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활성화 - 늘어난 가계부채가 부메랑 될 수도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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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활성화 - 늘어난 가계부채가 부메랑 될 수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 - 늘어난 가계부채가 부메랑 될 수도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우려와 한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끌어안은 채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핀다면, 결국엔 폭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수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내수시장의 부진이 부동산 침체에서 비롯된 만큼 얼어붙은 심리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10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을 당장 부양할 만한 것보다는 거래를 촉진할 목적의 장려책이 대부분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및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재건축 규제 완화, 양도세 면제 등이다. 부동산 시장이 가계부채 문제와 맞물려 있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실수요층의 거래를 복원하겠다는 계산에서다.
 도박에 가까운 무리수?

정부가 시한폭탄이라 평가받는 부동산 시장을 굳이 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내수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가계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데다, 거래 부진까지 겹쳐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가구주 순자산의 69%가 부동산이고, 60세 이상은 90%나 된다. 부동산에 묶인 돈을 시장에 풀어 내수 활성화를 꾀할 필요는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미국도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에 나온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거 사들여 부동산 경기와 민간 소비를 어느 정도 살렸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월세 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집값 하락 우려와 주택 매매 부진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세원의 절반 정도인 취득·등록세를 늘릴 수 있고, 몇 년째 자금·수주난에 빠진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타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초이노믹스’가 밀고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내수 회복은 득 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박에 가까운 무리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을 확장할 경우 가계의 채무 부담이 늘어 나중에 소비시장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의 평가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인구구조 및 주택에 대한 인식 변화 등에 따른 것인데, 정부가 이 흐름을 역행해 억지 부양책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부실 기업이 시장 매각을 통해 건실한 주체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주택도 마찬가지로 손 바뀜이 일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악착같이 집값을 떠받쳐줘 다주택자나 건설업자들의 이익만 챙겨주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만 6조2000억원 급증했고, 전체 가계대출은 1100조원까지 치솟았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 카드는 도박과 같은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가계 소비가 부진한 것은 부채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다시 부동산 거래를 키워 부채를 일으킨다면 소비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가계부채의 구조적인 부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DTI 강화를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LTV·DTI 규제와 이자율 수준을 정상화해 가계부채의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거시경제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기 위해선 부동산에 묶인 돈을 풀어줘야 하는데 추가 부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더디다는 설명이다. 고성수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 여력은 아직 충분한 수준”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의 대손율도 1%에 미치지 않아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작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 살 여력이 있는 가구가 주택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소비 증진 효과가 나타나 내수가 회복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 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더 풀어야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와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의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을 수정할 때 적용되는데 통상 전세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연장하는 사례도 많지 않아 실제로 적용 받는 사례는 적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어겨도 법적 제제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등도 임대료가 비싸고, 건설사들의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쓴 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나 임대 사업자에 대한 여러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선대인 소장은 “국민연금 등을 활용해 건설재원을 마련하면 임대료를 상당히 낮춘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확보 할 수 있다”며 “주택협동조합에 세제·자금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시프트)를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낮은 가격에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할 경우 소득 증대 효과는 물론 가계부채 증가를 일부 차단할 수 있다. 1가구 2주택자들을 통한 전·월세 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성수 교수는 “사실상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통한 임대시장이 없는 가운데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다”며 “정부가 임대차 선진화법을 통해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면 민간 임대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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