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 아직 40% 덜 꺼졌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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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거품 아직 40% 덜 꺼졌다

집값 거품 아직 40% 덜 꺼졌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출간 … “부동산 시장 반등 없을 것” 주장



“부동산 대세 하락기는 시작됐다. 집값이 많이 빠졌다고 하지만 아직 어깨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2002년 수준까지 하락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아직도 40%의 거품은 있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한 전세난이 심각하다. 박근혜정부는 12월 3일 ‘8·28 대책’의 후속타를 내놨다 <관계기사 66~67쪽> . 어떻게든 전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해 전세가격을 잡으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썰렁하다.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다 추가된 내용이 별 게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업계와 일부 조사 기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린다’ ‘내년이 바닥이다’라며 매매 활성화 목소리를 낸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4년 주택·부동산 전망’에서 서울·수도권의 집값이 연간 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주장에 과감히 반대 의견을 줄곧 내놓는 쪽도 있다. 선대인(42)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다. 그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8년부터 부동산 대세 하락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12월 초에는 이런 주장을 상세한 통계로 분석한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웅진 지식하우스)』를 출간했다. 9일 만에 교보문고 종합 13위에 올랐다. 선 소장을 12월 4일 만나 내년 부동산 전망과 박근혜정부부동산 대책의 허와 실을 들어봤다.

부동산 경기 급락은 금융·부동산 업계, 주택을 가진 국민 모두에게 끔찍한 미래다. 자칫하면 일본식 저성장 시나리오에 빠질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착륙을 위해 각종 부양책을 쏟아낸다.

관련 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환영한다. 선 소장은 “정부는 더 이상 부동산 상승은 없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부실을 도려내는 견착륙(堅着陸, firm landing)을 해야 충격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 정책은 불과 몇 달간 가격 하락을 지연시키는 효과에 머물고 대신 가계 부채를 늘려 서민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올해 세 차례 부동산 대책(4·1, 8·28, 12·3)에 대해서 그는 “전세 입주 대신 빚 내서 집을 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정부의 안대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전세 대신 집을 샀다가는 손실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잘라 말했다.

왜 부동산 대세 하락인가.

“부동산 시장 사이클(10~20년 주기) 측면에서 이미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서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 수년 전부터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이는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찾아야한다. 2000년대 초까지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할 때는 인구와 일자리가 늘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아파트 수요가 급증했다. 이제는 인구가 감소하고 일자리도 늘지 않는다.

더 무서운 게 고령화다. 60대 이상 고령 인구가 아파트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바뀐 것에 주목해야 한다. 노후 대책을 위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얻는다. 경제는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주택 수요 연령층(35~54세)마저 급속히 줄어든다. ‘집이든 땅이든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을 먼저 깨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을 주장하는데.

“정부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민 주거안정’이라고 포장한다. 속을 들여다 보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주택가격을 떠받치겠다는 내용이다. 하우스 푸어(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가 이자에 치여 힘겹게 사는 가계)를 위한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쏟아질 급매물을 방지해 금융권 부실을 막으려는 대책일 뿐이다. 집 때문에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면 손절매를 해서라도 빚을 줄이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아예 집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부채 없이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집을 사도 무방하다. 이런 경우는 해당 지역의 집값이 적정한가를 고민하면 된다. 문제는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이다. 집값의 60%를 대출받아 샀다가 가격이 10∼20% 하락하면 바로 하우스 푸어가 될 수 있다. 왜 이런 무모한 일을 정부가 권장하는가.”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데 과거와 다른 점은.

“기존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세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안전한 전세’가 부족한 게 과거와 다르다. 상당수 집주인들이 빚을 잔뜩 안고 있다 보니 안전한 전세가 줄고 있다. 대출 없는 안전한 전세가 주식시장의 블루칩처럼 기준이 돼 전셋값 상승을 이끄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불안한 전세 같은 부실 부동산은 손절매를 통해 안전한 전세로 바꾸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산업으로 치면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경우 집주인 뿐 아니라 세입자까지 손실을 떠안게 된다. ‘깡통 전세’가 늘어나는 게 그런 신호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는데.

“정부가 거꾸로 신호를 줘서다. 수요층이 줄어드는데 자꾸 집을 사라고 한다. 빨리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줘야 한다. 그래야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가계들이 미련을 버리고 손절매 할 수 있다. 우선 만기가 돌아온 주택 담보대출 연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만기 연장이 안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으면 손절매에 나설 것이다.”

집이 두 채인데 빚에 시달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지 못하고 팔릴 만한 가격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집값 시세가 ‘호가’라는 게 문제를 더 키운다.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대세 하락기에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봐야 한다.

여러 채 주택을 처분할때는 ‘부채를 최대한 많이 해소할 수 있는 부동산부터, 그 다음 먼저 팔릴 인기 있는 부동산부터’ 처분해야 한다. 보유자 입장에서 보면 알짜를 내놓는 식이 돼야 매매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고점때의 가격을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집값이 다시 올라서 손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 소장은 마지막으로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가져야 할 10가지 자세를 꼽았다. ①무주택자라면 조급해 하지 마라 ②집으로 돈버는 시기는 지났다. 모험적 투자는 하지 마라 ③‘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④가계 부채가 일정 수준 해소된 뒤 움직여라

⑤환금 가능성을 철저히 따지라 ⑥인구 감소 같은 사회 경제적 변화를 따져보라 ⑦내 부동산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유 여부를 결정하라 ⑧고점기 시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라⑨집값 상승기의 상식을 버려라 ⑩지역 거주자들은 수도권의 흐름을 주시하라.



선대인경제연구소 2011년 설립 후 수천 명의 개인 회원 회비로 운영된다. 5명의 연구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각종 경제보고서를 만들어 낸다. 선대인 소장은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6년간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이후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을 공부했다. 재야 경제연구소의 대표격인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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