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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시 카난 한국SC은행 자산관리 본부장 - “금융상품 적정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의 2~3배”

라제시 카난 한국SC은행 자산관리 본부장 - “금융상품 적정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의 2~3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요즘 목돈을 들고 있는 부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확실한 투자 수익을 기대할 금융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 닥친 펀드 열풍에 100% 이상 고수익을 낸 경험이 뇌리에 남아 있어 고민은 더 크다. 하지만 펀드로 눈을 돌리기엔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같은 브릭스(BRICS) 중심의 신흥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지 1, 2년도 안 됐다. 그렇다고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기에는 시장은 더욱 암울하다. 통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다. 매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증대되는 요즘,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제시 카난(43)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자산관리 본부장(전무)을 만나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그는 SC은행의 동북아시아 자산관리 사업부장도 겸임한다. 6월 18일 서울 종로구 한구SC은행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카난 전무는 “금융상품 투자 수익률의 적정 목표는 물가상승률의 2~3배”라며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증대될 때는 투자 수익보다 안전하게 현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100명이 넘는 금융상품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자산관리 부서를 이끌고 있다. 인도 뭄바이대학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뒤 IT업체인 지멘스에서 시스템 분석가로 일했다. 1997년 인도 러크나우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전략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SC은행에 합류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새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통칭 자산가로 불리는 ‘한국의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

“일반적으로 보유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다. 메릴린치 리포트의 경우 100만 달러(약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부동산 제외)을 보유한 사람을 자산가로 구분한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비중이 커서 크게 두 가지로 자산가를 구분한다. 월 소득 900만원 이상(연봉 1억2000만원 이상) 이거나 100만 달러(1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이 기준이다.”

한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금융자산의 적절한 비중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자산 보유 비중은 평균 25%다. 선진국에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의 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68%, 영국 50%, 일본 59%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금융자산 투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동북아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만의 특징은.

“한국은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유난히 크다. 구조적인 변화도 심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대단히 높았다. 한국 주식시장(코스피)이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 역할을 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뉴욕·홍콩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에 한국의 코스피 지수를 꼭 확인하고 등락에 대한 이유를 확인했다, 글로벌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후행지표’로 변화했다. 영향력이 감소했다. 또 한 가지, 한국 고객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다. 금융자산의 구성만 봐도 그렇다. 2002년에는 정기예금 같은 현금자산이 50%에 달했는데 2006년께는 43%로 떨어졌다. 보험·주식·연금·채권 같은 금융자산으로 투자가 다각화됐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한국에 대한 특성으로 ‘빨리빨리’를 이야기한다. 금융상품에서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새로운 투자상품과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큰 ‘얼리 어댑터’ 성향이 강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성향이 보수적(위험회피 성향)으로 변했다. 특히 신흥국 펀드에서 손실을 본 뒤 국내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견해도 늘어났다. ‘좋은 뉴스는 거의 없다’라는 듯이 원하는 투자수익률이 안 나오면 바로 빠져 나온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보여주는 ‘박스권 장세’가 그렇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선진국과 달리 중수익·중위험 투자를 선호한다. 이와 함께 고령화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동북아 국가에 비해 한국이 가장 빠른 변화를 겪는 듯하다.”

펀드 손실이 커지면서 ‘최고의 투자는 지키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투자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목적과 원하는 수익률에 따른 위험 감내다. 개인별로 감안할 수 있는 리스크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우선 쌓아온 자산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브릭스 펀드를 비롯, 중국 펀드의 대규모 손실은 10년 간 한국 자산관리 시장에서 가장 큰 사태였다. 그래도 금융상품 투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일 뿐이다.”

지금도 브릭스 펀드를 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3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자산가와 애널리스트 세미나를 주최하면 쏟아지는 질문이 브릭스 펀드 환매 문의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고액자산가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한국 자산가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눈 여겨 봐야 할 트렌드가 있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펀드 투자의 70% 이상이 코스피 관련 상품이었다. 하지만 올해 50% 가량의 펀드투자 자금이 코스피 이외의 시장(유럽·미국 채권 및 대안투자 등)으로 다변화됐다. 회사 입장이 아닌 개인적으로 브릭스 펀드에 대해 답하라면 ‘환매하라’다.”

해외 펀드 투자가 증가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 전망이 중요한데.

“SC은행의 공식 입장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역내펀드에 투자를 한다면 이미 자동적으로 환헷지가 되고 있다. 역외펀드는 환율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유학생을 둔 학부모가 환율 변동에 노출된 경우와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 은퇴를 앞둔 50대 고객이 1억원의 금융자산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목표 수익률은.

“고객 개개인의 금융투자 욕구와 연령대, 위험 감내 정도 등에 따라 다르다. 요즘 한국 금융시장은 새로운 금리 규범(New Normal)에 적응하고 있다. 꽤 오랫동안 5∼6%의 높은 금리를 받던 때도 있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대폭 낮췄다. 최근 18개월 동안은 금리가 고정된 상태다. 현재 투자자들은 예전만큼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데 적응한다.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다.

일부 고객은 금리상승 기대에 예금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금리가 예전처럼 높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2∼2.5%, 정기예금 금리가 1% 수준에 투자자가 50세라면 앞으로 30년을 보고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예상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의 2,3배가 나오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즘 ‘은퇴’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좋은 질문이다. 그런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물가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가상승률을 벤치마크 하더라도 결국에는 개개인의 수익률 목표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금융투자 플랜을 세워야 한다.”

인도에서는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하고 경영·경제를 공부하는 게 엘리트 코스인가.

“그렇다. 나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사를 했다. 고등학교까지 기초 학문인 물리학·화학·수학을 열심히 한 뒤 이공대에 진학해 경영학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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