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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동산 투자 방정식 - 소형·SOC·실물이 핵심 키워드

새로운 부동산 투자 방정식 - 소형·SOC·실물이 핵심 키워드



서울 강남의 대단위 아파트 재건축은 부동산 업계의 주요 이슈다. 대지 지분이 높고 입지가 좋아 ‘돈 되는 사업’으로 분류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하지만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업 진행이 더딘 단점이 있다. 분양하는 아파트 수와 크기가 항상 걸림돌이었다. 더 큰 아파트를 더 많이 분양해야 기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재건축 시장을 주도할 3대장으로 반포주공1단지·개포주공단지·잠실주공5단지가 꼽힌다. 지난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는데, 올 들어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세 곳 재건축 조합장이 내건 공약에 해답이 있다. 단지수를 늘리는 대신 중소형 분량을 늘렸다.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합원에겐 대안으로 다수의 중소형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며 문제를 해결했다.

예컨대 50평 대신, 20평과 30평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오득천 서울 반포 주공 1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과거엔 대형 평수가 인기였지만 요즘은 소형 평수가 떠 빨리 나가는 점에 착안해 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개포주공과 잠실주공 재건축 조합도 같은 방식으로 조합원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올해 상반기 반포주공1단지는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재건축 단지로 등장했다. 부동산114가 올해 상반기 전국의 아파트값을 분석한 결과 반포주공1단지 138.8㎡는 지난 연말 20억9000만원에서 6월 30일 기준 23억원으로 6개월 만에 2억1000만원이 올랐다. 이곳은 3590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역시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9㎡가 11억8000만원에서 12억9000만원으로 1억1000만원, 강남구 개포동 시영 62.8㎡은 7억3500만원에서 8억3500만원으로 1억원 상승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한 것이 주효했고 여기에 정부 규제까지 풀리며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한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해법을 보여준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투자도 줄었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 시대를 맞아 기존 투자 방식으론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하반기까지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회에 상정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고 금융·조세 규제 완화 등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1인 가구 겨냥한 임대시장 여전한 관심수많은 악재가 있지만 그래도 틈새는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중소형 아파트 투자를 꼽았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을 살펴보면 2000년 15.5%에서 2010년에는 23.3%로 불과 10년 사이에 7.8%포인트가 증가했다.

2020년이면 전체 인구의 30%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인 가구 대국 일본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자. 이미 지난해에 전체 인구의 35%가 1인 가구로 집계된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중소형 주택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들이 한집에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가 주요 임대주택 형태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1인 임대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2인 가구 중심의 소형주택 개발 형태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며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개발 사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인구 변화를 먼저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 노멀 시대 부동산 투자는 높은 수익률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2000년 이후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부동산 관련 금융 시장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2008년까지 분양 시장의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분양에 자신이 있는 건설사들은 대부분 지급보증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저금리 시대가 열렸고, 성장 둔화로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자금을 먼저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거의 사라진 배경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 전무는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건설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금융 부문은 단순히 신용보강에만 머물렀다”며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오히려 금융업계가 PF 위험을 분담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와 시장 침체로 금융권의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데다 건설사마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나타난 변화다. 건설사의 책임준공을 전제로 미분양 확약 담보 또는 대한주택보증의 PF보증, 공공기관의 신용보강 등의 새로운 부동산 금융 기법이 발전했다. 김 전무는 “아파트나 오피스 등의 개발사업 위주에서 신재생 에너지, 실물자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으로 부동산 금융 대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태양광·풍력 사업에 증권 업계가 금융 주관사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진행하는 SOC사업도 부동산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그동안 SOC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도시기반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때 비교적 높은 금리를 내야 했다. 사업 참여 조건이 까다롭고 금융 투자 방식이 제한적이어서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완화되며 지금은 증권사 등 후발주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열렸다. 이전에 비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어 발주처와 사업자가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맥쿼리 같은 해외 펀드는 최근 국내 SOC 사업 투자 펀드를 출시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 SOC 투자에 참여하는 해외 증권사들의 수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사, 국내 SOC 사업에 군침주택시장 축소로 오피스 위주의 실물 부동산 거래 규모도 늘었다. 과거 PF가 부동산 개발 이전에 자금을 유치했다면 이제는 개발된 실물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은다. 빌딩 매물이 나오면 금융 투자자를 유치해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실물부동산시장의 가능성을 내다 본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 오피스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2조원 수준에서 2012년 5조3000억원, 올해에는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 나올 정도로 실물 자산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준공된 물건에서 예상되는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계산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선진국형 부동산 금융업이 자리잡고 있다”며 “서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추이를 지켜보며 실물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투자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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