난 30년 사이 비만 아동은 3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어쩌면 비만의 확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될지도 모른다.

테트라사이클린계와 설폰아마이드계 등 가축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대부분 인체 항생제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이들 항생제를 체내에 흡수하는 가축들은 살이 찐다. 가축이 비대해지면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바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가축에게 항생제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가 생긴다. 그 박테리아는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로 이동한다.

이들 내성 박테리아가 인체 내장에 들어가면 체내에 있던 기존의 미생물군과 정확히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들 박테리아가 체내에 기생하든 않든 상관 없이 감염을 일으키며 인체 소화기관에 있는 다른 박테리아에 그들의 내성을 전파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특성들도 옮겼을까? 성장촉진 항생물질을 투여한 가축의 고기를 한 입 먹을 때마다 음식을 적절히 소화하는 우리의 능력, 우리 신체에 필요한 호르몬과 비타민 생산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인한 위험은 커진다. 매년 최소 2000만 명이 내성 박테리아로 인해 심각한 감염 증상을 일으킨다. 최소 2만3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내성 박테리아 감염이 갈수록 일반화할 뿐 아니라 몇몇 박테리아는 다수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다. 감염병 퇴치가 어려워지면서 의사들에게는 큰 손실이 초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거릿 챈 사무총장이 2012년의 한 연설에서 불길한 경고를 했다. “항생제 이후 시대는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던 현대 의학의 종말을 의미한다. 패혈성 인두염이나 어린이 무릎 찰과상처럼 흔한 문제로 사람들이 또 다시 죽음에 이를 수 있게 된다.” 항생제 과용으로 인한 비만은 걱정거리 축에 끼지도 못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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