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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강한 댓글 부대

푸틴의 막강한 댓글 부대

러시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 조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김정은 북한 지도자도 그 행사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고 러시아 당국은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터넷 조사센터(Internet Research Center)’라는 전문 트롤 부대를 운영한다고 알려졌다. 인터넷에서 고의적으로 논쟁을 일으키거나, 선동적이거나, 엉뚱하거나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 또는 공격적이거나 불쾌한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는 사람을 ‘트롤(troll)’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그 조직은 푸틴의 댓글 부대라고 부를 만하다.

그들은 친러시아 선전으로 소셜미디어를 뒤덮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허위 계정 수천 개를 운영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현대식 건물에 있는 인터넷 조사센터에서 일한 마랏 버크하드가 최근 라디오자유유럽/라디오자유(RFERL, 동유럽, 중앙아시아, 중동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방송)에서 푸틴 댓글 부대의 현황을 폭로했다.

버크하드는 “우리는 무엇이든 지시 받는 대로 댓글을 달아야 했다. 그들은 질문을 받지도 않았고 우리도 구태여 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인터넷조사센터의 여러 부서는 전부 러시아, 특히 푸틴 대통령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데 동원된다. RFERL에 따르면 그 조직은 트윗을 내보내고, BBC나 CNN 같은 뉴스 웹사이트와 러시아 지방정부 웹사이트 포럼에서 댓글 다는 일에 전념한다. 일부 직원은 페이스북, 라이브저널(블로그 서비스), 브콘탁테(vKontakte, 러시아판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 허위 계정도 운영한다.

버크하드는 그곳에서 두 달 동안 일하며 월 700달러(약 77만원)를 받았다고 말했다. 간부는 거의 두 배를 받는다. 러시아에선 상당한 급여다. 또 그는 채용될 때 아주 까다로운 면접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먼저 샘플 문안을 작성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들은 그것으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 식으로 댓글 전문인을 고용한다. 처음엔 중립적인 글을 쓰도록 한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에 대한 찬반론을 쓰라는 식이다. 그 다음 과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러시아군 인도주의 구호 호송대(실제는 불법적인 반군 지원의 명분이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라고 요구한다.”

버크하드는 자신이 대체적으로 서방친화적이지만 면접 과정에선 그런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용된 뒤 그는 러시아 지방정부 웹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직원 20명인 부서에 배치됐다. 그는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했고 그동안 최소한 200자 길이 댓글 135건을 작성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인도에서 행사를 참관하던 중 껌을 씹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러시아는 이런 호재를 놓치지 않았다.
버크하드는 RFERL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세 명씩 조를 짜서 일했다. 한 명은 ‘악당’ 역할을 맡아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다. 댓글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두 명은 그와 논쟁을 벌인다. ‘아냐, 당신이 틀렸어. 여기 있는 모든 내용은 전적으로 옳아’라는 식으로 댓글을 단다. 그중 한 명은 맥락에 맞는 그림이나 사진을 올리고 다른 한 명은 그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다른 콘텐트로 링크를 걸어 놓는다. 악당과 근거 영상, 링크로 연결되는 완벽한 시스템이다.”

그 3인조는 특정한 수의 태그를 각 댓글에 붙인다고 버크하드는 말했다. 관련 주제가 검색엔진에 오를 때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할당 받은 주제 중 하나가 ‘나토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배속됐다’는 것이었다(사실이 아니라 러시아의 선전이다). 다른 하나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국내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라, 예를 들면 대통령이 친히 러시아 서민과 성탄절을 축하했다’였다.

버크하드에게 주어진 과제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를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것을 우크라이나를 표적 삼아 쏘아보낸다”고 말했다.

한 사례로 버크하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공식석상에서 껌을 씹은 것에 관해 비방하는 글을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인도 공화국 창건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평소 껌 씹는 습관이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씹던 껌을 손으로 만지작거렸으며 이 모습이 포착됐다. 이 장면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국제적 망신’이라며 비난했다.)

버크하드는 RFERL에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정해진 대로 결론 지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외국 문화에 무지하다는 식이다. 문화 전통이 깊은 인도에 가서 그가 껌 씹는 무례함을 범했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아주 사소한 것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우스꽝스러운 게 아니라 터무니없고 정도를 벗어난 인신 공격이다.”

버크하드는 그곳 동료 중 일부는 정치적으로 중립 성향이었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쓰는 선전 문구를 그대로 믿었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그런 댓글을 쓰는 사람이 쉬는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잡담하지 않고 그런 사소한 사안을 두고 입에 거품을 물고 열성적으로 성토한다. 광기가 지배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단지 돈을 벌려는 젊은이다. 그들은 정치에 너무도 무지해 푸틴과 오바마를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한다. 물론 그들 모두 푸틴을 지지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완전히 백지다.”

버크하드는 급여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불합리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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