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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 저물어가는 코딩 시대

TECHNOLOGY - 저물어가는 코딩 시대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나온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나온다.



코딩(명령문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인간이 컴퓨터에게 작업을 지시하는 끔찍한 방식이다. 다행히도 새로운 기술 덕분에 프로그래밍 언어가 곧 라틴어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자는 목소리가 세계 도처에서 높아지고 있다. 20년은 전에 나왔어야 할 목소리다. 컴퓨터공학 공교육화 추진 서명운동(Code.org)에 이끌려 보스턴, 뉴욕, 에스토니아, 뉴질랜드 등 수많은 지역이 그런 열풍에 동참한다. 마크 저커버그와 빌 게이츠도 그 서명운동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다수 어린이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는 불필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말은 기술업계에선 신성모독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난 실리콘밸리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가 좀 더 사람과 가까워지면서 컴퓨터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프로그래밍의 본질은 C++나 자바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줄줄이 써내려가는 대신 신입사원에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식과 비슷해질 것이다.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해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다. IBM의 과학자 존 배커스가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을 만들었다. 당시 컴퓨터의 처리능력은 지렁이 수준이었다. 컴퓨터가 인간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인간이 컴퓨터를 가르칠 방법을 배우는 편이 훨씬 쉬웠다. 그로부터 60년 동안 프로그래밍 언어는 아주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컴퓨터는 여전히 자기네 언어로 된 지시만 받아들인다. 프랑스어로 주문하지 않으면 들은 척도 안하는 프랑스인 웨이터 같다.

이런 추세가 마침내 바뀔 듯하다. 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개발 사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군사기술 연구소인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나왔다. DARPA는 2014년 하반기에 자료수집 및 해석 소프트웨어 집단(MUSE)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관점에 혁신적인 전환을 일으키려 한다”고 DARPA의 수레쉬 저거나선은 말했다.

MUSE의 첫 단계는 전세계 모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무수히 많은 코드를 흡수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매년 작성되는 코드 약 200억 줄 가운데 대부분은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이미 썼던 내용의 반복이다. MUSE는 거대한 코드 덩어리들을 조립해 누구든지 마음먹은 일을 수행 가능하게 만든다. 모든 코드에 태그를 붙여 자동 검색 및 조립도 가능하다.

저거나선에 따르면 MUSE가 완성될 경우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MUSE에 말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MUSE가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코드를 찾아 일을 처리한다. 물론 가공되기 전의 기본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마치 슈퍼마켓에서 파는 파스타가 만들어지려면 밀을 키우는 농부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현재 있는 코드가 다른 용도에 맞게 재활용되면 훨씬 적은 프로그래머가 필요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컴퓨터에게 특정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만 있어도 된다. 결국 훨씬 많은 사람들이 코드를 몰라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건 컴퓨터의 작업을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디자인 사고다.

MUSE가 빛을 보기까지 수 년은 걸린다. DARPA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지 10년이 지난 오늘날에야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무인자동차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MUSE는 코딩 없는 프로그래밍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 학생인 인구가 취직할 무렵엔 작동할 것이다.

존 켈리 IBM 수석연구원은 뇌와 같은 인지능력을 갖춘 컴퓨터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말을 즐겨 한다. 지난 60년 간 우리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컴퓨터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할 일을 알려줘야 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세대 컴퓨터는 데이터나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할 것이다. 10년에서 20년만 지나면 우리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대신 컴퓨터를 가르칠 것이다.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에게 승리한 왓슨 같은 컴퓨터가 언젠가는 초기의 미완성 인지장치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기술업체 누멘타는 그록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1990년대 후반 상용화에 성공한 휴대용 컴퓨터 팸파일럿을 발명한 제프 호킨스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록은 뇌와 같은 방식으로 시간에 따라 패턴을 인지하고 학습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BRAIN 이니셔티브는 뇌와 유사한 컴퓨터 개발에 기여할 것이다. MUSE와 마찬가지로 인지기술은 아직 실생활에 사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이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새 시대를 맞이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아마 코딩 자체는 아닐 것이다.

“문제에 대해 컴퓨터공학적인 사고방식을 배울 필요는 분명히 있지만 컴퓨터 언어를 꼭 배울 필요는 없다”고 에릭 브린욜프슨 MIT슬론경영대 교수는 말했다. 브린욜프슨은 컴퓨터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으리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IBM에서 은퇴한 어빙 블라다프스키-버거 뉴욕대 교수는 “우리는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디자인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인식하고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능력이나 디자인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세상은 지금부터 수십 년 동안 프로그래머를 절실히 필요로 할 것이다. 저커버그나 게이츠가 Code.org를 지지하는 이유는 C++나 자바, 파이썬, 루비 등 최근 유행하는 컴퓨터 언어를 작성할 줄 아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드를 배우면 스마트기기 시대에 유용한 논리적 사고도 함양된다.

그러나 지금 열 살인 아이가 취업에 나설 2030년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기계에게 일을 가르칠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그때가 되면 코딩은 오늘날 손글씨 정도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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